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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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우스 (1984)


Amadeus (1984, DC in 2002)

감독: 밀로스 포만(Milos Forman)
주연: 톰 헐스(Tom Hulce), F. 머레이 아브라함(F. Murray Abraham), 앨리자베스 베리지(Elizabeth Berridge)
각본: 피터 섀퍼(Peter Schaffer)
상영시간: 160분 (DC는 180분)

(이하 모든 글은 아마데우스의 Director's Cut 버전(2002년 릴리즈)을 기반으로 서술함을 미리 밝힙니다)



이 영화... 진정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라고 자신있게 선언합니다!

1984년도의 아카데미 상 8개 부문 수상, 그리고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 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참고자료 출처: Awesome80s.com) 예,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감명받으며 관람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에 관한 영화입니다. 더 이상의 수식은 단지 사족에 불과할 것 같군요.

너무도 위대하고 또 유명한 영화이기에, 선뜻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군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살리에리입니다. 방금 모차르트에 관한 영화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냐고요? 예, 분명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에 관한 영화지만 그것은 주인공인 살리에리의 눈을 통한, 그의 말에 의해 서술되는 모차르트입니다. 이야기는 분명 늙은 살리에리의 이야기, 그의 고백에 의해 진행되지 않습니까.

이 영화는, 신에게 도전하는 성난 자의 처절하고 슬픈 이야기입니다. 살리에리가 어릴 적 지녔던 음악에 대한 갈망은 그의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되었고, 훗날에는 모차르트에 대한 질투심이 됩니다. 그가 이룬 급속도의 음악적인 성장은 모차르트가 등장함으로써 빛을 잃게 되고,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신의 음성, 더 나아가 모차르트는 신이 선택한 도구, 신의 현신이라고까지 믿게 됩니다. 모차르트 음악의 신성한 아름다움은 알아볼 능력이 있지만 그것을 만들어 내기는 커녕 흉내도 내지 못하였던 살리에리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점점 신을 저주하게 되고, 급기야는 그의 도구인 모차르트를 죽이기 위한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결국 모차르트는 죽었으나 그의 음악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유명해지고, 반면 살리에리는 그 후에도 32년동안이나 자신의 음악이 점점 잊혀져 가는 과정을 비참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저주받은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죄를 사해주는 살리에리의 모습과, 마지막으로 들리는 모차르트의 웃음, 그리고 조용히 흐르는 모차르트 피아노 콘체르토 20번 2악장 Romanze. 너무나 명백하게도 최후의 승자는 살리에리가 아닌 모차르트로군요.


이 영화의 볼 거리를 꼽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역시 돋보이는 것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아브라함의 살리에리 연기입니다. 그는 젊은 살리에리와 늙은 살리에리 역을 동시에 소화해 내며 대단한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젊은 살리에리는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인 조셉 2세의 총애를 받고 있는 Kapellmeister, 즉 궁중 악장입니다. 그렇기에 체면상 자신의 감정 표현을 극히 절제합니다. 그러한 절제된 감정의 표현은 모두 '늙은' 살리에리가 맡습니다. 32년이라는 세월동안 이미 명예와 체면 따위는 모두 잃고 단지 이제 범상함만이 남아있는 힘없는 노인, 살리에리가 말이죠. 이야기 중간중간, 살리에리의 감정이 격해질 때에는 늙은 살리에리의 독백으로 다시 전환됩니다. 그리고 늙은 살리에리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말로, 표정으로, 그리고 몸짓으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목관을 위한 세레나데를 처음 듣게 되었을 때, 그의 얼굴 표정은 정녕 천상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아버린 자의 기쁜 환희로 넘칩니다. 콘스탄체가 모차르트 몰래 악보를 빼내어 살리에리에게 가져가 보여주는 장면에서, 신의 음악이 적힌 악보를 보며, 그 음악에 근접할 수 없는 자신을 알게 되는 늙은 살리에리의 절망감은 정말 강렬하고, 처절합니다. 파티에서 자신의 음악을 조롱하는 모차르트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젊은 살리에리와, 처참한 복수를 다짐하는 늙은 살리에리의 대조는 그의 증오심을 더욱 강렬하게 우리에게 전달해 줍니다. 그러한 증오심은 또한 모차르트에 대한 자신의 복수 계획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역시 진솔하고 깊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차르트 역의 헐스의 연기를 깎아내리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브라함의 연기가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헐스의 연기가 상대적으로 빛을 덜 본 것이지, 헐스 또한 방탕하고 술 좋아하고 입 걸고 자기 마음대로인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모습을 정말 잘 연기해 내었죠. 그의 일명 '하이에나 웃음'은 아마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모르는 분이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음악을 맡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마데우스의 OST를 연주한 네빌 마리너 경(Sir Neville Marriner)과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St. Martin in the Fields). 아마데우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이들의 섬세하며 멋들어진 연주는 극 중의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살리에리의 감격과 증오에 한 단계 더 깊은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본인이겠죠! 이 영화에 나오는 모차르트의 수많은 아름다운 곡들이 없었더라면 과연 이 아마데우스라는 영화가 사람들의 가슴에 이토록 깊은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을까요? 1756년에 태어나 1791년, 36세의 짧은 생애 동안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명곡들을 남겨준 그의 능력에 단지 감탄할 수 밖에 없군요.



(영화 내용에 대해, 특히 음악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기에 이 내용은 다른 글들로 분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종종 글 작성해 올리겠습니다.)

