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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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9 (2009) - 한 찌질이의 환골탈태 이야기

District 9 (2009)
감독: Neill Blomkamp
작가: Neill Blomkamp & Terri Tatchell
주연: Sharlto Copley, Jason Cope, Nathalie Boltt, Sylvaine Strike 등
상영시간: 112분

(국내 공식 홈페이지, IMDb 페이지)


이하 내용은 영화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본 건 한참 전인데, 그 동안 워낙 정신이 없었던 관계로 이제서야 감상문을 작성하네요. 그런데, 게으름 피우는 동안 한국에서도 이미 개봉을 하였나 보군요 --a


디스트릭트 9. 많은 호평을 듣고 상당한 기대를 갖고 관람한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높은 기대감을 갖고 영화를 보면, 기대감을 채우지 못하는 영화를 만나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데요... 이 작품은 그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더군요.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에서 일반적인 영화 형식으로의 전환은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웠고, 비교적 저예산 영화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특수 효과와 진짜 같은 외계인의 모습은 감탄스러웠습니다. 느슨해지지 않는 이야기의 전개 속도도 매우 만족스러웠고, 기대 외로 박력 넘치던 액션 신들도 저를 무척 즐겁게 해 주었죠.

영화가 마치, 잘 익은 알갱이로 속이 꽉꽉 들어찬 오렌지와 같은 느낌이라 하면, 이상한 비유일까요? 영화의 다양한 면모에서 상당히 높은 품질을 보여주고 있는데, 블롬캄프 감독의 첫 '풀 피쳐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려움마져 느껴질 정도로 훌륭합니다.



주인공 비커스는 분명 비호감 캐릭터입니다. 첫 등장에서는 단지 조금 멍청해 보일 뿐이지만, 그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공무원 특유의 '난 분명 규칙대로 하고 있으니까 전혀 아무런 잘못도 없거든?' 태도와 함께, 겉으로는 외계인들을 위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이 외계인들은 꼴통들에 멍청한 범죄자들 투성이, 몽둥이가 약이여!'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여과 없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이런 특급 찌질이인 그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영화 마지막에서는 그가 그렇게 깔보던 외계인을 위해 스스로의 앞날을 희생할 수 있을 정도로 바뀌게 됩니다. 모두가 그에게 등을 돌리는 시련 속에서, 유일한 희망이었던 크리스에 대해 어느 정도 동정심을 갖게 되는 거야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결국 자신이 치료받을 수 있는 희망까지 포기하는 건, 비커스가 찌질이에서 확실히 더 나은 인간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이 아닐까요? 결국 이 영화의 주제는, 이런 찌질이도 노력하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농담입니다;;;)



영화에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인종 차별 관련된 비유에 대해서도 말이 많더군요. 우주선이 도착한 곳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라는 시점에서 이미 '너무 노골적인' 수준을 넘어선 게 아닌가 싶네요 ^^ 가짜 다큐멘터리의 인터뷰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과 '다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보면서, 외계인의 자리에 특정 인종들을 대입하더라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누구나 불편함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인종 차별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악랄한 대학살 중 상당수의 기반이 된 사고 방식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에 더더욱 그렇고요.



IMDb 게시판을 둘러보니 주인공의 독특한 억양에 대해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많던데, 저는 '미국식 말투가 아닌' 억양을 무척 좋아하는 관계로 (예전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디카프리오 형님의 멋진 억양이 연상되는) 비커스의 온갖 욕지거리("Fok!")를 매우 즐겁게 듣고 왔습니다 ^^ 카메라 앞에서는 똑바른 모습만 보이려 하던 비커스가 내뱉는 자유로운 욕설들은 물론, 그의 찌질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도 하고요.


뭔가 여운을 남기는 영화의 결말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속편은 절대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굵직하고 무게감 넘치는 영화를 잘 정리하는 엔딩이라 느껴집니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사용했던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되돌아가, 그 뒤의 이야기를 타인의 시선과 생각으로 정리해 주는 방식이 참 괜찮더군요.


