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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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o (2011) - 꿈을 만드는 사람과의 만남

Hugo (2011)
감독: Martin Scorsese
작가: John Logan (screenplay), Brian Selznick (book, "The Invention of Hugo Cabret")
주연: Asa Butterfield, Chloë Grace Moretz, Ben Kingsley, Sacha Baron Cohen, Christopher Lee, Jude Law 등
상영시간: 126분

(2012년 1월 현재 국내 미개봉, IMDb 페이지)


이하 내용은 영화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pc 게이머들에게 묻습니다. 혹시 사이베리아(Syberia)라는 어드벤쳐 게임을 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사이베리아의 환상적인 분위기와 오토마톤(automaton)들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으신지요? 그렇다면 이 영화 꼭 보시기 바랍니다!

아 물론, 사이베리아의 팬이 아니신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


제가 이상한 건지 모르겠지만, 전 요즘 유행하는 3D 영화를 볼 때마다 무엇보다 조잡하다는 느낌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3D 실사 영화들은, 두꺼운 종이를 여러 겹 세워놓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놓은 것만 같아요. 제가 영화를 보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복잡하고 피곤한 현실을 잠시 잊고 영화 속의 세계 속으로 푹 빠져들어가기 위함인데, 이런 3D 화면은 가짜라는 느낌을 너무 강하게 받고, 설상가상으로 코 위에서 자꾸 흘러내리는 3D 안경 때문에 영화에 집중을 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정 3D를 봐야 하면, 이미 자체 영상부터 비현실적인 애니메이션만 보려 합니다.

사실 처음 휴고를 보려 할 때 2D 상영을 먼저 찾아 보았는데, 이 작품은 애초에 2D 상영이 거의 없더라고요. 상영하는 곳도 차를 타고 한참 나가야 하는 곳이라, 그냥 3D 상영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휴고의 경우, 그 독특한 영상미로 인해 3D가 어색하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화면을 가득 메운 톱니와 기계들, 그리고 오토마톤들은 애초부터 환상적이며 우리가 있는 세계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죠. 뭔가 스팀펑크 분위기도 나고요. 황금빛의 톱니들과 파리의 눈 내리는 푸른 거리를 보고 있노라면 그 아름답고 환상적인 분위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 후반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면에서 예술적인 영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히 이야기하면 살짝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아래쪽 숨겨진 부분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고요, 여하간 이 역시 또 하나의 훌륭한 볼 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이 영화 내내 보여주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환상적인 영상미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작품입니다.


두 꼬마 주인공들인 휴고와 이사벨 역을 맡은 애사 버터필드와 클로이 그레이스 모리츠도 인상적이었고, 마음씨 나쁜(?) 노인 역의 벤 킹슬리도 나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 연기를 보여준 분으로 역장 역으로 나오는 사차 바론 코엔을 꼽고 싶네요. 고아를 데려가는 부분에서 보여주는 차가움과 냉정함, 하지만 한편으로는 짝사랑하는 꽃장수에게 접근하지 못하는 소심함도 지닌, 미워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악역을 매우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보랏(Borat) 역으로 유명한 배우라고 하던데, 저는 그 영화를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네요 --a

아, 그리고 크리스토퍼 리와 주드 로의 이름 때문에 이 영화를 보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두 분 모두 네임 밸류에 비해 영화 내의 비중이 거의 없거든요;;; 뭐 그래도 크리스토퍼 리는 반지의 제왕 3편에서보다는 더 많이 나옵니다 --a (주1)


영화의 상당 부분은 (스포일러 주의)->


마지막으로 불만을 하나만 말하자면, 영화가 타겟으로 잡은 관중에 대해 살짝 의문이 듭니다.

휴고와 이사벨, 이 두 어린이가 주로 활약하는 영화 전반부는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 같죠. 하지만 중간 이후부터 심퉁맞은 할배의 정체가 좀 더 설명되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뭔가 색다른 분위기로 흐르게 되죠. 여기서부터는 이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을 위한 영화로 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과연 여기서 이야기하는 메세지에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군요.

아이들과 어른이 모두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는 분명 존재합니다(지금 그냥 생각나는 것은 제가 정말 감동적으로 보았던 업이네요).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상당히 다르면서 그 전환이 다소 매끄럽지 못합니다. 조금 과장하면, 서로 다른 두 영화를 붙여 놓았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주1) 반지의 제왕 3편에서 크리스토퍼 리가 안 나오는 것 알고 계시죠? -_- 후에 확장판에서만 사루만의 최후 챕터가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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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FlakGear 2012/01/06 19:00 # 답글

    왠지 기대되는군요. 셔터아일랜드 꽤 재밌게봤었는데.
  • anakin 2012/01/07 07:38 #

    FlakGear 님 // 셔터 아일랜드 스콜세즈+디카프리오라서 정말 보고 싶었는데 못 보고 넘어갔죠ㅠㅜ 이건 국내 개봉이 언제인지 잘 모르겠는데 개봉하면 보세요! 정말 괜찮습니다.
  • wolfrain 2012/02/12 12:27 # 답글

    아직 영화는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애초에 원작 자체가 그렇게 소년의 성장과 조르주 멜리아스라는 최초의 환상이라는 테마를 넣은 영화감독을 다루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원작에서는 저 샤샤 바론 코헨이 연기하는 저런 역장보다는 그냥 단면적인 인물이고, 자동기계인형이 과거의 멜리아스을 상기하면서 이래저래 이야기가 꼬이는 거라. 보니까 원작을 다 다루는게 아니고 각색하는 것 같더군요. 원작을 보시면 또다른 면으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anakin 2012/02/13 14:11 #

    wolfrain 님 // 원작이 어찌 되었건 간에, 영화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영화를 보는 분들 대부분이 원작을 먼저 접하고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이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죠. 원작이 그 핑계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혹 스포일러가 될까봐 그 이름을 일부러 본문에서 가려 두었는데 덧글에 적어 버리셨네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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