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deus :: 밤의 여왕의 아리아, 그리고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영화 아마데우스 후반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모차르트는 자신의 술친구들과 밤새 술마시고 놀다가 새벽에 만취한 상태로 집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집안은 황량하고, 콘스탄체는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후에 나타난 모차르트의 장모님! 엄청난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풀한 소프라노의 목소리로 끝없이 모차르트를 비난합니다. 그것을 그저 멍하니 보고 있는 모차르트. 카메라는 점점 장모를 클로즈업 하고... 다시 줌 아웃 한 카메라에는 오페라 마술피리의 한 장면이 잡힙니다! 소프라노 가수는 그 유명한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부르고 있고요. ^^


이 장면에서의 코믹한 연출은 정말 멋지죠. 이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의 원제는 따로 있지만, 극 중의 '밤의 여왕'이 부르는 아리아이기 때문에 '밤의 여왕의 아리아'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곡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잘 모르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노래를 직접 들어보면 분명 "아 이 노래!" 하며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음원을 연결하면 정말 좋을텐데 아쉽군요;;) 그도 그럴 것이, 정말 온갖 TV CF에서 등장하는 배경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곡의 난이도 때문에 스스로의 실력을 뽐내고 싶어하는 소프라노 가수들이 애용하는 레파토리가 되어 있기도 합니다.


헌데, 이 노래에 있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소프라노 솔로 때문이 이 곡이 밝은 분위기의 곡으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간혹 있으십니다. 이 아리아는 밤의 여왕이 자신의 딸에게 단검을 건네주면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원제는 '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이죠. 직역하면? 제가 독일어를 잘 몰라서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대강 '지옥의 복수심이 나의 마음 속에 끓고 있네' 정도가 될 겁니다. 흐음, 좀 살벌하다고 생각이 드나요? 그러면 노래 전체의 가사 내용을 대강 적어드리죠.

지옥의 복수심이 나의 마음 속에 끓고 / 죽음과 절망이 사방에 불타는구나 / 너의 손으로 자라스트로가 죽음의 고통을 느끼게 되지 않으면 / 너는 영원히 나의 자식이 아니니라 / 영원히 추방되어 영원히 버림 받고 / 영원히 모녀의 연이 끊어지리 / 너의 손으로 자라스트로(설리님 지적으로 수정합니다)를 없애라 / 복수의 신이여 이 맹세를 들으시오!

결론적으로, 자신의 딸에게 누군가를 살해하라는 명을 내리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무기까지 건네주면서! 그것도 모자라서 실패하면 모녀의 연까지 끊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으헉! orz

무시무시하군요. 이런 살벌한 내용의 노래가 TV의 온갖 CF의 배경 음악으로 깔렸다니.. 이거 원, 낭패군요. 아리따운 아가씨가 맛있어 보이는 과자를 먹으면서 "너의 손으로 자라스트로(설리님 지적으로 수정합니다)를 없애라!"고 노래하고 있다니... 공포 영화의 한 장면보다도 엽기스럽군요^^;;;



*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1868~1944)
이 아리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 분에 대한 언급을 안하고 넘어갈 수 없죠. 이 분이 뭐 하신 분이냐고요? 흐음... 말하자면... 가수입니다. 음반도 몇 장 녹음했죠. 일단, 그 분의 앨범 자켓을 한 번 보시죠. :)


저 물음표의 의미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

여기에 또 다른 앨범의 자켓이 있습니다.


Murder on the High Cs? 음반 제목이 좀 이상하군요. 그리고 저 핏빛 음표는...?

직접 음원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 링크 [새 창]를 눌러보시면 샘플을 들어보실 수 있는 사이트가 나올 것입니다. 우선 들어보세요^^ (위 그림 출처도 이곳입니다)

젠킨스 여사는 과연 어떤 분입니까? 그녀는 1868년 미국 펜실베니아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그런 그녀의 야심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17살에 음악 유학을 가고 싶어하였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좌절되었습니다. 의사였던 그녀의 남편도 그녀의 음악에 대한 열정에 전혀 신경써 주지 않았죠.

