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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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 (2012) - 설정에 너무 신경쓰시면 지는 겁니다

Looper (2012)
감독: 라이언 존슨 (Rian Johnson)
작가: 라이언 존슨 (Rian Johnson)
출연: 조셉 고든-레빗 (Joseph Gordon-Levitt), 브루스 윌리스 (Bruce Willis), 에밀리 블런트 (Emily Blunt), 폴 데이노 (Paul Dano) 등
상영시간: 118분
(IMDb 페이지)



이하 내용은 영화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 여행을 다룬 영화들이란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언제나 모순과 설정적인 오류가 난무하기 마련이죠. 아무리 잘 짜맞춘 영화라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루퍼의 치밀함은... 뭐 큼직한 구멍들을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만 이야기 해 두죠 --a

말이 안 되는 점 하나만 살짝 언급하면요... (대형 스포일러) -->



그럼 이 영화는 쓰레기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전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플롯 홀은 플롯 홀이고, 그 이외 긴장감 넘치는 액션 장면들과 시간 여행이라는 장치를 이용한 묘한 트릭들, 화려한 중에 암울한 미래 사회의 모습의 매력은 진짜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설정만은 곱씹어 볼 수록 쓰레기 같지만 그 이외 부분들이 상당히 재미있기에 영화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던 소스 코드 (2011)가 생각나더군요. sf 요소가 들어가고, 뭔가 시간적으로 꼬아 놓았다는 부분에서 비슷하기도 하고요.


네, 영화 재미있습니다. 여러 액션 장면들은 시원시원하고, 특히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화기가 대부분 한발한발이 막강한 산탄총이라 쏠 때의 그 퍽퍽하며 터지는 소리는 액션 장면들에 쾌감을 더해줍니다 (꼭 소리 빵빵한 극장에서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요소가 들어가면서 조금 뇌가 피곤해지기도 하지만,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플롯 오류들이 노골적으로 보일 뿐이니, 그 부분은 그냥 신경 끄시고 그 이외의 액션과 스토리들을 즐기세요 ^^;;;

제목에도 적어 놓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시간 여행 설정에 너무 신경쓰시면, 지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가장 빛나는 부분으로 꼽고 싶은 것은 두 명의 조의 갈등과 대립을 처리한 방식입니다 (살짝 스포일러). -->



등장 배우들에 대한 잡담을 늘어놓아 보면, 브루스 윌리스는 역시 존나짱세네요. 뭐, 역시 올해 나왔던 익스펜더블 2 (2012)에 비교하면 이 정도 액션 연기는 장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루스는 완전히 정의로운 모습보다, 살짝 (또는 굉장히 많이) 수상한 구석이 있는 역을 맡을 때에 더욱 그 매력이 넘치는 것 같아요.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든-레빗은 덩치가 조금 더 있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좀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크 나이트 라이즈 (2012), 프리미엄 러시 (2012), 인셉션 (2010) 등 최근 여러 영화에서 많은 액션 신을 소화해 낸 만큼, 전체적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젋은 브루스와 닮게 보이기 위해 묘한 분장을 좀 했는데, 몇몇 장면에서 이게 다소 거슬릴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줬던 폴 데이노는 여기서는 그다지 비중도 없고 댑따 찌질한 놈으로 나와서 조금 아쉽더군요--a 대신 영화 전체에 넘쳐나는 고든-레빗과 브루스 형님의 매력으로 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여자 배우 이야기는 왜 없냐고요? 사라 역으로 나오는 에밀리 블런트 이외에는 여성 캐릭터들 비중이 거의 제로에 수렴합니다 --a 그리고 사라는 어찌 보면 상당히 전형적인 캐릭터로 나오기에, 개인적으로는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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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2/10/15 21:51 # 답글

    근데 또 새라가 없었으면 전개에 상당한 영향이 있었을테니 완전히 없는셈치기도 그렇더라고요(...)

    늙은 조가 수상쩍은 놈이라는게 점점 더 심한 방향으로 드러나면서 결말에 설득력이 생겼죠. =]
  • anakin 2012/10/16 11:19 #

    잠본이 님 // 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라 분의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가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말이었어요. 말씀대로 캐릭터로서의 사라는 이야기의 핵심적인 중요한 인물이죠. / 하하, 그러게요. 늙은 조가 정의의 사도였다면 엔딩이 심하게 망가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a
  • 요왓썹대니 2012/10/16 20:03 # 답글

    그 놈의 생각없는 루퍼 우두머리놈들은 왜 자꾸 퇴역 루퍼들을 그들의 과거 자신에게 보내서 죽이려는지 도통 이해를 못 하겠네요. 퇴역루퍼 죽일 수 있는 루퍼가 한두명도 아니고...;;;
    자기가 자기를 죽이는 상황을 조아하는 변태집단으로 밖에 설명이 안되는 듯.... 
  • 잠본이 2012/10/16 20:23 #

    중간에 보스가 바뀌는데 그에 따라 루퍼를 과거로 보내는 이유가 달라집니다.