덧글

  • FromBeyonD 2004/11/22 23:47 # 답글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이기도 합니다.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영화를 감상했구요,
    아무리 노력해도 넘어설 수 없는 장벽 앞에서의 무력함이 이 영화의 전반적인 느낌으로 남아버렸습니다.
  • 산왕 2004/11/23 00:07 # 답글

    정말 멋진 영화였습니다^^
  • anakin 2004/11/23 09:10 # 답글

    FromBeyonD 님 // 예, 말씀하신 것처럼 살리에리의 처절한 절망이 정말 절실히 느껴지는 영화죠. 그 절망을 너무도 멋지게 표현해내버린 아브라함의 연기에 정말 경의를 느낍니다.
    산왕 님 // 동감합니다!^^
  • santana 2004/11/23 09:41 # 삭제 답글

    저는 아마데우스 하면 배한성씨가 먼저 생각나요. TV에서 더빙판을 먼저 본 후 원판을 봤거든요. 대개 더빙판은 연기자의 느낌이 안 살아 외면하기 쉬운데, 이 영화속 모차르트 목소리의 배한성씨는 정말 훌륭한 목소리 연기를 보여줬죠. 그 독특한 웃음소리마저 거의 똑같이 흉내냈더라구요.

    극소수의 천재는 분명 범인의 노력 바깥에 있다고 봐요.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수밖에 없는.... 하지만 세상은 천재들만 사는건 아니고, 천재라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건 아니죠, 쿨럭
  • 보름달 2004/11/23 10:19 # 삭제 답글

    정말 재미 있게 본 영화중에 하나이지요~@
    모짜리트의 탁월한 음악의 천재성에 감추어진 살리에리의 비극적인 삶이 가슴아프게 다가온 영화였습니다
  • anakin 2004/11/23 11:59 # 답글

    santana 님 // 저는 한글 더빙판은 전혀 기억에 없어서요;; 근데 배한성씨는 톰 헐스의 웃음을 똑같이 흉내내시다니 정말 대단한 성우시군요 ^^ 그리고 천재라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건 이 영화에서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죠;;;
    보름달 님 // 살리에리의 삶은 분명 비극적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또 군데군데 유머도 적절히 잘 섞어 놓았다고 생각해요. 대표적인 것이 모차르트의 웃음소리..^^;;
  • 케이에챠이 2004/11/24 10:26 # 답글

    음악과 관련한 영화는 정말 괜찮은 영화들이 많습니다. 물론 제대로 만들지 못한 영화는 그만큼 외면을 받지만요. 아마데우스는 정말 지금 봐도 엄청난 작품이죠. 그 오래 전에 소외된 인간으로 조명을 비추어 만들어냈다는 자체만 해도 굉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아, 근데 갑자기 가면속의 아리아가 보고 싶어지네요.(사람의 연상이란 참;;아마데우스를 다시 보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덧글 보고 들렀는데 여기저기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글들이 많이 보이네요.
    시간상 다 둘러보진 못 하고 링크하고 갑니다.^^
  • anakin 2004/11/24 19:25 # 답글

    케이에챠이 님 // 영화 아마데우스의 원작은 피터 섀퍼가 쓴 동명의 연극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으음..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반목은 사실 예전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왔던 소재죠. 그 예로 알렉산드르 푸쉬킨의 연극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오페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있죠.
    그리고 링크 감사합니다. 저와 비슷한 관심 분야를 갖고 있으신 것 같아 반갑군요 :)
  • 스윗아이스크림 2005/02/26 23:56 # 삭제 답글

  • 스윗아이스크림 2005/02/27 00:04 # 삭제 답글

    정말 바빠서 어쩔줄 모르는 절박하고 감성이 풍부하지 못한 현대 사회인들에게있어서 꼭 봐야할 영화라고 느낍니다.
    저도 제 바이올린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셔서 보게 된것인데.
    anakin님꼐서 마지막에 말씀하신것 처럼.. 이런 분야에 대한 유익한 카페라도 생기면 좋을텐데 말이죠...
    정말 비유해야할 말이 '천재' 외에는 감히 빗댈수 없는것 같아요 모차르트나 베토벤같은 음악가들은..
    꼭 전공이 아니라도 피아노나 바이올린같은것들을 배워놓기만 해도 감성이 풍부해지는것을 저도 종종 느낀답니다.
    클래식 듣다가 한국 가요들으면 정말 할말이없어지는것도 자주 느낍니다 비판하는것은 아니지만요..
  • anakin 2005/02/27 11:08 # 답글

    스윗아이스크림 님 // 말씀하신 음악의 거장들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위대하죠 :) 그리고 바이올린 배우시나봐요?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직접 연주를 해 보는 것은 그 음악에 대해 참으로 깊은 시야를 부여해 주거든요. 클래식 음악에 대해 더욱 심도있는 이해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가요에 대해서는.. 저도 열심히 듣지는 않습니다만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듯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또 그런 만큼 각 장르의 음악은 각각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만..
  • liesu 2009/09/13 12:43 # 답글

    정말 명작 중 명작이죠. 마지막으로 본게 한 거의 10년 전인것 같은데, 지금 보면 또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네요.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
  • anakin 2009/09/14 03:28 #

    liesu 님 // 저도 최근에는 못 본 것 같네요. 저도 dvd 꺼내서 복습을 좀 해야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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