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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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없는 엔딩 감상] 폴아웃 3 (2008)

스포일러 없는 엔딩 감상 시리즈 링크


"War. War never changes."


폴아웃 3 pc 버전 엔딩을 보고 들었던 생각들을 순서 없이 나열하였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은 일부러 언급을 자제하였으니, 게임을 아직 안 해 보신 분들도 읽으셔도 될 겁니다 :)

Good 핵전쟁 이후의 암울한 미래 속에 1950년대 (미국의) 문화와 블랙 코미디를 섞어 놓은 절묘한 세계관. 이것이 바로 폴아웃 시리즈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핍보이의 라디오를 갤럭시 뉴스 라디오에 맞춰 놓고, 흘러 나오는 올드 팝 음악사랑 타령을 들으면서 황량한 폐허를 누비는 기분은 여느 게임에서 느낄 수 없던 절묘한 감정이었습니다.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귀여우면서도 익살스러운 볼트 보이(Vault Boy)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이미 이런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나 싶군요.

Good 폴아웃 3의 배경이 되는 DC 웨이스트랜드, 드넓은 폐허에 가득한 부가 퀘스트와 흥미로운 장소들로 인해 정말 살아있는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한 건 얘기할 수 없지만 이 세계를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정말 다양한 재미있는 거리들로 가득 들어차 있다는 기분이 드네요.

Bad 그런데 위의 장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 메인 스토리 퀘스트는 정말 허접하기 그지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메인 스토리가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이라 생각합니다. 이 게임을 하실 분들에게 진지하게 조언해 드리건데, 부디 메인 스토리 퀘스트는 아껴서 하세요. 장담컨데, 끝까지 가 보면 분명 실망하실 겁니다. 처음 시작은 그럴싸한데, 뒤로 갈수록 퀘스트의 내용도 부실할 뿐더러, 연출도 대충대충, 스토리 플롯도 허술한 데다 정말이지 너무도 진부합니다. 주인공에게 강요되는 마지막 선택을 접했을 때는 정말 허망하더군요.

폴아웃 3의 모든 퀘스트는 하나 이상의 해결 방법이 존재하죠. 예를 들자면, 인물 A가 어떤 장소 B에서 아이템 C를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치죠. 주인공은 부탁받은 대로 아이템 C를 가져다가 A에게 주고 보수를 그냥 받을 수도 있고, 보수를 안 받고 카르마 수치를 올리거나 유수같은 언변술로 더 많은 보수를 뜯어낼 수도 있습니다. 또는 그 장소로 가서 아이템 C를 찾은 후 A에게는 아이템이 없더라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A를 그 자리에서 죽이고 B로 가서 C를 챙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모든 선택에는 카르마 수치가 변화되는 등의 책임이 따르게 됩니다. A를 죽이는 걸 다른 사람들이 봤을 경우 그들이 주인공을 공격할 수도 있고, 또는 카르마 수치가 너무 낮아질 경우 정의의 사도들이 주인공을 때때로 공격해 오기도 합니다;;; 카르마에 따라 NPC들이 주인공을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달라지기도 하고요.

게임 내내 주인공에게 수없이 많은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를 주던 게임이, 갑자기 막판에 와서 "자, 1번 아니면 2번? 시간 없으니 빨랑 골라 임마. 다른 선택지는 절대 없지롱."이라고 주인공을 몰아붙이니 이 어찌 허무하지 않겠습니까.

Good 이든 대통령(President John Henry Eden) 역의 말콤 맥도웰(Malcolm McDowell), 아버지 제임스(James) 역의 리암 니슨(Liam Neeson), 그리고 서막/엔딩의 나레이터를 (이전 작들에 이어서 다시) 하는 론 펄만(Ron Perlman), 목소리 연기자들은 정말 유명한 분들을 썼네요. 그리고, 그만큼 세 분 모두 명성에 걸맞는 훌륭한 목소리 연기를 들려줍니다.

