태그 : 영화
2009/10/18   디스트릭트 9 (2009) - 한 찌질이의 환골탈태 이야기 [16]
2009/09/22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2009) - 성인들을 위한 2차대전 판타지 [3]
2009/09/19   해운대 (2009)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만... [3]
2009/08/20   슬럼독 밀리어네어 (2009) - 기적은 이루어져요. 운명이니까. [12]
2009/07/08   업 (2009) - 하늘 높이, 그대의 꿈을 향해 날아요 [7]
2009/01/16   데어 윌 비 블러드 (2008) - 피는 흐르리라, 땅 속 검은 기름처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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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9 (2009) - 한 찌질이의 환골탈태 이야기
District 9 (2009)
감독: Neill Blomkamp
작가: Neill Blomkamp & Terri Tatchell
주연: Sharlto Copley, Jason Cope, Nathalie Boltt, Sylvaine Strike 등
상영시간: 112분

(국내 공식 홈페이지, IMDb 페이지)


이하 내용은 영화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본 건 한참 전인데, 그 동안 워낙 정신이 없었던 관계로 이제서야 감상문을 작성하네요. 그런데, 게으름 피우는 동안 한국에서도 이미 개봉을 하였나 보군요 --a


디스트릭트 9. 많은 호평을 듣고 상당한 기대를 갖고 관람한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높은 기대감을 갖고 영화를 보면, 기대감을 채우지 못하는 영화를 만나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데요... 이 작품은 그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더군요.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에서 일반적인 영화 형식으로의 전환은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웠고, 비교적 저예산 영화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특수 효과와 진짜 같은 외계인의 모습은 감탄스러웠습니다. 느슨해지지 않는 이야기의 전개 속도도 매우 만족스러웠고, 기대 외로 박력 넘치던 액션 신들도 저를 무척 즐겁게 해 주었죠.

영화가 마치, 잘 익은 알갱이로 속이 꽉꽉 들어찬 오렌지와 같은 느낌이라 하면, 이상한 비유일까요? 영화의 다양한 면모에서 상당히 높은 품질을 보여주고 있는데, 블롬캄프 감독의 첫 '풀 피쳐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려움마져 느껴질 정도로 훌륭합니다.



주인공 비커스는 분명 비호감 캐릭터입니다. 첫 등장에서는 단지 조금 멍청해 보일 뿐이지만, 그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공무원 특유의 '난 분명 규칙대로 하고 있으니까 전혀 아무런 잘못도 없거든?' 태도와 함께, 겉으로는 외계인들을 위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이 외계인들은 꼴통들에 멍청한 범죄자들 투성이, 몽둥이가 약이여!'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여과 없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이런 특급 찌질이인 그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영화 마지막에서는 그가 그렇게 깔보던 외계인을 위해 스스로의 앞날을 희생할 수 있을 정도로 바뀌게 됩니다. 모두가 그에게 등을 돌리는 시련 속에서, 유일한 희망이었던 크리스에 대해 어느 정도 동정심을 갖게 되는 거야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결국 자신이 치료받을 수 있는 희망까지 포기하는 건, 비커스가 찌질이에서 확실히 더 나은 인간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이 아닐까요? 결국 이 영화의 주제는, 이런 찌질이도 노력하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농담입니다;;;)



영화에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인종 차별 관련된 비유에 대해서도 말이 많더군요. 우주선이 도착한 곳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라는 시점에서 이미 '너무 노골적인' 수준을 넘어선 게 아닌가 싶네요 ^^ 가짜 다큐멘터리의 인터뷰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과 '다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보면서, 외계인의 자리에 특정 인종들을 대입하더라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누구나 불편함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인종 차별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악랄한 대학살 중 상당수의 기반이 된 사고 방식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에 더더욱 그렇고요.



IMDb 게시판을 둘러보니 주인공의 독특한 억양에 대해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많던데, 저는 '미국식 말투가 아닌' 억양을 무척 좋아하는 관계로 (예전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디카프리오 형님의 멋진 억양이 연상되는) 비커스의 온갖 욕지거리("Fok!")를 매우 즐겁게 듣고 왔습니다 ^^ 카메라 앞에서는 똑바른 모습만 보이려 하던 비커스가 내뱉는 자유로운 욕설들은 물론, 그의 찌질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도 하고요.