그런 남편과 이혼하고, 아버지로부터 큰 유산을 물려받아 여유가 생긴 그녀는 이제 그녀의 꿈이었던 소프라노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다른 소프라노들처럼 멋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니, 그냥 평범했다고 해야 할까요... 솔직히 말씀드리죠.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들어주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_-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근 30년 동안이나 계속 공연을 하였습니다. 노래는 너무나 못하지만 노래를 부르며 너무도 행복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저 신기하고 웃겨서 구경왔지만, 나중에는 그녀의 그러한 행복을 함께 하기 위해 오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고정 팬클럽(주로 나이가 들어 청력이 약간 떨어지시는 노부인들이었다고 하네요;;)도 생겼고, 그녀는 돈과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유명해진 그녀는 그녀의 재산을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데에 전혀 주저하지 않았으며, 여러 다양한 사회 활동도 해서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스스로의 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냐고요? 완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녀에게 청중의 웃음 소리는 그저 '질투심 많은 이들의 비웃음'일 뿐이었고, 신문의 악평은 단지 '예술을 모르는 무식한 이들의 어리석은 비난'일 뿐이었습니다. 음반 녹음시에도 스스로 부른 노래가 너무 완벽해서 더 수정할 것이 없다며 첫 녹음으로 바로 음반을 만들 정도였다고 하니, 그 자신감은 정말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착각 속에서 살았던 젠킨스 여사였기에, 1944년에는 주변의 권유에 못이겨 결국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하였습니다. 일부는 그녀의 골수 팬들로, 일부는 '대체 얼마나 못 부르길래 그렇게 유명한 거야?'라는 호기심에 온 사람들로, 카네기 홀은 초만원을 이루었고, 그녀는 한 달 후, 76세의 나이로, 아주 행복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의 가장 유명한 음반인 The Glory (????) of the Human Voice에서 가장 짧고 가장 쉬운 곡이 모차르트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라고 하는군요. ^^ 다른 모든 것은 접어두더라도, 젠킨스 여사의 스스로의 재능에 대한 '자신감'만은 모차르트 못지 않은 것 같아요.

Mozart: Then why doesn't he simply appoint me to the post?
Von Strack: Mozart, you are not the only composer in Vienna.
Mozart: No, but I'm the best.