마지막으로, 영화에 대한 주의 사항 한 가지를 말씀드리면, 신체 일부가 뜯겨 나간다거나 피가 튀는 등의 고어 장면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a 그리고 고어는 아니지만, 비위를 다소 상하게 하는 징그러운 장면들도 종종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 때문에 이 영화를 놓치신다면, 분명 후회하실 거에요!



P. S. 밸브의 역작 fps 하프-라이프 2를 해 보신 분이라면, 분명 "어 저거 **건이다!"라고 외칠 만한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진지한 분위기인 이 작품 내에서 몇 안 되는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네요 ^^ 또 하나를 꼽으라면 발로 한 포르노(?) 합성일 듯.
영화를 보셨나요? 어떤 장면 얘기냐면요...->

P. P. S. 이 영화의 원작 격이라 할 수 있는 Alive in Joburg를 공식적으로 볼 수 있는 페이지입니다. 6분여 정도의 길이의 짧은 영화인 이 작품은 닐 블롬캄프가 감독하였고, 디스트릭트 9은 이 영화의 아이디어들을 확장한 버전이라 할 수 있죠. 극장판과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별다른 스포일러는 없지만, 민감하신 분이라면 극장에서 영화를 보신 후에 보시는 편이 나을 것 같네요.

P. P. P. S. 한국에서는 어떤 식으로 홍보를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심지어는 상영하는 극장에서도 상영 중인 영화의 포스터를 보기 힘든 이 곳 극장의 특성상 (상영중인 영화는 대부분 영화 제목을 글씨로만 써 놓습니다. 그것도 약어로요;;;) 포스터 한 번 제대로 못 보고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근데 처음에 피터 잭슨의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a 제작자로 참여하였더군요.

P. P. P. P. S. 영화에서 외계인을 지칭하는 'prawn'이라는 단어는, (저 역시 처음에 생각했던) 새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남아공에 있는 왕귀뚜라미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위키피디아에 있는 사진인데요, 무섭게 생겼네요;;; 성체의 크기는 약 4~5 cm 정도라고 하네요.

흠, 근데 이 용어, 국내 극장 자막에서는 어떻게 번역되었나요? 갑자기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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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eibark 2009/10/18 09:37 # 답글

    prawn은 그냥 프론으로 번역하더군요.
  • 잠본이 2009/10/18 11:39 #

    '프런'으로 번역하고 쓰레기통 뒤지는 거지라는 뜻으로 설명하더군요.
    곤충 얘기까지 들어가면 귀찮아지니 대충 잘 얼버무린 듯.
  • anakin 2009/10/19 07:56 #

    Reibark 님, 잠본이 님 // 뭐, 그 정도면 무난한 번역 같네요 ^^
  • Many惡 2009/10/18 09:41 # 답글

    사진 보니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닮았군요..^^
  • pipboy2k 2009/10/18 09:59 # 답글

    아, 저도 프론프론 하기에 새우인가 했었더니, 더 적절한 동물이 있었군요;;; 진짜 프론닮았구나 외계인들.. ㅋ

    돼지킬 장면이 딱 한번 나온게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ㅋ. Alive in Joburg에선 정말 중력건 다운 모습이 더 잘 드러나더군요. 게다가 로봇도 왠지 '견이'스러운 모습이.
  • anakin 2009/10/19 08:00 #

    pipboy2k 님 // 긴 팔과 짧은 다리때문에 저도 그 녀석이 떠오르더군요 ^^a 말씀대로 제대로 된 중력건의 시범은 Alive in Joburg 쪽이었다고 해야 할 듯 싶습니다.
  • 레이코 2009/10/18 10:21 # 답글

    저는 '소시민 분투기'라고 혼자 부제를 붙여버렸습니다.
    근데 비커스가 그 외계인 부자와 같이 가도 괜찮지않나 싶었습니다.
    갔다면 지구에서 그랬던것처럼 생체실험을 당했을것같지만.
  • 잠본이 2009/10/18 11:39 #

    솔직히 종양(?)이 몸의 절반 이상 퍼진 상태이니 따라가나 안가나 장래는 시궁창 OTL
  • 카바론 2009/10/18 12:15 # 삭제 답글

    좀 아쉬운게 (-_- )a;;

    그 실린더 안에 연료가 좀 부족했다고, 그게 모선에 세명이 다같이 못갈 수준이었단 소리가
    일부러 내용 만들려는 의도에서 비쿠스 지구에 남기려고 억지쓰는건데
    제대로 그걸 매끄럽게 마모를 못 시켜서 계속 생각에 밟히데요.