뭔가 여운을 남기는 영화의 결말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속편은 절대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굵직하고 무게감 넘치는 영화를 잘 정리하는 엔딩이라 느껴집니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사용했던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되돌아가, 그 뒤의 이야기를 타인의 시선과 생각으로 정리해 주는 방식이 참 괜찮더군요.


마지막으로, 영화에 대한 주의 사항 한 가지를 말씀드리면, 신체 일부가 뜯겨 나간다거나 피가 튀는 등의 고어 장면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a 그리고 고어는 아니지만, 비위를 다소 상하게 하는 징그러운 장면들도 종종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 때문에 이 영화를 놓치신다면, 분명 후회하실 거에요!



P. S. 밸브의 역작 fps 하프-라이프 2를 해 보신 분이라면, 분명 "어 저거 **건이다!"라고 외칠 만한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진지한 분위기인 이 작품 내에서 몇 안 되는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네요 ^^ 또 하나를 꼽으라면 발로 한 포르노(?) 합성일 듯.
영화를 보셨나요? 어떤 장면 얘기냐면요...->

P. P. S. 이 영화의 원작 격이라 할 수 있는 Alive in Joburg를 공식적으로 볼 수 있는 페이지입니다. 6분여 정도의 길이의 짧은 영화인 이 작품은 닐 블롬캄프가 감독하였고, 디스트릭트 9은 이 영화의 아이디어들을 확장한 버전이라 할 수 있죠. 극장판과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별다른 스포일러는 없지만, 민감하신 분이라면 극장에서 영화를 보신 후에 보시는 편이 나을 것 같네요.

P. P. P. S. 한국에서는 어떤 식으로 홍보를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심지어는 상영하는 극장에서도 상영 중인 영화의 포스터를 보기 힘든 이 곳 극장의 특성상 (상영중인 영화는 대부분 영화 제목을 글씨로만 써 놓습니다. 그것도 약어로요;;;) 포스터 한 번 제대로 못 보고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근데 처음에 피터 잭슨의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a 제작자로 참여하였더군요.

P. P. P. P. S. 영화에서 외계인을 지칭하는 'prawn'이라는 단어는, (저 역시 처음에 생각했던) 새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남아공에 있는 왕귀뚜라미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위키피디아에 있는 사진인데요, 무섭게 생겼네요;;; 성체의 크기는 약 4~5 cm 정도라고 하네요.

흠, 근데 이 용어, 국내 극장 자막에서는 어떻게 번역되었나요? 갑자기 궁금하군요.
by anakin | 2009/10/18 07:25 | 영화관련 멋대로 떠들기 | 트랙백(1) | 덧글(16) | ▲top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2009) - 성인들을 위한 2차대전 판타지
Inglourious Basterds (2009)
감독: Quentin Tarantino
작가: Quentin Tarantino
주연: Mélanie Laurent, Christoph Waltz, Brad Pitt, Eli Roth, Daniel Brühl, Til Schweiger, Diane Kruger, Gedeon Burkhard, Jacky Ido 등
상영시간: 153분

(국내 공식 페이지, IMDb 페이지)