모차르트: 그럼 왜 그는 나를 그냥 임명하지 않는 거요?
본 스트락: 모차르트, 비엔나에는 작곡가가 당신만 있는 것이 아니요.
모차르트: 그렇죠, 하지만 내가 최고잖소.
by anakin | 2005/01/28 20:05 | 고전 음악 | 트랙백 | 덧글(16)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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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설리 at 2005/01/31 16:11
일반매체에서 나오는 것은 정말 쓰임새를 모르고 쓰이는 음악이 너무 많습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남몰래흘리는 눈물"인데 늘 슬픈장면에서 나오죠...사실은 기쁨의 눈물인데 말이죠..^^ p.s.사라스트로->독일어이므로 자(짜or차)라스트로가 맞을거에요~^^
Commented by anakin at 2005/01/31 16:20
설리 님 // 그렇군요! 제가 독일어를 잘 몰라서요;; 지적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복면괴인L at 2005/02/02 22:49
옛날에 학교에서 <마술피리>를 봤던 기억이 나네요.^^ 내용은 잘 이해 못했지만 말입니다. 아는 노래 나왔다고 좋아하던 부분이었기도 하구요. 링크 신고 드립니다.^^
Commented by anakin at 2005/02/03 00:53
복면괴인L 님 // 사실 마술피리가 오페라 중에서도 스토리가 단순하지 않은 편이죠^^ 그래도 아리아가 워낙 유명하니.. 그리고 링크 감사드립니다. :)
Commented by 하일트 at 2005/08/17 01:35
안녕하세요, 제 이글루에 남기신 댓글 보고 따라왔습니다. 제가요, 고등학교 때 라디오를 듣다가 이 젠킨스 디바님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나오는 걸 듣고 <대박이다!> 싶어서 당장 녹음을 했거든요. 며칠 후 학교에 그 테이프랑 워크맨을 들고 가니까 애들이 그걸 돌려듣고 그러더라구요. "야, 하일트, 이거 네가 불렀지."
Commented by anakin at 2005/08/17 13:00
하일트 님 // 반갑습니다^^ 고등학교 때에 그런 일이 있으셨단 말입니까.. 당황스러우셨겠네요;; 그분의 파워는 정말 강력하죠;;
그래도 여사님은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 속에서 돌아가신 점을 생각해 보면 일면 부럽기도 해요.
Commented by 사과주스 at 2005/08/18 16:56
아, 이거 들어본적 있어요;; 어쩌다가 듣게 됬는지는 기억이 않나지만 어쩋든 듣다가 처음에는 뜨악했었는데 나름대로 즐겁더군요. 뭐, 행복이 번져나가는 느낌이랄까. 굉장히 즐거움에 가득차 있는 느낌이라서 노래솜씨는 논외로 치고 좋더라구요. 실제로 그녀가 공연하는 모습을 한번 볼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듯 해요.(그래도 또 들으라면 글쎄요;)
Commented by anakin at 2005/08/18 20:49
사과주스 님 // 헛 사과주스 님도 들어보셨단 말입니까;; 노래 실력은 필히 논외로 생각하며 감상하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그리고 아마도, 사과주스 님처럼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았으니 카네기 홀 초만원이 이뤄질 수 있었겠죠? ^^
Commented by dyhan81 at 2006/04/05 20:37
저는 개인적으로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불렀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고, 올해가 이탈리아가 지정한 모차르트의 해라서 음원을 구입하여 들으면서 기교가 뛰어나다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런 가사 내용인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하하... 끔찍하네요.
Commented by anakin at 2006/04/06 09:01
dyhan81 님 // 저도 처음 알았을 때에 충격받았죠. 외국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불편함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6/10/20 22:43
콘스탄체가 주인공인 레아 징어의 모 소설을 보면 베버장모님이 돌아가실 때 마술피리 얘기를 꺼내더니 밤의 여왕이 사실은 진짜 주인공이라고 바득바득 우기시는 장면이 나와서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나름대로 아마데우스의 저 장면에 대한 안티테제를 쓰려는 생각이었던걸까)

젠킨스아줌마 얘기는 감동적이라 할지 질렸다고 할지 참 미묘하군요. ;-3
Commented by anakin at 2006/10/21 01:38
잠본이 님 // 으하하, 그런 소설이 있었나요? 정말 재미있네요 ^^
그리고 젠킨스 여사님 이야기는... 참 특이하죠? =_= 사실 저도 어떤 쪽을 더 강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Commented by Carmen at 2007/03/08 15:53
으하하하하 처음에 젠킨스 여사의 밤의 여왕 들었을때는...짜증나서 휙~이였습니다..
오늘 다시 들어봤는데.....배꼽잡고 웃었습니다.ㅠ_ㅠ
(오메!)
Commented by anakin at 2007/03/09 13:46
Carmen 님 // 여사님의 노래는 언제 다시 들어봐도 놀라울 뿐이죠 ^^;;;
Commented by 짭새 at 2009/01/22 16:38
http://blog.naver.com/raccodn119?Redirect=Log&logNo=90012433949
로 들어가 보셔요 노래 들을 수 있으니까.. 참 웃기는 노랩죠 엄마도 웃으셨다니까요..ㅡㅡ;;

*주의- 볼륨을 크게하고 들으시면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웃길지 모르나..

주변의 짜증을 유발시킬지 모르니 꼭 작게 들으세요





계속 들으시면 흥분을 일으켜 모니터나 스피커를 부술수도 있으니

[1번]만 들을것을 권장합니다



주위에 임산부나 노약자 및 어린이가 있다면 듣지못하게 하십시오

정신에 엄청난 충격을 줍니다.

Commented by anakin at 2009/01/23 03:51
짭새 님 // 비교 청취를 할 수 있는 링크로군요. 감사드립니다.

아아, 언제 들어봐도 눈물이 흐르는 여사님의 목소리로군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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