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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소설' 이야기 819. 모르도르의 검은 문 앞에서책과 영화와의 편집에 관한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장면입니다.
영화를 회상해 봅시다. 미나스 티리스를 힘겹게 지켜낸 아라곤과 일행들은 사우론의 눈을 유인하여 샘과 프로도에게 마지막 도움을 주자는 작은 희망을 품고 모르도르의 검은 문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길 가망이 없는 전투를 벌이죠. 하지만.. 바로 그 때에 프로도는 반지를 제거하는 데에 성공을 하게 되고 모르도르의 군대는 모두 흩어져 버립니다. 절묘한 타이밍, 감동적인 순간이죠. :)
그렇다면 소설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영화에서는 샘과 프로도가 불의 산에 거의 근접했을 때에 아라곤 일행들도 검은 문 앞에 다다릅니다. 그래서 관객들은 프로도가 이제 조금만 노력하면 반지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죠. 그래서 위험에 빠진 아라곤 일행을 보며 가슴을 졸이게 됩니다. (프로도 서둘러~ 'o') 그리고 막판 갑작스런 골룸의 습격에 손에 땀을 쥐게 되고... 그 긴장감은 결국 반지가 제거되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이 장면에서 피터 잭슨 감독은 두 전장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면서 점점 빠른 음악을 뒤에 깔며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멋진 편집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영화니까 이런 것이 가능하겠죠? 소설에서는 분명 이렇게 처리하지 못했을 겁니다. 오락가락 하며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아무래도 "이노무 작가가 장난하나! 이게 뭐야! >_<"라고 외치는 독자들이 생겨났을지도 모르죠 --;;;
소설에서는 이 검은 문 앞에서의 전투 장면이 '5권'의 가장 마지막 장면입니다. 4권이 어떻게 끝났는지는 전에 얘기해 드린 적이 있죠?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해 드리기 위해 글을 인용하면요...
"2부의 마지막은.. 팔란티르를 본 피핀과 갠달프가 섀도팩스를 타고 곤도르로 달리고 프로도는 쉴롭의 독에 쏘인 채로 오크들에게 잡혀가고 샘은 잠긴 오크들의 탑 정문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에서 딱 잘랐습니다. 거의 절망의 극치로군요. 영화와 비교해 보면 참 사악하죠 --;;;"
이러한 스토리의 절단이 얼마나 사악(?)한건지 부연설명을 해 드리면요, 5권에서 프로도와 샘의 이야기는 단 한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독자들은 궁금해 죽죠... "프로도랑 샘은 시방 어떻게 된겨~ --;;; 궁금해 죽겄구먼! 열심히 읽어도 왜 얘들 야그는 안나오는겨!!"
그러다가 5권의 가장 마지막에서 영화에서는 생략된(확장판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캐릭터인 '사우론의 입'(두둥~)이란 사우론의 부장에 의해 언급되게 됩니다. 그는 아라곤과 갠달프에 대해 모욕적인 말들을 하다가 한 꾸러미를 내놓습니다. 그 안에는 프로도의 옷가지와 미쓰릴 갑옷, 샘의 검이 들어 있죠. 그리고 이야기합니다. "네놈들이 모르도르로 보낸 스파이들은 이미 우리 손에 잡혔다!"
그리고 양측의 군대는 마지막 싸움을 시작합니다. 피핀은 절망에 사로잡히죠. '아.. 프로도와 샘은 이미 사로잡혔고 사우론은 이미 절대반지를 손에 넣었구나. 이제 모든 희망은 사라졌다...' 그러나 그의 눈에 멀리 뭔가가 보입니다. 그들은... 안개 산맥의 독수리들이었습니다.
이를 본 피핀은 목청껏 소리칩니다. "독수리다! 독수리들이 오고 있다!" 이 대사는 반지의 제왕의 앞 이야기인 "호빗(The Hobbit)"에서 나오는 대사입니다. 물론 그 때는 피핀이 아닌 프로도의 삼촌이며 처음 반지를 골룸에게서 뺏어온 호빗인 빌보가 외쳤죠^^
그리고 피핀이 무언가에 얻어맞아 정신을 잃으면서 5권은 끝이 납니다. 모두 절망속에서 싸우면서...
아, 물론 결말까지 다 알고 있는 우리들은 샘이 프로도가 잡혀갔을 때에 자신의 검을 버리고 프로도의 검 스팅을 챙겨갔다는 것이나 또 샘은 프로도를 무사히 구출하여 불의 산에 거의 도달한 것을 알고 있지만 결말을 모르고 있는 독자들은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죠. 프로도와 샘은 잡힌 것 같고, 그러면 사우론은 절대반지를 손에 넣은 것이겠고, 그에 대한 마지막 저항군은 절망적인 전투를 하고 있고... 그러면서 마지막에 나타난 독수리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너무도 궁금해하며 6권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될 것입니다.