이하 내용은 영화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다음 달 개봉이니 더더욱 스포일러에 조심해서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오스트리아 배우 크리스토프 발츠가 연기한 한스 란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네요. 한스 란다는, 최근 몇년 간 제가 본 모든 영화를 통틀어 생각해 봐도, 가장 인상적인 악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토록 사악하고 경멸스러우면서도 빈틈없고 날카롭고 카리스마 넘치고 재치가 번득이는 악당을 과연 또 어떤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스포일러가 되니 자세한 설명은 가립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에게 당부하건데, 영화 사상 최고의 악당 중 한 명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이 영화 절대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내 볼까요? 이 영화를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 액션 영화로 생각하고 가신다면 실망할 확률이 큽니다. 153분의 긴 영화 중, 실제 총질하고 칼질하면서 사람을 죽이는 장면은 의외로 몇 장면 없거든요. 대신, 그 몇 안 되는 폭력적인 장면들은 매우 잘 연출되어 있고 이야기 진행에 기름칠을 해 주는 듯한 느낌. 덧붙여, 타란티노 영화가 으례 그렇듯, 다소 잔혹하고 고어스럽습니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조금은 하고 가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그럼 영화 내내 뭘 하는지 알고 싶으시다고요? 대화를 합니다 ^^ 제 감상문 처음에 언급했던 한스 란다가 특히 많은 대화를 하는데요, 이 대화 장면 하나하나가 정말 굉장한 긴장감을 제공합니다. 상대의 속마음을 알아내기 위해 치열한 두뇌 싸움을 하면서, 겉으로는 서로 아무 일도 없는 듯한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정말 x줄이 타들어갑니다. 대사와 연출 만으로 이 정도의 긴장감을 관객에게 줄 수 있다는 건 무척 놀라운데요, 서로 총질하며 싸우는 장면들에서 차라리 한숨을 돌릴 정도라면, 그 긴박감이 얼마나 강한지 대충 짐작이 가능할까요?


더불어, 감상문의 제목에도 적었듯이, 이 작품은 2차 세계 대전을 소재로 한 판타지, 픽션, 허구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독일군, 미국군, 영국군은 너무도 전형적인 모습들이라서 웃음이 나올 정도죠. 히틀러는 또라이에 피에 굶주린 미치광이처럼 나오고, 괴벨스는 히틀러의 충성스런 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입니다. 미국군 바스터즈단은 온갖 폼은 다 잡는데, 실제 중요한 작전에서는 그 무능함을 (특히 대장인 알도 레인이) 여실히 드러내고, 영국군의 거만한 대사(바스터즈? 무슨 이름이 그따위야?)와 위스키를 챙기는 모습에서는 이것이 모두 감독의 의도적인 비꼼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블랙 유머는 물론 영화의 매력에 플러스가 되고요.


영화에 대해 또 한 가지 주의하실 것은, 브래드 피트와 바스터즈단보다 쇼산나와 위에서 언급한 한스 란도 대령 쪽이 오히려 더 비중이 높다는 점이랄까요? 타란티노 감독은, 쇼산나는 처음부터 큰 비중을 지닌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피트가 연기하는 알도 레인의 강한 억양과 재미있는^^;;; 이탈리아어 연기는 시간상 짧지만, 매우 강렬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확실히, 타란티노 감독은 천재적인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나름 단순한 스토리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능력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요, 이는 스토리의 진행 속도, 캐릭터, 연출, 대사 등의 모든 것이 절묘한 조화를 이룸으로서만 가능한 것 같습니다. 정말 감탄스럽네요.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한스 란다 역의 크리스토프 발츠는 정말 최고입니다 (=b-o-)=b


마지막으로 잊을 수 없던 인상적인 대사 하나...->



P. S. 국내 상영 제목인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그리고 Inglourious Basterds단의 번역인 개떼들, 솔직히 말해 원제와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밴쿠버 한국일보 기사에서는 '상놈의 개자식들'이라는 번역을 썼는데, 다소 과하게 강한^^;;; 느낌도 있지만, 이 쪽이 오히려 원제의 느낌을 더 잘 전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by anakin | 2009/09/22 04:51 | 영화관련 멋대로 떠들기 | 트랙백 | 덧글(3) | ▲top
해운대 (2009)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만...
해운대 (2009)
감독: 윤제균
주연: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이민기, 강예원, 김인권 등
상영시간: 120분

(공식 홈페이지)


이하 내용은 영화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만, 웬만한 분들은 이미 보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a


아아, LA는 참 좋은 동네입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니 말이죠. 개인적으로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 가장 '제대로' 보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한국 영화 상영관에 대해서는 정말 감사할 수 밖에요.

