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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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2012) - "Forgive me all my trespasses, and take me to your glory"

Les Misérables (2012)
감독: 톰 후퍼 (Tom Hooper)
작가: Claude-Michel Schönberg & Alain Boublil (책), Victor Hugo (소설), Herbert Kretzmer (가사), Alain Boublil & Jean-Marc Natel (원작: 불어 텍스트), James Fenton (추가 텍스트), William Nicholson (스크린플레이)
출연: 휴 잭맨 (Hugh Jackman), 러셀 크로우 (Russell Crowe), 앤 헤더웨이 (Anne Hathaway), 아만다 사이프리드 (Amanda Seyfried), 사샤 바론 코헨 (Sacha Baron Cohen), 헬레나 본햄 카터 (Helena Bonham Carter), 에디 레드메인 (Eddie Redmayne), 아론 트베이트 (Aaron Tveit), 사만다 바크스 (Samantha Barks) 등
상영시간: 157분

(다음영화, IMDb 페이지)


이하 내용은 영화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만, 사실 스토리가 중요한 작품은 아닌 거 같습니다 --a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저는 레 미제라블의 스토리에 대해 은촛대 이야기밖에 모르는 상태에서 (나중에 보니 정말이지 전체 이야기의 극히 일부분이더군요;;;) 들어갔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소설도 안 읽었고, 원 뮤지컬도 안 봤고요.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 본 영화 레 미제라블은... 솔직히 말해 그다지 친절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영화 전체에서 일반적인 대사가 나오는 부분은 정말 극히 일부이고, 모든 것은 노래로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노래의 가사라는 것은, 구절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축약될 수밖에 없죠. 이로 인해 스토리의 많은 디테일이 생략되어 버렸고,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내러티브는 상당히 느슨합니다. 아니 이건 느슨하다 못해 허술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하지만!

이 영화를 스토리를 보러 가시는 분은, 뭔가 영화 관람의 포인트를 잘못 짚으신 겁니다 --a 스토리를 꼭 알아야겠다 싶으신 분은 이 영화 말고 소설을 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그럼 노래 면에서는 어떻냐고요? 원작 뮤지컬은 제가 못 봐서 그대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제 미천한 귀로 판단컨데, 만약 뮤지컬 무대에서 이런 식으로 노래했다면 관객의 불평이 상당히 클 거 같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먼저 보고 '와우 멋지다!'라고 생각했다가, 실제 공연을 보고 나서 영화에서 받았던 황홀감이 꽤 줄어든 경험이 있었죠. 그만큼 라이브 공연의 포스는 강력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완벽한 음악만의 감동을 위해 보러 가시는 분은, 역시 뭔가 영화 관람의 포인트를 잘못 짚으신 겁니다 --a 음악적인 감동을 원하시는 분은 이 영화 말고 뮤지컬을 보시거나, 음반을 구해 들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그럼 왜 이 영화를 보아야 하는 거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오겠죠? 그에 대해서는,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 속에 철저하게 융합되어 있는 노래들이 주는 감동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이건 뮤지컬이 주는 굉장한 보컬들이 주는 음악적인 감동도 아니고 타이트한 스토리에 대한 공감이 주는 영화적인 감동도 아니지만, 각 노래가 배우들의 연기 속에 완벽히 녹아 들어가면서, 이런 것들이 주지 못하는 감정의 동요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영화적으로 보아 플롯과 캐릭터 부분이 다소 비는 것은 인정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아마 높은 확률로 당신을 감정적으로 자극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 보고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하는 분들 상당히 많이 보기도 했고요. 이 작품의 가장 큰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 감동은 커녕 지루하기만 했다는 분들도 꽤 봤으니, 개인적인 취향도 좀 타는 듯 합니다. 보신 후에 재미없었다고 저한테 욕만은 제발 하지 마세요ㅠㅜ



이하는 영화에 대해 떠오르는 단상들을 별다른 순서 없이 적어 보았습니다.

