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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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없는 엔딩 감상] 앨런 웨이크 (2012)

스포일러 없는 엔딩 감상 시리즈 링크

이 게임을 하다 보니, 미국 워싱턴 주에는 어째서인지 절대 가 보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특히 야밤의 산속은 더더욱?;;;
(누르면 커집니다)



앨런 웨이크 (Alan Wake) pc 버전 엔딩을 보고 들었던 생각들을 순서 없이 나열하였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은 일부러 언급을 자제하였으니, 게임을 아직 안 해 보신 분들도 읽으셔도 될 겁니다 :)

Good 여러 다양한 HDR 광원 효과, 어두운 숲 속을 뒤덮는 안개, 한 밤중에 시냇물과 호수에 반사되는 불빛, 오래된 건물 안에 떠다니는 먼지, 어둠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각종 침엽수림, 순간적으로 시야를 뒤덮는 암흑 등등. 화려한 각종 그래픽 효과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눈이 즐겁습니다. 엑박판은 2010년도에 나온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놀라운 그래픽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죠.

Bad 헌데,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이 종종 버벅이고 전체적으로 프레임수가 잘 떨어지는 편입니다. 제 시스템이 딱히 좋은 것은 아니지만, 1680x1050에 고급 효과로 돌리면 전투에서 맨날 버벅이다가 죽어서;;; 일부러 해상도를 낮추고 그래픽 세팅을 Very low로 진행했는데, 이렇게 하니 반투명 효과를 먹은 캐릭터들이 화면에 완전한 투명 인간으로 나타나는 (다시 말해, 아예 보이지 않는) 현상이 있어서, Very low보다 한 단계 높은 세팅으로 해야만 했습니다-_-;;;
이러한 프레임 드랍은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이에 불만을 토로하는 분을 여럿 보았으니, 단지 제 시스템 탓만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Bad 그리고 뛰어난 배경 그래픽에 비해, 캐릭터 모델링이나 립싱크 등의 애니메이션, 표정 등은 다소 어설픈데, 배경 그래픽이 워낙 뛰어나서 상대적으로 이 사실이 더욱 눈에 띕니다 --a

Bad 게임의 진행 중 수많은 적들과 싸워야 합니다. 헌데,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진행되는 게임의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카메라 위치의 문제인지, 위에서 언급한 프레임 드랍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제가 존x 못 해서 그런지;;; 게임 화면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얍삽하게 공격하는 적들이 꼭 있습니다. 근데 제가 실제 주인공 앨런의 입장이라면 저 방향에서 오고 있는 적을 분명 볼 수 있을 것이지 말입니다-_-

Bad 역시 제가 못 해서 그렇다면 할 말은 없지만, 가장 낮은 난이도에서도 적들의 공격력은 가공할 만한 수준입니다. 가장 기본 적에게도 근거리에서 제대로 (두 대를 다) 맞으면 앨런의 체력이 절반 가까이 깎이는데, 보급품 상자 열러 갔다가 기습 당하면 누구에게 맞는지 파악도 못 할 정도로 순식간에 다굴맞고 죽어버리게 되죠ㅠㅜ 뭐 주인공 앨런이 육체적으로 전혀 뛰어날 것이 없는 글쟁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요;;;

현실적인 것 하니 생각나는 건데, 적들에게서 도망가기 위해 달리기 버튼을 누르고 뛰면, 앨런은 한 7초 정도는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고, 그 이후에는 숨을 헐떡이며 달리는 속도가 팍 줄어 버립니다ㅠㅜ 그 후에는 멈춰서서 한참 숨을 돌린 후에나 다시 전속력 달리기가 가능하죠. 주인공이 앉아서 글만 쓰는 작가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현실적이긴 한데, 이 덕분에 적에게서 달리기로 도망칠 생각은 안 하는 편이 낫습니다;;;

Good 게임의 스토리는 플레이어의 몰입을 이끌어 내는 데에 상당히 효율적입니다. 무척 잘 짜여 있어, 플레이어는 그 다음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궁금해서 게임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됩니다.

Bad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튀어 나와 앨런을 다굴쳐서 드러눕게 만드는 적들 때문에 짜증을 내며 게임을 끈 상태로 차근차근 생각해 보면, 앞뒤가 잘 안 맞는 좀 이상한 부분들이 없지는 않습니다 -_-

Good 게임 내에 나오는 많은 양의 산문은 굉장한 고품질입니다. 초딩이 쓴 건 아닌지 싶은 형편없는 스토리의 작품들도 많이 볼 수 있는 오늘날의 게임계에서, 이 정도 품질의 필력을 보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와 이 게임 작가 정말 고생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흔한 경험은 아니니까요.