영화는 아무래도 시간의 흐름이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개봉 타이밍과 관객의 기억력의 압박으로 이런 연출을 하기는 힘들었겠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무지막지한 절망감 속에 처절한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갑자기!! 장면이 바뀌면서!! '2주 전' 이란 자막이 나오며 프로도와 샘, 골룸이 키리스 웅골 계단을 기어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면... 얼마나 웃기겠습니까? -_-;;;
20. 에오윈의 러브 스토리영화를 보신 분들은 로한의 '백색의 여인' 에오윈이 여러 장면에서 아라곤에게 관심을 보인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하지만 아라곤은 가슴에 걸려 있는 이븐스타, 아웬의 선물을 바라보며 에오윈의 관심을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거절합니다. 소설에서도 그녀는 여러 차례 아라곤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그리고 역시 아라곤은 정중히 그녀와 거리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에오윈의 마음은 가실 줄을 모르죠.
펠레노르 평원의 대전투가 끝나고 큰 부상을 입었던 에오윈과 메리, 그리고 파라미르는 미나스 티리스의 '치료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갠달프, 아라곤과 에오메르, 그리고 아직 팔팔한 레골라스와 김리, 피핀 등은 아직 남은 작은 희망을 위한 최후의 전투, 모르도르의 검은 문을 향해 떠나가죠. 이 때에 파라미르와 에오윈은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서로 전투에 참여하지 못한 동병상련일까요? --a
여튼, 전투에서 승리하고 반지 운반자가 임무에 성공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온 후 파라미르는 에오윈에게 화려한 화술(;;)로 사랑 고백을 하고 에오윈은 결국 웃으며 "저는 이제 더 이상 왕의 아내가 되고 싶지 않군요.."라 하며 파라미르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하여 훗날 모든 일이 마무리 된 후 에오윈은 이실리엔의 에뮌 아넨에서 파라미르와 함께 살게 되죠.
영화에서 보면 아라곤의 대관식에서 에오윈과 파라미르가 함께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그게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랍니다! ^^
21. 반지 운반자의 임무"결국 도착했다", 그는 말했다. "하지만 난 이 일을 하지 않겠어. 반지는 내 것이다!"
...라고 불의 산에 도달한 프로도는 말합니다.
반지의 제왕 소설 전체에서 반지 운반자(Ringbearer) 프로도만큼 힘겨운 임무를 맡은 자는 없을 것입니다. 영화에서도 꽤나 잘 표현되었지만 소설을 읽으면 막판 프로도가 겪어야 하는 고통은 읽는 이의 마음을 심히 아프게 합니다. (그런데 중간에 사우론의 눈이 프로도를 발견하려다가 다시 북쪽으로 확 돌리는 긴박한(!) 장면은 약간 오버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는 거의 혼수상태에 빠진 채로 샘이 이야기하는 샤이어의 모습에 대해서도 "기억나지 않는걸..."이라는 반응밖에 보이지 못하게 되고, 점점 무거워지는 반지의 무게와 주변에 온통 득실거리는 오크 군사들 그리고 어딘가에서 그들을 추적하고 있는 골룸까지, 모두 어려움과 고통 뿐입니다. 그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어 겨우 불의 산에 도달했건만... 이제 반지의 힘이 그를 완전히 사로잡게 되어 그는 반지를 자신의 것으로 선언하고 손가락에 끼우게 되죠.
하지만 여기에서 하나의 기적이 일어나 골룸이 프로도에게서 반지를 빼앗게 되고 반지와 함께 영원한 불 속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의 너무도! 유명한 마지막 외침 프레셔~~스~~~)
돌이켜 생각해 보자면 프로도는 반지를 제거하는 임무에 실패하였습니다. 결국 반지의 힘에 제압당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골룸의 맹활약(?)으로 결국은 반지는 파괴되었죠. 이러한 것을 미리 예견한 듯한 갠달프의 말이 있죠. '골룸은 아직 뭔가 할 역할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네'. 과연, 그의 속샘은 반지를 되찾으려는 생각 뿐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반지 운반자를 불의 산으로 인도하였고 또 그것을 파괴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냈습니다.
반지의 제왕의 앞 내용인 "호빗(The Hobbit)"을 보면 그곳에서 빌보는 골룸을 죽일 기회를 얻습니다. 하지만 그는 마음 한구석에서 측은한 생각이 들어 그를 그냥 보내주죠. 또, 골룸을 죽여버리자고 계속 주장하는 샘의 의견에 대항해 그를 계속 보살피는 프로도의 마음 또한 연민, 동정심이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두 호빗의 동정심이 결과적으로 온 중간계를 구한 것이죠. 동정심. 반지의 제왕 전체를 흐르는 굉장히 중요한 주제 중 하나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