* 영화 길기만 하고 지루하다는 평들도 꽤 보이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노래들에 푹 빠져서 정신 못 차리고 있다 보니 어느 새 영화가 끝나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건 음악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개인 차가 꽤 있을 것 같네요.


* 자베르는 높은 곳에 올라가 있기를 너무 좋아하는 거 같네요;;; 영화 시작에도 죄수들이 끄는 배 위에 서 있질 않나 (위험하게스리 거기에 왜 올라가 있는겨!?!), 영화 중에도 혼자서 독백하는 장면은 꼭 대성전 위 같은 높은 건물 위에서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의 노래에 대해 또 적지 않은 불평들이 있던데... 러셀 크로우가 노래는 참 잘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다른 분들과 위화감이 조금 있긴 합니다. 제가 노래 기법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서 뭐가 이상한지는 꼭 짚어 얘기하진 못하겠네요.


* 사샤 바론 코헨과 헬레나 본햄 카터의 유머 넘치는 테나르디에 부부는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밝은 장면이 그다지 많지 않은 작품의 분위기가 과하게 무거워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매우 잘 해 낸 거 같네요. 헬레나 본햄 카터는 언제 봐도 참 변화무쌍합니다 ^^


* 제일 불쌍한 캐릭터는 에포닌이 아닌가 싶네요ㅠㅜ 좋아하는 남자는 자신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목숨을 바쳐 그 남자 구해 놓았더니 이어지는 마지막 노래는 뭔가 밍밍하게 넘어가질 않나... 그리고 뮤지컬에서는 마지막 피날레에서 판틴과 함께 나오는 부분이 있던데 영화에서는 그것도 짤려... 암튼 뭐 여러가지로 좀 안되었습니다 --a


* "제 모든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당신의 영광으로 이끄소서"
마지막 노래, 장발장의 진심어린 고백 앞에서, 극장 안은 훌쩍거리는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정말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장면이었어요ㅠㅠ 그리고 이어지는 승리와 영광의 노래,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다 보니,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코제트가 엄청나게 인기가 좋은 거 같네요 --a 개인적으로는 다들 말도 안되게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인생을 사는 가운데 겨우 남자친구랑 헤어지는 것 때문에 혼자 징징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소 공감이 안 되는 캐릭터였습니다만;;; 아, 전에 이야기했던 아래 트레일러에서 잠시(0:41) 나오는 장면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 영화 내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는 상당히 가슴이 아펐습니다ㅠㅜ




* 2012년에 마지막으로 봤던 영화인데,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제가 2012년에 극장에서 본 영화 Top 10안에 들어갈 겁니다 ^^ 그런데, 앞 문장을 별 생각없이 적고 작년에 제가 극장에서 본 영화를 세어 보니 총 10편밖에 안 되네요 -_-;;;

액트 오브 밸러 (네이비 실이 그냥 짱먹는 영화-_-), 어벤져스 (짱 재미있었습니다만 감상문을 안 썼네요), 코리아 (미안하지만 배두나 빼면 별로 볼 게 없더군요), 차형사 (저는 솔직히 보고 싶지 않았어요;;;), 다크 나이트 라이즈, 니모를 찾아서 3D, 루퍼, 도둑들, 클라우드 아틀라스, 그리고 레 미제라블... 대신 여러 번 본 영화들이 있어서 극장에 간 횟수는 10번이 넘는다는 건 비밀입니다. 쉿! -_-;;;

덧글

  • santana99 2013/01/08 20:53 # 삭제 답글

    소설을 아직 읽지 않으셨다니 천천히 시간을 두고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전체 분량도 많고 의고체적 번역에 디테일한 인물 묘사와 시대 배경 등 부가 설명이 많아 여타 소설처럼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진 않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 같습니다. 언급하신 미리엘 주교와 은촛대 이야기는 거의 앞부분에 나오는데 이 에피소드 직후 장발장의 심적 혼란과 개심의 과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짧게 나오는데 정말 소름끼치게 묘사를 잘했습니다. 물론 이 장면은 영화나 뮤지컬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부분이죠. 그 밖에도 원작에서만 찾아볼수 있는 좋은 대목들이 참 많습니다. 저 역시 책을 보면서 여러 번 책장을 놓아야 했는데, 사실 설명이 너무 지루해서 놓은 적도 많지만 때론 소설 속 인물들이 뿜어내는 엄청난 감정의 진폭과 작가의 필력을 감당하기 힘들어 중단했던 적도 많았죠.
  • anakin 2013/01/09 03:18 #

    santana99 님 // 소설 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습니다. 영화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 부분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기도 하고요.
  • 지한 2013/01/20 14:44 #