Good 더불어, 음성 연기는 전체적으로 매우 훌륭합니다. 이전 포인트에서 언급한 많은 산문은 많은 부분 앨런 스스로의 나레이션이나, 앨런이 적은 소설 페이지를 앨런이 읽는 형태로 전달이 되는데, 그 분량이 굉장히 깁니다. 여기서 음성 연기가 좋지 않았다면 이건 상당한 고문이 되었을 터인데, 다행히도 매우 좋습니다 ^^a

Good 드라마 형식의 챕터 사이사이 등장하는 엔딩 송과, 이전회 스토리 요약("Previously on Alan Wake")은 매우 독특한 요소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무슨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되고, (다소 복잡한 편인) 플롯에 대한 복습의 의미도 있습니다. 단, 이는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겠네요. 한 챕터를 천천히 며칠에 나누어 야금야금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챕터 스토리 요약이 반가울 것이고, 하루에 몰아서 몇 시간을 꼼짝 않고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면 방금 직접 플레이하며 끝낸 챕터의 요약을 보여주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겁니다.

Good 게임의 사운드트랙은 매우 훌륭합니다. 이전 포인트에서 언급한 챕터 간의 엔딩 송은 정신없이 어두운 밤의 숲 속에서 악귀들에게 쫓기던 플레이어를 좀 쉬게 해 주고, 음악의 내용은 게임 스토리와도 상당한 연관이 있어 듣는 재미를 배가시키죠. 챕터 1이 끝난 후 나왔던 로이 오비슨(Roy Orbison)의 '꿈 속에서 (In Dreams)'는 정말 잊혀지지 않는 명곡입니다ㅠㅜ




한 줄 요약 게임 전투 시스템은 살짝 삐걱거리지만, 배경 그래픽은 진심 눈을 즐겁게 해 주고, 무엇보다 빼어난 산문과 스토리텔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



** 마지막으로 게임과 별 상관 없는 잡설을 하나만 덧붙이면요, pc 버전이 출시된 2012년 2월에 바로 구입하여 열심히 해서 본편의 엔딩을 보고, 그 후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두 개의 추가 챕터 중 첫 번째에서 너무 많이 죽는 바람에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ㅠㅜ 얼마 전 다시 스팀 라이브러리에서 꺼내 먼지를 털어 내고 Easy 난이도로 다시 시작을 했는데, 이렇게 하니 그나마 저같은 액션게임치도 좀 할 만 하더군요-_-

추가 챕터 두 개 모두 엔딩을 보았는데, 후속작을 염두해 두고 만든 듯 하나 속편 소식은 아직까지도 안 나오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ㅠㅜ 개발사인 레머디(Remedy Entertainment)는 뭐 자사의 대표 브랜드라 할 수 있는 맥스 패인 프랜차이즈도 (록스타에) 팔아넘긴 상태이니, 안타깝게도 재정적으로 그다지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닐지도요.

아, 앨런 웨이크의 미국 악몽 (Alan Wake's American Nightmare)은 이야기를 잇는 정식 후속작이 아닌 스핀오프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1편의 엔딩에서 앨런이 처하게 된 상황(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이게 뭔지 적진 않겠습니다)에서 어떻게 벗어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이, 그냥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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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고어씨 2013/10/26 19:32 # 답글

    일단 적들이 플레이어의 사각에서 다가오게 프로그래밍 되어있는건 맞을겁니다. 항상 사방을 경계하고, 불의의 공격을 피하는게 주요 전투 시스템이라고 생각.
    다시말해서, 이 게임은 적을 먼저 발견하고 잡는 것이 무척 힘들게 되어있고, 때문에 가까이 다가온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공격하며, 필요하다면 도망가야 하는 식의 플레이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각본은 레메디의 샘 레이크 선생님이 쓰셨는데, 앨런 웨이크의 경우엔 꾸준히 3백만장이 팔리긴 했어도 XBOX 발매직후 판매량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사정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합니다.
    퀀텀 브레이크 제작후에 발매를 고려한다고 이야기하더군요.
  • anakin 2013/10/28 07:13 #

    고어씨 님 // 아 사각에서 공격하는 적들이 '의도하지 않은 나쁜 설계'였다는 얘기가 아니라, 의도한 대로 너무 잘 만들어져서 (액션게임치인 저같은) 플레이어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했던 건데, 좀 오해의 소지가 있게 글을 적은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 작품은 (넋놓고 앞에 튀어나오는 적만 쏴 죽이면 되는) 속편한;;; 게임이 절대 아니고, 계속해서 사방을 살펴보고 적들에게 둘러싸이지 않게 (한 번 둘러싸이면 거의 100% 사망이니까요) 요리조리 잘 피해다녀야 하는 게임으로 만들었고, 그 의도대로 상당히 잘 뽑혔죠.
    이 게임의 각본은 정말 한 편의 소설을 방불케 할 정도의 품질인데, 판매가 부진하여 후속작이 밀릴 정도라는게 정말 아쉽습니다ㅠㅜ 게임의 예술성과 판매량이 비례하지는 않는 것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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