    아니, 세사람이 모선 올라갈 수준이 안된단게 연료부족 이랑 무슨 연관이며
    연료부족상태의 적재하중 문제면 그게 솔직히 말이 되느냐고,
    게다가 뻔히 사령선이 자체상승 안해도 다 되더만.

    차라리 설득력 있는 변명을 하려면 "한명은 남아 뒤를 지키면서 시간을 끌어야" 라고 하지
  • 호워프 2009/10/18 16:01 #

    음? 3년을 기다려 달라고 한 것은 연료를 모두 항행에 돌려 최대한 빨리 외계인의 모성에 가기 위해서 아니었습니까? 원래 계획대로라면 크리스토퍼 부자는 부자대로 모성으로 향하고, 비쿠스는 비쿠스대로 치료받을 수 있었는데.

    외계인 크리스토퍼가 동족들에게 자행된 생체실험을 보고는 최대한 빨리 고향에 가야겠다고 생각해 비쿠스에게 기다려달라고 말하지요.
  • 카바론 2009/10/18 16:28 # 삭제

    근데ㅡ

    "모선에 가서 그쪽 장비 쓰면 너 몸 원상복귀 가능함,
    근데 거기 가려면 액체 필요함, 근데 액체가 없잖아? 우린 안될거야ㅋ"

    ㅡ이라는 언급도 있었었고
    그 거대 모선 기동 문제는 딱히 그 문제의 검은 괴액체(연료?)랑은 별 상관 없어 보이지 않았슴까.
    자체동력이 있어서 20년동안 혼자서 떠있었는데.
  • 라비안로즈 2009/10/18 22:41 #

    거대모선이 아니라 그 뭐라고 해야 할까.. 조그마한 함선? 같은거 움직이는 연료 아니였을까요?
  • 카바론 2009/10/19 00:28 # 삭제

    제 말이요.
  • anakin 2009/10/19 08:17 #

    카바론 님 // 다시 와서 이걸 보실런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영화본 지 좀 되어서 잘못 기억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저는 연료가 부족해서 세 명이 다 같이 모선에 못간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 것 같네요 --a 크리스토퍼는 동족의 안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비커스에게 3년을 기다려 달라고 한 것 아니었나요? 연료의 양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요.
    연료의 역할은 제어 함선의 컴퓨터를 돌리기 위한 것 아닐까요? 모선 자체의 동력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 모두 그 작은 함선에 있었던 것 같네요. 리모콘 건전지가 없으면 (멀리 떨어져 있어 소파에서 손이 안 닿는) tv를 제어할 수 없는... 방식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 비니루 2009/10/22 19:58 # 답글

    prawn은 거지보다는 곱등이나 벌레 내지 해충으로 번역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 anakin 2009/10/23 01:33 #

    비니루 님 //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 자막 번역자들이 해 온 만행들을 볼 때, '새우'로 번역 안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걸 ㅠㅜ
  • 리퍼 2010/02/25 18:20 # 답글

    재밌게 본 영화였죠. 저는 영화를 스토리보다 연출과 배치로 보기 때문에 이 영화를 무난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처음 제작치고 너무 치밀하다는 생각이... 이 감독이 만든 건지 몰라도 사무용 로봇이 사람들 사이에서 사무를 보는 단편 영화도 있던데... 그것도 인상깊더군요.
  • anakin 2010/02/26 09:47 #

    리퍼 님 // 블롬캄프 감독, 자신의 첫 장편을 이렇게 잘 만들어 놓는 건 반칙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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