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lunarsix.egloos.com



(3부작 완료후 다시 감상하는) 다크 나이트 (2008) - 조커, 조커, 그리고 조커!

The Dark Knight (2008)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Christopher Nolan)
작가: 조나단 놀런 (Jonathan Nolan, 스크린플레이), 크리스토퍼 놀런 (Christopher Nolan, 스크린플레이, 스토리), 데이빗 S. 고여 (David S. Goyer, 스토리), 밥 케인 (Bob Kane, 캐릭터)
출연: 크리스챤 베일 (Christian Bale), 히스 레져 (Heath Ledger), 아론 애카트 (Aaron Eckhart), 마이클 케인 (Michael Caine), 게리 올드먼 (Gary Oldman), 모건 프리먼 (Morgan Freeman)
상영시간: 152분

(IMDb 페이지)

(출처: IMDb)



이하 내용은 영화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제목에 명시한 대로, 3부작 모든 편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영화 세 편을 본 후 읽으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별 상관없는 이야기긴 하지만, 2008년 여름에 처음 극장에서 본 후 무려 4년이 걸려서 감상문을 올리게 되었네요. 웬지 오래 묵은 독후감 숙제를 하나 끝낸 것만 같은 개운한 기분이 듭니다 --a



* (물론 1편에서 가장 많은 활약?을 하긴 했습니다만) 3부작을 통틀어 꾸준히 나오는 크레인 박사의 재등장 신은, 이제 고담시에 배트맨의 활약이 어느 정도 일상화된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이 듭니다. 3편에서도 그렇지만, 참 요리조리 잘 도망다니며 자기 처신에 매우 능한, 얄밉고 약삭빠른 악당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킬리안 머피의 등장은 개인적으로 참 즐겁더군요.

그리고 이 장면은 이후에 또 중요한 역으로 나오는 짝퉁 배트맨들과 진짜 배트맨과의 차이(는 물론 아이스하키 보호대를 쓰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죠? ^^)를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들에 대한 배트맨의 태도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중요한 의미 역시 지니고 있지 않나 싶군요.


* 경찰 내에서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동지이자 조력자인 고든 앞에서 브루스 웨인이라는 '가면'을 보강하기 위한 그의 대사는 정말 철저하죠. 눈에 안 띄는 차가 무려 람보르기니라는 억만장자 개그;;;는 차치하고서라도, 신호 바뀌기 전에 지나가려다 사고를 냈다는 우스꽝스러운 대사부터, "이거 근데 병원에 가봐야 할까요?"라는 현 시국에 대한 무관심을 가장하는 능청스러운 모습은 정말 일품입니다.

영화를 통틀어 봐도 브루스 웨인으로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늘상 이런 '가면'을 보강하는 모습들이 종종 나오죠. 1편 자신의 생일 잔치에서도 굳이 "꽁으로 얻어먹는 네놈들 같은 친구들은 필요없어!"라며 손님을 내치는 모습이나, 2편에서 중요한 임원 회의에서 퍼질러 자는 모습 (밤새 뛰어다니느라 피곤한 것도 물론 있겠습니다만) 등을 보면, (케이티 홈즈 분;;;의) 레이첼이 이야기한 '브루스 웨인의 가면이 배트맨이 아닌, 배트맨의 가면이 브루스 웨인'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곰곰히 되짚어 보게 됩니다.


* 레이첼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질렌할이 아닌 홈즈가 그대로 연기했다면 이 영화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가장 처음 카메라를 통해 하비 덴트 곁의 레이첼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저사람 누구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어쩌면 이런 처절한 레이첼의 모습에는 (약간은 공주 느낌의) 홈즈보다 질렌할이 좀 더 어울리는 건 아닐런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

사족으로, 이미 대부분 알고 계시겠지만, 레이첼 도스라는 캐릭터는 원작 만화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고 오직 이 영화 시리즈를 위해 만들어진 오리지널 캐릭터입니다.


* 홍콩으로 가서 라우를 다시 잡아오는 과정에서 나오는 짧지만 정말 굵직한 액션 장면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이후 사용될 음파 탐지 기술이나 접착식 시한 폭탄 등을 미리 깔아놓는 역할도 있고, 무엇보다 외국으로 튀어버린 악당을 그렇게 완벽하게 다시 빼내 오는 배트맨의 놀라운 능력을 관객에게 있어 정말 통쾌하게 인식시켜 주는 장면이니까요.


* 전작보다도 길어진 152분의 상영 시간을 싹 잊고 볼 수 있는 스토리의 강력한 흡인력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탄탄한 이야기 진행에, 사악한 광기로 가득한 최고의 악당 조커의 계략들과, 그에 맞서 자신의 모든 능력/지식/장비/돈을 총동원하는 배트맨의 노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꼼짝없이 사로잡습니다.


* 앨버트의 언어 유희는 좀 줄어들었지만, 폭스 할배의 여러 언어 유희는 여전히 영화를 빛내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D 아 이런 개그들 정말 너무 좋아요! ^^



* 지금까지 제가 주절주절 늘어놓은 내용도 불필요한 얘기는 아닙니다만... 역시 이 작품은 미칠 듯한 카리스마와 광기를 지닌 악당 조커를 빼놓고는 결코 이야기할 수 없는 영화죠. 처음 등장하는 은행 강도 장면부터, 마지막 배트맨에게 붙잡히는 순간까지도 관객을 압도하는 그 포스는 대단합니다.


