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lunarsix.egloos.com



아날로그: 어 헤이트 스토리 - 게임은 짧지만 여운은 깁니다

아날로그: 어 헤이트 스토리가 '제대로' 한글화 되었습니다라는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캐나다 산 게임이 전문 번역가를 통해 한글화 된 게임으로 우리 앞에 떡 나타났죠. 한글화 된 게임을 보는 것이 정말 드문 일이 된 현실에서,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


그래서!!! 바로 영어...로-_- 쭉 플레이를 해 보았습니다;;;

......

이건 한글판이 있기까지 큰 공헌을 해 주신 여러 분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게 절대 아니고요;;; 한글판이 완전히 등장하기 전에 영어판으로 먼저 시작을 했었기 때문에, 우선 영어로 한 번 끝을 보자라는 생각이었죠. 물론 이후 한글판으로도 모든 엔딩을 다 보았습니다 =_=



게임의 시대적 배경은 우주 여행이 일상화 된 먼 미래, 플레이어는 스스로 단 한 마디의 말도 없고 어떠한 상황에 대해서도 코멘트를 하지 않는 (고든 프리맨?) 미지의 인물입니다 --a 식민지 개척을 위해 지구를 출발한 후 행방불명된 세대우주선 무궁화 호를 조사하는 임무를 강제로;;; 부여받은 플레이어는 무궁화 호의 메인 컴퓨터에 접속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선내의 여러 기록들을 살펴보고 과거에 있었던 일들의 비밀을 풀어 나가게 됩니다.

그런 관계로, 이 작품은 일단 비주얼 노블이라는 장르로 분류가 되어 있지만, 계속되는 글을 읽다가 중간중간 선택지를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디렉토리 내에 있는 과거 인물들의 일기, 서신 등등의 글들을 하나씩 찾아가며 읽게 됩니다. 일반적인 비주얼 노블에 비해서 좀 더 인터렉티브 한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그리고 게임의 내용은... 아주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줍니다. 그것도 매우 효율적으로요. 작가분의 필력과 한글판 번역자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이야기 할 수 없네요.



번역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연관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죠. 영문판과 한글판을 모두 해 본 후 우선적으로 드는 생각은... 아 이 작품의 한글판, 정말 대단합니다!

영문판으로는 그냥 사람 이름으로 주로 표기되어 있는 부분들을, 그들의 가족 관계를 고려하여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용어들로 바꾼 부분과, (영문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옛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기는 어투를 보고 있노라면 번역자 분이 들였을 노고가 정말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처음 만나는 인공지능 *현애가 사용하는 선생님이라는 호칭과 존칭 덕에 영문판과 비교했을 때 전달되는 느낌이 완전히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영문판에서는 *현애와 *뮤트의 어투에는 그렇게 큰 차이는 없고, 단지 *현애는 잔약신부(The Pale Bride)의 비극에 안타까워 하고, *뮤트는 여러 스캔들에 대해 시시덕대길 좋아한다는 느낌은 그대로 있긴 합니다. 한글판에서 바뀐 *현애의 어투 덕에, 시종 반말만을 사용하는 *뮤트와 더욱 대조적인 느낌을 전해 주는 것 역시 영문판에 비하여 장점으로 들 수 있을 겁니다.

덧붙여, 한글판의 *현애가 전달하는 이 정도의 느낌이라면, 중간에 메xx복을 입고 나오는 것이 약간은 좀 덜 뜬금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_=


그리고 그냥 달라야만 했던 부분들이 몇 있는데, 'Notes on pronunciation'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름에 관한 주석'이라는 문서로 대체되어 있죠. 또, 인트로에 나오는 무궁화 호의 이름에 대해, 한글판에서는 무궁화가 대체 뭔지 궁금해 하고, 영문판에서는 Mugunghwa라는 단어를 대체 어떻게 발음하는 건지에 대해 투덜댑니다. 또, 영문판에 있는 Historical Notes와 References는 제작자의 말과 역자의 말로 바뀌었네요.


번역에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딱 한 가지만 이야기 하면요... static이라는 건 전선에 생기는 정전기나 불꽃이 아니라 화면에 생기는 노이즈를 얘기하는 것일 겁니다. 실제 게임 연출 역시 화면이 하얗게 되고 깜박거리기 시작하죠.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스미스 가문의 딸인 상희는 장남 상민보다 분명 나이가 더 많은거 같은데, 계보에서는 스미스 종가의 '여동생'이라고 적혀 있어 살짝 혼동이 되네요. 이건 번역 과정에서 와전된 것이 아닌 것이, 원 영문 역시 'little sister'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건 설마 바이오쇼크 레퍼런스?! -_-)


한 가지 더, 스팀 덕후목표성취목표 중에 Mai Waifu와 TsunderAI의 두 가지는 굳이 그렇게 일색이 짙은 이름을 정했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아무리 거듭 검색해서 설명을 읽어봐도 '츤데레'라는 단어의 개념이 정말 이해가 안 가고, 이걸 보편적인 용어로 사용하는 분위기엔 도저히 적응이 안 됩니다-_- 제가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탓이겠죠아마. 그런 뜻에서, 영문판에 나오는 츤데레라는 단어를 한글판에서는 빼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들어 주신 원 작가 크리스틴 러브 (Christine Love)님께 감사를 드리고, 원작을 여러 면에서 압도하는 한글판이 있기까지 수고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안 해 보신 분들, 어서 사서 해 보세요! 정말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구입처를 포함한 더 많은 정보는 여기 공식 홍보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현애의 모국어로, 다 함께 헤이트~~!

