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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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2004) - 그대를 지켜줄께요, 마지막 그 날까지

The Notebook (2004)
감독: Nick Cassavetes
주연: Ryan Gosling, Rachel McAdams, James Garner, Gena Rowlands 등
상영시간: 123분

(IMDb 페이지)


이하 내용은 영화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거의 사전 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예고편만 보고, 흔히 있는 사랑 이야기일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봤던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사실, 크게 빗나가지는 않았습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하고 직설적인 사랑 이야기이며, 등장 인물도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럼, 이게 이 영화의 단점일까요? 천만에요^^

이런 류의 영화는 스토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죠. 보면서 주인공과 함께 기뻐하고 안타까워하고 행복해 하는, 감정의 전달이 중요한 것이고, 이 영화는 이런 임무를 훌륭히 소화해 냅니다.


"I am no one special. Just a common man with common thoughts. I've led a common life. There are no monuments dedicated to me and my name will soon be forgotten, but in one respect I've succeeded as gloriously as anyone who ever lived. I've loved another with all my heart and soul, and for me that has always been enough."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단지 평범한 생각을 가진 평범한 사내일 뿐. 나는 평범한 삶을 살았다. 내게 헌정된 기념탑도 없고, 나의 이름은 곧 잊혀질 것이지만, 한 가지 면에서 나는 그 누구보다 영광스런 성공을 이뤘다. 나는 내 마음과 영혼을 다 바쳐 한 사람을 사랑했고, 나에겐 이로써 충분했다."


이런 선언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어찌나 행복한 사람일런지요. 이 대사를 들으며 바로 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일년 365일 동안 매일같이 편지를 쓰고서 답장 한 통마저 못 받았으면서도, 다시 젊은 시절의 아늑한 첫사랑을 기다리며 그녀와 약속한 대로 집을 고치는 주인공의 모습은 관객에게 그야말로 '환상적'인 인상을 주기 충분합니다. 네, 멋지다는 의미와 현실에서 찾기 쉽지 않다는 의미 양쪽 모두 염두해 두고 일부러 이 형용사를 고른 것 맞습니다 ^^a


대답도 없고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모르는, 수년 전의 연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랑을 현실 속에서 계속 유지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고, 다시 또 새로운 사람을 쉽게 찾는 가벼운 만남을 선호하는 오늘날의 연애 경향을 볼 때에 더더욱 찾기 어려울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 사람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평생을 보내도 그런 사람을 또 만날 확률이 희박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못할 일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집만 고치는 게 아니라, 마음 같아서는 동네 전체, 도시 전체;;;라도 고치고 싶을 겁니다 ^^



그리하여 운명의 힘인지, 또는 그 지극 정성으로 인한 것인지, 두 사람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둘의 마음 속을 숨김 없이 드러내게 되는 가슴 뭉클한 빗속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Why didn't you write me? Why? It wasn't over for me, I waited for you for seven years. But now it's too late."
"I wrote you 365 letters. I wrote you everyday for a year."
"You wrote me?"
"Yes... it wasn't over, it still isn't over."

"왜 편지하지 않았어요? 왜? 제겐 끝난 것이 아니었어요. 당신을 7년이나 기다렸어요.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어요."
"전 365통의 편지를 썼어요. 1년간, 매일 당신께 편지했어요."
"편지했다고요?"
"네... 끝난 것이 아니었어요.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에요.


상대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의 환희와 감격이란, 말로 결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가슴 벅찹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미 이 시점에서, 과거의 연인과 현재 약혼자 간의 저울질은 끝난 것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



"Do you think our love, can take us away together?"
"I think our love can do anything we want it to."
"I love you."
"I love you, Allie."
"Good night."
"Good night. I'll be seeing you."

"우리의 사랑이 우리를 함께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사랑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 줄거라 생각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앨리."
"잘 자요."
"잘 자요. 또 봐요."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함께 누워 있는 것을 간호사가 발견하는 마지막 장면은, 다소 전형적인 결말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젊은 시절의 뜨겁게 불타는 정열적인 사랑의 결말로서, 이처럼 조용하면서 감동적인 마무리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인간을 위압하는 아름다운 자연 장관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복잡한 이야기의 장대한 결말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커다란 비밀이 드러나는 장면도 아닌데, 어찌 저의 가슴을 이토록 흔들어 놓는 건지 모르겠네요.


저런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다면, 단지 몇십년 뿐인 우리 인생 속에서 단 한 짧은 순간만이라도, 마음과 영혼을 다 하는 저런 사랑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면, 이 세상에 태어나 헛된 삶을 산 것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두 사람의 마지막 순간은,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 낸 작지만 아름답기 그지 없는 기적입니다.


"Do you think our love can make miracles?"
"I do."

"우리 사랑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럼요."



살짝 여담으로, 두 사람의 마지막 대사인 "I'll be seeing you."는 과거 남자 주인공이 쓴 편지의 마지막 부분에 적힌 말과도 일치합니다. 작별 인사지만, 다시 만날 것을 암시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나름대로 의미 심장한 인삿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출처: allmoviephoto.com, 누르면 커집니다.)

"I'll be seeing you... my love."
"또 봐요, 내 사랑..."


덧글

  • LucasArts 2009/01/10 10:16 # 삭제 답글

    저역시 매우 감동있게 본 영화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엔딩장면도 좋았죠.
  • anakin 2009/01/10 12:04 #

    LucasArts 님 // 네 멋진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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