뭐 여기까지는 일단 좋은데요... 해운대라는 영화 자체는 썩 만족스럽지는 않더군요. 이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였다는 얘기도 있던데, 많은 사람이 본 영화라고 해서 꼭 잘 만든 영화라는 법은 없죠.



개인적으로 저의 가장 큰 불만은 이 영화의 유머 코드인데요, 전체적으로 관객을 열심히 웃기려 하지만, 별로 웃기지가 않네요. 특히 겔포스 유머는 좀 너무한 듯 -_- 유머 코드는 개인 취향을 좀 타게 마련이겠지만, 저처럼 생각한 분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어쩐지 듭니다.


그리고 감동을 주기 위한 장면들은 정말 눈물나게 감동적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앞 문장은 사실 거짓말이에요-_-

감동을 주기 위한 장면들은 모두 어째서인지, 다른 영화에서 이미 보았음직한 장면들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으음, 그렇게들 관객의 눈물을 짜낼 아이디어가 없었나요? 휴우.



그럼 재난 장면의 cg는 잘 되었느냐고요? 제 느낌을 솔직히 얘기해 보면, 보면서 종종 '저거 좀 어색한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물 표현하는 것이 썩 간단한 기술은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그래도 영화 관객의 입장에서, 화면을 보면서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에 대해 너무 쓴소리만 늘어놓은 것 같은데, 결국 저도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왔고, 상영 시간 동안 저를 지루하지는 않게 해 주었던 건 인정해야 할 것 같군요. 일단 조폭 마누라처럼 보고 나오면서 화가 나진 않았으니 말이죠 --a 그리고 사투리에 관련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까막귀'인 저로서는 설경구와 하지원의 사투리 연기는 많은 노력을 들였으리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제 부산 분들이 듣기에는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여러 면에서 좀 더 나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상당히 많이 남습니다.



P. S. 마지막으로 딴 소리 조금 덧붙이자면요, 저는 평생 부산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는 관계로 해운대를 보면서 "어 저기 나도 가 본 곳인데"라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었고, 그냥 뭐랄까, "전형적이고 특별할 것 별로 없는 한국 도시"라는 느낌 뿐이었습니다 --a 아는 곳을 발견하는 것 또한 이 영화를 보는 하나의 재미 요소일 듯 한데 그걸 전혀 느끼지 못해 좀 손해본 느낌이네요.

P. P. S. 공식 카페의 공지 사항에 의하면, 2009년 9월 6일 기준으로, 해운대는 1108만으로 역대 한국영화 관객수 4위입니다. 톱 10 영화 중 제가 본 건 왕의 남자, 해운대, 디워, 친구, 웰컴투동막골까지 반타작이네요.

P. P. P. S. 저기요, 근데 국내 영화 공식 홈페이지들, 꼭 플래시로 그렇게 무겁게 만들어야 하나요? 해외에서 정보 찾아보는 사람들은 느려터진 웹망에서 플래시 로딩하는 시간 때문에 쬐까 갑갑하네요. 뭐, 국내에서 영화 관객 수 올려줄 놈들도 아니니 홈페이지도 보지 말라는 뜻이라면 뭐 할 말은 없습니다만 --a
by anakin | 2009/09/19 07:29 | 영화관련 멋대로 떠들기 | 트랙백 | 덧글(3) | ▲top
슬럼독 밀리어네어 (2009) - 기적은 이루어져요. 운명이니까.
Slumdog Millionaire (2008)
감독: Danny Boyle, Loveleen Tandan
작가: Simon Beaufoy (스크립트), Vikas Swarup (소설)
주연: Dev Patel, Freida Pinto, Saurabh Shukla, Madhur Mittal 등
상영시간: 120분

(IMDb 페이지)


이하 내용은 영화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만, 국내에서도 미국에서도 모두 상영관에서 내렸으니 좀 걱정 없이 제 느낌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로, 알아서 보시기 바랍니다 :)



