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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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매터 (PC, 2011)

Gray Matter
장르: 어드벤쳐
개발사: Wizarbox
배급사: dtp Entertainment
디자이너: 제인 젠슨(Jane Jensen)


어드벤쳐 게임 팬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어드벤쳐 게임에서 얻는 가장 큰 재미 요소는 무엇이신지요? 이에 대해 사람마다 여러 대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애착이 가는 등장 인물은 어드벤쳐 게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레이 매터는 중간에 개발사를 바꾸는 등 많은 어려움 끝에 힘들게 세상에 나온, 제인 젠슨의 최신작입니다. 어드벤쳐 팬이라면 그녀의 전작인 가브리엘 나이트(Gabriel Knight) 시리즈를 통해 젠슨 여사님의 이름을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다소 비열한 면이 있는 바람둥이 소설가 가브리엘과 헌신적이고 똑똑한 그의 조수 그레이스가 겪는 흥미진진한 모험담과 은근한 러브 스토리(?).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역사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치밀한 배경 스토리와 설정들은 복잡하고 잘 짜여진 메인 스토리에 더욱 깊은 매력을 부여해 줍니다.

시리즈의 3편 마지막의 다소 붕 뜬 결말에 대해, (저를 포함한) 많은 팬들이 애타게 속편을 기다렸지만 2011년 8월 현재까지 그 속편이 만들어 지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이네요ㅠㅜ 이는 매우 안타깝지만, 젠슨 여사님의 속편인 그레이 매터(Gray Matter)는 이러한 팬들에게 있어 그 다음으로 좋은 소식이 되리라 믿습니다.


작품에 대한 첫 인상은 예전에 데모를 플레이 해 보면서 적어둔 게 있는데, 그 인상의 대부분이 본 게임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네요. 그렇기 때문에 그 글에서 했던 이야기는 길게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그래픽과 음악은 수준급, 편리한 인터페이스 역시 장점, 퍼즐의 난이도는 낮아 보임... 으로 정리가 되겠네요.

게임 엔진은 상당히 세련된 외향을 자랑하지만, 중간에 개발사가 바뀌면서 생긴 문제가 아닐까 싶은 부분들이 몇 군데 보이는 것이 아쉽습니다. 가끔 보이는 버그들이 조금 거슬리고, 특히 3D 캐릭터 간, 또는 2D 배경과의 접점이 서로 잘 안 맞는 경우가 여러 번 보이는데, 게임을 망치는 요소까지는 아니지만 몰입에 살짝 방해가 되긴 하더군요.


데모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특이한 게임 플레이 요소 두 가지에 대해 살짝 언급하고 싶네요. 어드벤쳐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필요한 아이템을 획득함으로써 해결되는) 인벤토리 퍼즐, (적절한 대화를 선택함으로써 해결되는) 대화 트리 퍼즐이 아닌, 마술 퍼즐은 그레이 매터만의 특이한 퍼즐일 겁니다.

두 주인공 중 마술사인 샘(Samantha Everett)은 일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술 트릭을 사용하게 되는데요, 마술 핸드북을 통해 적절한 마술을 선택한 후, 마술 인터페이스 화면에서 수행 순서를 알맞게 설정하면 샘이 해당 마술을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우측에 있는 샘 주변에 있는 아이콘을 클릭하거나 아이템을 해당 장소로 끌어 놓으면서 아이템을 손에 들게 하거나, 소매나 주머니에 숨기거나, 또는 상대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끌어 순간적으로 아이템을 바꾸거나 감출 틈을 만드는 등의 행동을 지정하는 거죠.



저는 이게 꽤 신선하다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순서를 입력하면 그 다음 장면으로 진행이 안 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하게 되면 '맞을때까지 아무거나 때려넣어 보는' 퍼즐이 될 위험성도 다소 있습니다 --a


또 한 가지, 샘은 런던에 있는 베일에 싸인 마술 클럽인 디덜러스 클럽(Daedalus Club)으로 가는 것이 목적인데, 이를 위해 풀어야 하는 퍼즐들이 또 존재합니다. 이와 연관된 퍼즐들은 정말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수수께끼'를 푸는 쪽에 가깝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관련 퍼즐은 요런 식으로 종이에 적혀 샘에게 주어지는데, 이를 보고 수수께끼가 가리키는 곳을 찾아내어, 그 곳의 퍼즐을 풀어야 합니다. 내용이 크게 어려운 건 아니고, 일반적인 '어드벤쳐 게임 퍼즐'을 풀다가 잠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부분이었던 것 같네요. 상당히 마음에 들더군요 :)