    저도 소설 강추해여~ 대학교 다닐 때 Signet Classics에서 나온 unabridged 판으로 읽었는데 뒈지게 두껍긴 하지만-_- (안 그래도 책 천천히 읽는데 1년 꼬박 걸렸음) 정말정말 감동적이고 왜 이 작품이 고전이고 왜 위고가 대문호인지를 느끼게 해 줍니다. 언젠가 다시 한 번 읽고 싶었는데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긴 하네요.
  • anakin 2013/01/22 10:27 #

    지한 님 // 책을 아마존에서 샀는데, 이건 뭐 사전 두 권 두께만한 게 소포로 왔네요?!?;;; 지금 읽고 있는 책 끝까지 본 후에 읽을 계획인데, 보아하니 아마 다 읽는데는 좀 시간이 걸릴 거 같습니다.
  • 야크트 2013/01/15 11:45 # 답글

    뮤지컬 영화라고 하니 사람들은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부류의 영화적 완성도가 좀더 높은 영화를 생각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전 영상과 함께 노래를 듣고 상당히 감동 받았거든요. 이 영화를 보고 뮤지컬(10th)을 Youtube에서 봤는데, 너무 건조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화면의 변화도 없이, 가수들이 의자에 앉은 채로 자신의 배역이 오면 일어나 조명앞으로 가서 노래 부르는데..... 제게는 너무 건조했습니다. 뭐... 영어를 못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자막은 있었거든요. 영화랑 환경은 똑같았죠.

    하여튼 레미제라블은 내려가기 전에 극장에서 한번 더 보고 싶은데... 극장가기가 쉽지 않네요 ㅠ.ㅠ
  • anakin 2013/01/16 14:23 #

    야크트 님 // 저도 이 영화에서 많은 감명을 받았어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너무도 완벽히 서로 녹아들어가 있는 부분도 그렇고, 영화적인 복잡한 스토리 전달은 없지만, 노래의 감흥을 느끼는 데는 그것으로도 충분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별개의 이야기로, 뮤지컬은 대신 좀 더 기교적으로나 품질 면에서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각각 장점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직접 듣는 공연에서 느끼는 감정을, 유튜브의 작은 영상으로 간접적으로 듣는 것으로 충분히 만끽하기에는 아무래도 조금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요? ^^
    저도 마음 같아서는 매주 극장에서 원하는 영화 실컷 보면서 지내고 싶은데, 현실은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네요ㅠㅜ
  • 야크트 2013/01/16 15:42 #

    집에서 본 점이 감동을 줄 일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 합니다.
    레미제라블을 극장에서 한번 더 보려는게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느끼려면 5.1채널이나 7.1 채널이 구축되어 있어야 진정 울려퍼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거든요.
    하지만 집은 2채널이란 점이 FAIL ㅠ.ㅠ
  • anakin 2013/01/17 05:30 #

    야크트 님 // 영화관의 막강한 사운드는 제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중요 이유이기도 합니다 ^^
  • 지한 2013/01/20 14:49 #

    참고로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10주년 공연이니 25주년 공연이니 하는 것은 뮤지컬 공연이 아니라 뮤지컬 "콘서트" 실황입니다. 무대 장치나 연기 없이 말 그대로 배우들이 노래만 부르는 공연이고 그래서 생략된 대목도 많고 배우들이 기본적으로 서로를 보면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무대 중앙에서 마이크 앞에 서서 관객을 보면서 노래만 부르죠. 실제 뮤지컬에서는 무대 한 가운데 진짜 바리케이드도 치고 꽤 스펙타클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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