작년 말 이 영화로 인해 시끌벅적하던 걸 보았고, 올해 국내에서 개봉하면서 블로그가가 시끌벅적한 것을 역시 보았지만, 기회가 안 되어서 못 보고 있던 것을 정말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네요. 영화를 보고 난 지금, (다소 높아져 있던) 기대만큼 대단한 작품은 아닌 듯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두어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등장 배우들은 (인도 출신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인도인, 그리고 감독은 영국인, 이제 다소 지겨운 감도 있는 헐리우드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단 신선했고, 보일 감독이 의도적으로 곳곳에 넣은 '볼리우드' 스타일은 새로웠습니다. 이게 가장 두드러졌던 점은 마지막 엔딩 크레딧, 이제 모든 어려움은 끝나고 모두 흥겨운 음악에 춤을 추며 마무리를 짓는 장면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의외로 이 영화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 하는 다소 특이하지만 이 영화의 특성 상 필수였던 편집은 재미있었고 (퀴즈 문제들이 자말의 일생동안 일어났던 중요한 연관 사건들과 동일한 시간 순서대로 출제되었다는 이상한 점은 논외로 하도록 하죠^^) 힘들고 괴로운 자말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꼬맹이들의 맹랑한(?) 연기도 영화의 주요 감상 거리입니다. 자말의 형 살림의 꼬맹이 버전은 너무 성숙해서 다소 애늙은이 같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어른 버전 라티카가 기차역에서 위를 올려다 보며 미소짓는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시간이 멈추고 라티카의 빛나는 얼굴만이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



영화의 가장 약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하는 결말부, 결국 모든 것은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가 되고, 살짝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단지 "운명이니까"라는 식으로 덮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만, 영화 내내 보여준 자말의 고난과 역경의 끝은 그래도 좋은 결말로 만들어줘야 영화 전체가 너무 어두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어차피 영화 내내, (픽션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우연에 기대어 진행해 온 것을 고려해 볼 때에, 영화의 결말 또한 판타지다운 결말이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요. 덕분에, 너무 예측대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주었던 것은 좀 아쉽긴 하지만요. 그래도 다들 해피 엔딩을 원하잖아요? 아닌가요? ^^a



이 영화의 퀴즈쇼 대박은 단지 소재 중 하나일 뿐이고, 결국 영화의 가장 핵심을 이루는 것은 자말의 사랑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자말이 퀴즈쇼에 나간 것도, 그 모든 퀴즈들을 맞출 수 있었던 것도,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를 안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운명이었기 때문이죠. 판타스틱한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 슬럼독 밀리어네어!



하지만 그 이면을 생각해 보면, 자말이 성공할 운명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가 혹 실패할 운명이었더라면, 평생 차이 왈라로 일하면서 덧없는 어린 시절의 사랑을 애타게 찾기만 하다 죽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니 조금 우울해집니다. 이런 스토리로도 영화 하나 충분히 만들 수 있을 듯 합니다. 너무 암울해서 인기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요-_-;;; 하지만 잘 만든 영화라면 저는 볼 겁니다 --a



P. S. 번역에 대한 잡담 한 마디.

영화를 보면 가장 처음에 자막으로 퀴즈가 하나 나오면서 시작합니다. 제가 국내 극장에서 보지 못해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네이버 영화 소개 페이지를 보니 이런 번역이 있더군요.

자말 말릭은 퀴즈쇼에서 상금 6억원이 걸려있는 최종 단계에 왔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A: 속임수로 / B: 운이 좋아서 / C: 천재라서 / D: 영화 속 얘기니깐(It is written)


퀴즈 원본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IMDb Slumdog Millionaire FAQ)

Jamal Malik is one question away from winning 20 Million Rupees. How did he do it?

(A) He cheated
(B) He's lucky
(C) He's a genius
(D) It is written


(D)의 "It is written."을 "영화 속 얘기니깐"이라고 번역을 해 놓았네요.

사실 다소 생소한 표현이지만, 영화 내에서 사용되는 맥락을 보아, 저 말은 "운명이었다"는 말로 해석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저것을 "영화 속 얘기니까"라고 번역한 건 좀 아닌 것 같네요. 저 번역을 하신 분은 영화를 과연 보기나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운명적인 사랑에 대해 긴 시간 동안 진지하게 이야기한 영화를, 한방에 허무개그 영화로 만들어 버리는군요.