* 처음 보았을 때는 물론 몰랐지만, 길거리에 서서 뒷모습만을 보여주는 인간이 바로 조커더군요. 그리고 그는 처음부터 훔친 돈을 나눠가질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_= 서로 죽이면서 마지막엔 자신만 남게 되는 치밀한 작전으로 갱단의 돈줄을 거머쥐는 이 은행 털이는, 갱단과 교섭하는 척 하며 자신의 본래 의도인 혼돈을 도시에 퍼뜨리기 위한 첫 단계였죠.


* 다크 나이트의 조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가지가 그 쩝쩝거리는 입맛을 다시는 버릇, 그리고 그 미칠 듯이 소름끼치는 웃음 소리네요.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익숙해질 법도 한데, 조커가 나올 때마다 식은 땀이 흐르는 것 같고, 그 웃음 소리는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네요. 그의 대사 하나하나에 넘쳐나는 포스는 정말 예술입니다.


* 조커 얼굴의 흉터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에서 두 번 (흑인 갱단 두목 갬볼에게, 또 덴트의 자금 마련 파티장에서 레이첼에게) 나오고, 세 번째는 막판 배트맨에게 이야기를 하려다가 발사되는 칼날 덕에 중간에 끊기죠. 그 중 어느 것이 진짜일까요? 개인적으로는 둘 다 가짜일 거란 쪽에 마음이 가는군요=_=


* 텀블러의 사망(이라고 하긴 좀 그런게, 3편에서 베인 수하의 텀블러들이 나오긴 하죠)과, 3편까지도 많은 활약을 하게 되는 배트포드의 첫 등장이 있는 덴트 소송 트럭 추격신 역시 잊을 수 없는 명장면 중 하나죠. "Laughter is the best medicine"이라는 서양 속담을 이용한 언어 유희 역시 정말 제가 좋아하는 유머 스타일이고요 ^^ 여기서 배트맨은 자신은 '처형자'가 아니라는 원칙을 깨지 못하고, 조커는 이 원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대담한 전략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 조커와 배트맨의 흥미로운 공생(?) 관계에 대해, 조커는 이미 이 점을 100%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그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취조실에서 둘 간의 대화(?)중인데, 조커는 자신은 배트맨을 결코 죽이고 싶지 않고, 배트맨이야말로 자신을 완성하는 존재("You... you... complete me.")라고 이야기하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체포되는 순간,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그는 배트맨에게 우리는 영원히 이렇게 대결할 운명인 것만 같다고 합니다("I think you and I are destined to do this forever.").

그리고 배트맨은 이러한 조커의 애정 넘치는 고백-_-에 대해 매번 딱히 그럴싸한 반박을 하지 못하죠. 그런 면에서 조커의 뛰어난 분석 능력과 화술이 더욱 크게 빛을 발하게 되고, 이로 인해 그는 단순한 미치광이가 아닌, 절묘한 분석과 계획에 근간을 둔 미치광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섬짓한 악당으로 인식되게 됩니다.


* 제임스 2세: "아빠, 그는 왜 도망가는 거에요?"
고든: "우리는 그를 쫓아야 하기 때문이지."
제임스 2세: "그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요."
고든: "왜냐면 그는 고담이 받아 마땅한 영웅이지만, 고담이 지금 필요로 하는 영웅은 아니거든. 그래서 우리는 그를 쫓을거야. 그는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지. 그는 우리의 영웅이 아니기에. 그는 조용한 수호자, 예리한 보호자, 어둠의 기사야."

James Gordon Jr.: Why's he running, Dad?
Lt. James Gordon: Because we have to chase him.
James Gordon Jr.: He didn't do anything wrong.
Lt. James Gordon: Because he's the hero Gotham deserves, but not the one it needs right now. So we'll hunt him. Because he can take it. Because he's not our hero. He's a silent guardian, a watchful protector. A dark knight.

그리고 그 뒤로 (8년 동안) 아무도 그를 본 자는 없었다...고 합니다ㅠㅜ 덴트 살해의 누명을 자처함으로 인해 배트맨 활동에 애로사항이 꽃필 것이라고는 물론 생각했지만 그것에 8년간의 은퇴, 그리고 부상과 운동 부족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리라고는 2편까지만 보고 난 후엔 전혀 상상하지 못한 부분이죠. 3편을 배트맨 영화가 아닌, 브루스 웨인 영화로 만들어 버린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 "Why so serious?" :)


(3부작 완료후 다시 감상하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 (2012) 글로 마무리 됩니다. 3편까지도 '다시'가 들어간 건 실수 아니냐고요? 네, 실수 아닙니다 --a

핑백

덧글

  • LucasArts 2012/09/03 08:43 # 삭제 답글

    정말 긴장감은 쵝오에요. 다시봐도 대단함. ㅋ
  • anakin 2012/09/03 09:23 #

    LucasArts 님 // 네, 두시간 반짜리 영화가 이토록 관객을 흡입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데 말이죠.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