(게임을 해 보기 전에는 이 이미지가 뜻하는 것이 뭔지 몰랐는데, 엔딩을 본 지금은 이게 매우 슬픈 그림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ㅠㅜ)


이하의 내용은 게임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엔딩까지 보신 분들만 읽으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 외국 사람들은 이 작품을 플레이하면서, 게임 내에 나오는 어둡고 억압적인 사회에 대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그들에게 있어서 이 사회의 모습은 단지 한 작가의 어두운 상상 속의 세계일 뿐일까요? 또는 각자 조국의 역사 속에서 여성들이 억압받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던 시기를 떠올리며 함께 공감할 수 있을까요? 어느 나라에서건, 여성의 인권이 무시받고 여성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은 시기가 어느 형태로든 간에 존재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오늘날까지도 여성 인권은 완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잔약신부의 마지막 일기를 읽기 전, 이미 그 내용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또 다른 인공지능인 *뮤트의 이름 역시 하나의 의도적인 힌트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고 해서 그 내용의 어두움과 잔혹함이 바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짐작했던 그 내용이 너무도 자세하게 머릿속에 그려져서 철렁 내려앉는 가슴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던 것 같네요. 마치 칼날이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 단두대에 머리를 집어넣는 사형수의 기분이라고 하면 이 느낌이 조금은 전달이 되려나요...

- 게임의 핵심적인 이야기는 잔약신부 이야기겠지만, 부수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어둡고 불편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요. 개인적으로 그 중 가장 가슴아픈 이야기는 블록 1의 김은미/선희 자매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야 여성이 아닌 관계로 본인의 몸 안에 새로운 생명을 갖게 되는 느낌을 영원히 알 수 없겠지만,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비극적이 되는 이야기는 사회 구조 덕에 더더욱 그 의미가 배가됩니다. 단지 아들을 얻기 위해 존재하고,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죽어도 상관 없는 여성들의 삶이란 정말...

- 여자는 남자에게 복종해야 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내내 이야기하는 *뮤트는 플레이어가 남자라고 해도 계속 반말만 찍찍 해대고, 남존여비의 억압 속이 지옥 같았다는 *현애는 오히려 플레이어에게 내내 존칭을 사용한다는 것을 살짝 어색하게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 *뮤트는 하나의 컴퓨터 프로그램일 뿐이고, 극한의 외로움 속에 긴 세월을 보낸 *현애는 남존여비와 아무 상관 없이 몇백년만의 방문객에게 존대를 하는 것이 당연할 지도요.


- 보너스 스포일러: 각 블록 안의 글들의 대략적인 내용

게임 내에는 총 10개의 블록이 있고, 이 블록들은 *현애와 *뮤트 각각에게 연관된 글들을 보여줌으로써 접근 가능하게 됩니다. 각각은 무궁화 호 내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죠. 주요 블록들은 *현애 또는 *뮤트 둘 중 한 명에게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의 플레이로 모든 블록의 기록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블록 내용 스포일러 -->


- 보너스 보너스 스포일러

Deep Space Detective에서 아무리 해도 96/97 밖에 못 받으시는 분들께... -->


- 보너스 보너스 보너스 스포일러

하렘 엔딩으로 가기 위한 핵심 정보이자 힌트입니다 -->


덧글

  • 2012/09/30 21:1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0/02 01:2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나유령 2012/09/30 13:40 # 삭제 답글

    Mai Waifu는 일본 문화라기 보다는 4chan 같은 덕후들 서식하는 게시판에서 유행한 말이 아닐까 하네요 (...)

    우리나라엔 새침데기라는 예쁜 말이 있지만 저쪽에는 딱히 대체할만한 단어가 없는거같기도 하구요.

  • 지나간다! 2012/10/12 11:24 # 삭제

    Mai Waifu는 얼핏보면 일본어로 보이지만 발음해보면... My Wife이져ㅋ

    4chan에서 나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양덕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 맞습니다.
  • mrkwang 2012/10/01 10:13 # 답글

    https://twitter.com/ahatestorykr/status/252576193168166912
    https://twitter.com/ahatestorykr/status/252576756945518592
  • mrkwang 2012/10/01 10:15 # 답글

    https://twitter.com/christinelove/status/252442659191414784
    https://twitter.com/christinelove/status/252443089355042816

    즉 님이 대단하시다는 결론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감사감사.
  • anakin 2012/10/02 01:38 # 답글

    나유령 님 // 아 전 단순히 일본어 발음에서 온 표현일 거라 생각했어요. 저의 관련 지식이 상당히 부족한 탓에, 일본 문화와 덕후 문화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 지 잘 모르겠네요ㅠㅜ
    mrkwang 님 // 으헉;;; 본의 아니게 제가 세계 최초로 이 부분을 지적한 건가요;;; 어떻게 보면 스토리와는 큰 상관 없는 보조 자료들까지 세밀하게 읽어본 제가 이상한 걸지도요 =_= 발빠른 반응 감사드립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