그리고 디덜러스 클럽 수수께끼와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되는, 마지막 챕터에서의 퍼즐들 역시 꽤 신선했고,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 한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스토리와 캐릭터/배경 설정 면을 보면 '역시 젠슨!'이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샘이 마술사다 보니 관련된 여러 내용이 함께 등장하는데, 마술을 위한 여러 소품들부터 시작하여 마술을 위한 심리 트릭들까지, 배경 지식 수집을 위해 꽤 많은 노력이 들어갔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는 또 다른 주인공인 데이빗(David Styles) 쪽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데, 신경 생물학(Neurobiology) 교수로 설정되어 있는 데이빗 덕에 다양한 의학 기기들과 (저에겐 이제 지나치게 친근한-_-) 대학/대학원 생활의 요소들은 스토리에 사실성과 깊이를 부여해 줍니다.

이전 작품이었던 가브리엘 나이트 시리즈에서도 그렇지만, 여기서도 두 주인공 모두 플레이하게 되는데, 두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이 동일하지 않고, 같은 사물을 봐도 서로 갖는 생각이 천지차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입니다. 동일한 사건을 보고도 그 원인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게 되는데, 이 덕분에 양쪽 모두 플레이하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그래서 어느 쪽이 맞는 거지? 아니면 둘 다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하는 의문을 계속 갖게 되고, 이는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을 더더욱 유발하는 요소가 되죠.

또, 데이빗과 샘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서로 말다툼을 하며 시작하고,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서로 성격이 안 맞아 내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심지어는 게임 엔딩의 마지막 대사조차 데이빗이 샘에게 ***(스포일러 심의삭제)에 대해 뭐라 하는 내용의 대사인데요, 이 정도로 서로 호흡이 안 맞는 두 인물이 주인공인 게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의 결말이 참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천방지축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늘상 마음만 앞서 이래저래 잦은 실수를 저지르는 샘과, 과도하게 예민하고 신경질적이지만 사실 가슴은 따뜻한 차도남;;; 데이빗의 두 캐릭터는 정말 매력이 넘치죠.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그레이 매터는 깔끔하게 마무리가 잘 된 게임이라 하기에는 다소 허술함과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만, 잘 다듬어진 깊이있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매력으로 그 모든 것을 커버하고도 남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래 이게 바로 젠슨 여사님이 만든 게임의 맛이야!'라고 반복하여 감탄했습니다^^ 제가 엔딩을 본 수십작의 어드벤쳐 중에서, 이 정도로 스토리가 궁금하여 몰입하여 했던 어드벤쳐 게임이 과연 몇 개나 될지 모르겠네요.

본인이 그래픽 어드벤쳐 게임 장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웰-메이드 스토리가 어떤 건지 그레이 매터를 통해 꼭 경험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그러니 여사님 속편 꼭 만들어 주세요 엉엉엉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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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닉키 2011/09/01 09:02 # 삭제 답글

    우왕. 리뷰을 써주셨네요. 먼저 선 리플 후 읽기을 하겠습니다. ㅎㅎ
  • BlackGear 2011/09/01 12:14 # 답글

    오... 어떻게 보면 많은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얻어갈것도 많은 지적인 게임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는 군요
  • anakin 2011/09/01 14:21 # 답글

    닉키 님 // ^^
    BlackGear 님 // 지적인 어드벤쳐 하면 바로 제인 젠슨이죠.
  • utena 2011/09/01 19:26 # 답글

    본문을 읽고 조금 헷갈리는데, 혹시 이거 Gabriel Knight 시리즈랑 이어지는 뭔가가 있는 건가요?
  • anakin 2011/09/02 02:24 #

    utena 님 // 아뇨, 가브리엘 나이트 시리즈와는 전혀 상관 없는 젠슨의 새로운 작품이에요. 혼동을 드려 죄송합니다;;;
  • 쑤현파파 2012/03/23 16:47 # 삭제 답글

    올만에 들와서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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