더불어, 파급력이 강한 네이버에 올라온 내용이다 보니 또 수도 없는 사람들이 퍼다가 자신의 감상문에 넣었고요. 하지만 천만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저 번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by anakin | 2009/08/20 09:49 | 영화관련 멋대로 떠들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12) | ▲top
업 (2009) - 하늘 높이, 그대의 꿈을 향해 날아요
Up (2009)
감독: Pete Docter, Bob Peterson
주연: Edward Asner, Christopher Plummer, Jordan Nagai, Bob Peterson, Elie Docter 등
상영시간: 96분

(국내 공식 홈페이지, 영어 공식 홈페이지, IMDb 페이지)


이하 내용은 영화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개봉을 안한 것 같으니 스포일러에 더욱 주의하여 적어 봅니다 --a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정보에 의하면 국내는 7월 30일 개봉이라고 하네요.


픽사의 작품 상영에는 매년 다음 프로젝트의 예고편이 포함되어 있곤 하죠. 작년 여름에 보았던 월·E도 사실 그 전 해의 라따뚜이에 포함되었던 예고편을 본 순간 반드시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헌데, 업의 예고편은 사실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집에 풍선달고 날아가는 (정신나간;;;) 할아버지와 동양인 꼬마의 모험 이야기. 뭐 크게 대단한 것이 있을까 싶었죠.


영화를 보고 난 지금, 저의 기대를 정말 크게 넘어선 작품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업이 단순한 모험 이야기 뿐이었더라면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로 끝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영화에는 사랑과 애정에 대한 진득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 전체에서 다소 적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칼 프레더릭슨의 행동의 큰 계기가 되는 중요 포인트죠.


영화의 처음 몇 분, 빠른 전개로 칼의 인생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주는 농도 짙은 따뜻함과 훈훈함, 그리고 모든 사건이 끝난 후 엔딩 크레딧에서 보여지는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은 여러 가지로 사람과 사람 간의 따스한 정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줍니다.

스포일러 주의->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무슨 심각한 무게만 잡는 영화는 아닙니다^^ 결국 영화 내내 관객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은 코미디거든요. 칼을 제외한 거의 모든 캐릭터가 유머를 위해서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농담들이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고, 모든 갈등은 결국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천방지축 할아버지의 맹활약(?)으로 해결이 됩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유머+모험은 이 작품 전체를 크게 지배하는 요소였습니다. 그렇기에 가볍게 보고 웃기 위해서 보기에도 상당히 좋은 영화고, 아이들부터 성인까지 누가 봐도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애정과 꿈을 포기하지 않은 한 할아버지와 꼬마의 모험과 사랑 이야기, 업. 모든 커플들이 이 지구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나, 개를 죽도록 싫어해서 그림으로 화면에 등장하는 것조차 견딜 수 없는 분이 아니라면, 이 작품 꼭 한 번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마지막으로...대사 스포일링 약간->



P. S. 픽사 작품의 또 하나의 특징인 '본편 시작 전의 단편'이었던 Partly Cloudy는 본편과 유사하게 코믹+살짝 감동의 코드를 담고 있었습니다. 형체가 비교적 자유로이 변화하는 구름의 모델링이 인상적이더군요 :)

P. P. S. 픽사의 전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한 존 라첸버거(John Ratzenberger), 예상하셨겠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빠지지 않고 나왔습니다 ^^ 그가 연기한 캐릭터를 정리해 봅니다.

토이 스토리 (1995) : 돼지 저금통 Hamm 역
벅스 라이프 (1998) : P. T. Flea 역
토이 스토리 2 (1999) : 돼지 저금통 Hamm 역
몬스터 주식회사 (2001) : 설인 (The Abominable Snowman) 역
니모를 찾아서 (2003) : Fish School 역
인크레더블 (2004) : 언더마이너 (Underminer) 역
카 (2006) : 트레일러 트럭 맥 (Mack) 역
라따뚜이 (2007) : 무스타파 (Mustafa) 역
월·E (2008) : 존 (John) 역
업 (2009) : 공사 현장 감독 톰 (Construction Foreman Tom) 역

P. P. P. S. (사방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되어 주변 지역과 고립되어 있는) 패러다이스 폴스와 그 옆 높은 돌탑의 지형은 아더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 경의 The Lost World에 나오는 잃어버린 세계의 모습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하네요.