Bad 캐릭터 모델링, 굉장히 사실적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다들 플라스틱 인형 같은 느낌을 줍니다. 특히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들이 이 현상이 심한데요, 흔히 Uncanny valley라 일컬어지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Bad 설정할 수 있는 주인공 얼굴들이 하나같이 추남추녀들 뿐입니다 --a

Good 하지만, 인물 그래픽을 제외하고 보면 게임 세계의 그래픽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대지, 저 멀리 보이는 워싱턴 모뉴먼트(Washington Monument)의 망가진 첨탑, 세상을 하얗게 비추는 아침 햇살과, 해가 질 때 붉게 변하는 세상을 보고 있으면 정말 이 세상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한 줄 요약 멋진 세계관과 높은 자유도, 넓고 흥미로운 지도와 환상적인 그래픽을 가진 게임이지만 메인 스토리와 엔딩이 개판.


마지막으로, 폴아웃 3의 비공식 주제가(?)인 "I Don't Want to Set the World On Fire"의 가사를 첨부합니다 :)

"I Don't Want to Set the World On Fire" - The Ink Spots (1941)

I don't want to set the world on fire
저는 세상을 불태우고 싶지 않아요
I just want to start a flame in your heart
단지 당신 마음에 불을 지피고 싶을 뿐
In my heart I have but one desire
제 마음에는 단 하나의 소망 뿐이죠
And that one is you no other will do
그 하나는 바로 당신, 다른 어느 누구도 소용없어요

I've lost all ambition for worldly acclaim
명성 따위에 대한 야망은 모두 잃었어요
I just want to be the one you love
당신의 사랑을 받기만을 원해요
And with your admission that you feel the same
당신의 생각도 저와 같다는 고백을 받는다면
I'll have reached the goal I'm dreaming of
그건 제가 꿈꾸는 목표를 달성한 것일 거에요
Believe me
저를 믿어 주세요

I don’t want to set the world on fire
I just want to start a flame in your heart

(나레이션)
I don't wanna set the world on fire, honey
저는 세상을 불태우고 싶지 않아요
I love you too much
당신을 너무 사랑해요
I just wanna start a big big flame down in your heart
단지 당신의 마음 깊은 곳에 커다란 불을 지피고 싶어요
You see, way down inside of me, darling I have only one desire
제 마음속 깊은 곳에는, 저는 단지 하나의 소망 뿐
And that one desire is you
그 하나는 바로 당신이에요
And I know nobody else ain't gonna do
그리고 다른 어느 누구도 소용 없다는 것을 알아요

(노래)
I've lost all ambition for worldly acclaim
I just want to be the one you love
And with your admission that you feel the same
I'll have reached the goal I'm dreaming of
Believe me

I don’t want to set the world on fire
I just want to start a flame in your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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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팽백 2009/03/21 14:42 # 답글

    메인 스토리보다 클리어후 서브퀘스트나 지도 달성이 이게임의 참재미인것 같아요.
  • anakin 2009/03/22 06:35 #

    팽백 님 // 맞아요. 메인 스토리만 하면 전체 세계에 널려 있는 것들의 10%도 못 보고 끝날 것 같아요.
  • N군。 2009/03/22 10:21 # 답글

    베데스다 게임 메인퀘스트야 전통적으로 미련했죠 (...)

    엘더 쪽은 그래도 메인퀘 끝난 뒤의 제약이 적어서 금방 잊어버리기라도 가능했는데,
    폴삼은 메인 퀘스트가 끝나버리면 게임도 같이 끝나니 그 부작용이 더 크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_-;;

    뭐 4월에 DLC3가 나오면 엔딩후 플레이도 지원한다 하니 그때까지만 참아봐야죠. ;;
  • anakin 2009/03/23 01:00 #

    N군。 님 // 사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본문에서 언급 안했는데;;; 그게 제일 결정적이죠. 허무감의 극치였습니다 -_- 현재는 이전 세이브 불러들여서 웨이스트랜드 곳곳을 구경다니고 있어요. 근데 정말 할 게 많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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