    ****************천기누설 다량함유*************************************

    원래 보스 - 비밀유지를 위해 현재의 루퍼 본인이 계약 해지를 요청하면 미래의 자기를 죽이게 하고 금괴를 지급
    레인메이커 - 계약해지 그딴거 없이 그냥 다짜고짜 과거의 루퍼에게 미래의 자기를 보내어 엉겁결에 죽이게 함

    원래 보스의 동기에 대해서:
    미래에는 태그 시스템 때문에 시체 처리가 곤란해서 죽일 놈을 과거로 보내는 거니 사실 퇴역루퍼를 기타 표적들과 마찬가지로 과거로 보내어 본인이 아닌 다른 루퍼가 죽이게 해도 큰 상관은 없는데 굳이 저렇게 하는 건 루퍼들에게 너희들의 최후가 이렇게 허무한 것이고 우리에게 거스르면 국물도 없다, 그러니 얌전히 지내고 말썽부리지 마라~라는 협박을 하고 싶어서인 듯. 이렇게 루퍼가 미래의 자기를 처치하고 루퍼 일을 그만두는 걸 극중에서 'close the loop(원을 닫는다 - 자막에선 '계약해지'로 의역)'라고 하는 걸 보면 아마 그런 관습 때문에 이 킬러들을 루퍼라고 부르게 된 것 같더군요. 실용적인 관점보다는 미학적인 관점에서 나온 설정같습니다.

    레인메이커의 동기에 대해서:
    원래대로라면 늙은 조가 새라를 죽이고 그 덕에 살아난 시드는 분노와 좌절과 복수심을 안고 탈출하여 레인메이커가 될 흐름이었습니다. 아마도 철든 뒤에 어머니의 철천지 원수이자 자기를 비참한 나락에 빠뜨린 그자식이 루퍼라는 걸 알고 눈이 뒤집혀서 루퍼 숙청을 시작했겠죠. 그럴 목적으로 조직을 접수한 건지 아니면 조직을 접수한 뒤에 곁다리로 복수를 시작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사실 이 영화의 문제는 인물들의 동기와 행동은 다 이해가 되는데,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시간여행 설정이 구멍투성이라는 거죠. 자세히 생각해 보면 앞뒤가 안맞는게 한둘이 아닌데 이걸 영화 보는 도중에 신경쓰느냐 마느냐에 따라 재미를 느끼는 정도가 확 달라집니다(...)
  • anakin 2012/10/17 05:40 #

    잠본이 님의 상세한 설명에 제 생각을 조금 덧붙이면요...

    ************************** 역시 스포일러 영역입니다 **************************


    루퍼가 알고 있는 정보를 한 번 생각해 보죠. 그는 30년후의 미래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미래에는 전자 태그 때문에 사람을 죽이면 바로 트래킹이 된다는 것, 이를 우회하기 위해 모 범죄 조직이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시간 여행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자신이 '루프를 닫은 후' 30년의 여유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정도겠죠. 자신이 죽이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이런 범죄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미래의 루퍼 자신을 스스로 죽이게 된다면, 다른 사람이 개입되지 않는 그야말로 가장 깔끔한 증거 인멸이 되지 않을까요? 게다가 과거의 루퍼들을 영원히 이 짓거리를 시킬 수는 없기도 하니까요. 늦어도 전자 태그가 수행될 시점 전에는 루퍼로서의 역할을 끝내고 조용히 사라져야겠죠.

    그리고 말씀대로 퇴역 루퍼를 다른 루퍼에게 죽이게 하면, 퇴역 루퍼를 죽인 루퍼가 은퇴한 후 그를 죽이기 위한 다른 루퍼가 필요할 테고, 그럼 또 그 루퍼를 죽이기 위한 다른 루퍼가 필요하고... 이게 계속 되다가 어느 순간에는 기존의 퇴역 루퍼에게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될 텐데, 루퍼끼리 서로 죽이게 되면 (물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저 놈이 미래의 나를 죽였더라. 그럼 난 현재에서 저 놈을 죽여야겠다."라는 식의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이야기하는 것이 모두 맞다는 것은 아니고요, 영화 자체의 설정에 구멍이 많은 영화다 보니 아무리 우리가 논의를 한다고 해도 말끔한 해결이 불가능한 부분이 많이 있을 거 같아요. 고로 저도 본문에서 이야기했지만, 설정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보는게 정답이라 생각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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