P. P. P. P. S. 패러다이스 폴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순간 떠올랐던 것은 폴아웃 3(Fallout 3)의 노예 상인들의 본거지인 그 곳이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_-;;; 어째서인지, 악당 두목은 옷 잘 빼입은 흑인이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P. P. P. P. P. S.
픽사의 내년도 프로젝트의 제목이 혹시 궁금하신가요?->

by anakin | 2009/07/08 07:11 | 영화관련 멋대로 떠들기 | 트랙백(1) | 덧글(7) | ▲top
데어 윌 비 블러드 (2008) - 피는 흐르리라, 땅 속 검은 기름처럼
There Will be Blood (2008)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Paul Thomas Anderson)
주연: 데니얼 데이-루이스 (Daniel Day-Lewis), 폴 데이노 (Paul Dano), 딜런 프리지어 (Dillon Freasier) 등
상영시간: 158분

(IMDb 페이지)


이하 내용은 영화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 영화에 대한 감상문을 꼭 써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ozzyz 님의 이 글 때문이었습니다. 네, 저 글을 보신 분은 뭔가 이상한 걸 느끼셨을 텐데요, 언급한 글은 2008년 12월 6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근데 제 감상문은 왜 해를 넘겨서 이제서야 올라왔느냐고요? 글은 작년 12월에 시작해 놓고, 계속 질질 끌다가 이제서야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_=)


저로서는 보고 나서 상당한 아쉬움이 남았던 영화입니다. 영화가 별로여서가 아니라, 이런 멋진 영화를 제대로 된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비행기 좌석의 작은 화면과 싸구려 헤드폰으로밖에 보지 못했던 것이 대한 아쉬움이었죠 ㅠㅜ


관객을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런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로 2시간 반이 넘는 긴 영화 동안 결코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했던 건 결국, 두 주연 배우의 눈부신 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데니얼 데이-루이스와 폴 데이노가 연기하는 데니얼(Daniel Plainview)과 일라이(Eli Sunday) 두 캐릭터의 대결 구도는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요 동력인데, 이 두 분, 정말 강력합니다.


남들 앞에서는 웃는 얼굴로 자신이 가정적인 사람(family man)임을 강조하며 마을의 발전을 위해 일할 것이라 말하면서,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임을 몰래 고백하는 데니얼의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너무도 잘 그려 낸 데이-루이스의 연기는 정말이지 환상적입니다. 자신의 사업을 위해 일라이의 교회에서 갖은 모욕을 견뎌내며 분노를 억누르는 처절한 장면은 정말 소름이 오싹 돋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위대한 배우가 있더라도, 혼자 독불장군 행세를 해서는 영화가 빛날 수가 없죠. 그의 상대인 일라이의 역을 맡은 폴 데이노 역시 겉으로는 신을 따르고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교회의 책임자, 그러나 내면은 돈을 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재물 앞에 나약할 뿐인 한 인간의 모습을 정말 설득력 있게 연기해 냅니다.


이 두 사람의 이 치열한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는 그 존재 가치를 충분히 부여받는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



영화에 대해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것으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을 언급하고 싶네요. 영화 중간 기름이 땅에서 치솟는 장면에서, 또 엔딩 크레딧에서 나오는 이 곡은 승리의 감격을 너무도 고전적인 느낌으로 전달해 주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에, 솔직히 말씀드리면, 브람스 바협, 제가 너무너무x100 좋아하는 곡이라서 그렇습니다 ^^ 그게 또 나름 사연이 있는데, 혹 기회가 되면 적어보도록 하죠.


그리고 영화를 끝까지 보신 분만 눌러 보세요->

by anakin | 2009/01/16 15:46 | 영화관련 멋대로 떠들기 | 트랙백(1) | 덧글(2)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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