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Punctuation - 또 하나의 '까는' 게임 리뷰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는 avgn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니, 생각이 나서 또 다른 글로 적어봅니다.

제가 아는 게임들을 열심히 '까는' 동영상 형식의 게임 리뷰가 또 하나 있습니다. 게임 웹진인 The Escapist에 연재되는 Zero Punctuation(이하 ZP)이 바로 그것입니다.

ZP에서는 레트로 게임만을 리뷰하는 avgn과는 달리, 비교적 최신 게임들을 리뷰합니다. 하지만, 역시 열심히 까댄다는 것은 큰 차이가 없군요. --a

작가는 나레이션으로만 등장하는데 (언차티드 리뷰에서는 잠시 직접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 나레이션이 제목에 상당히 어울립니다. 말 그대로 마침표가 없는 듯이 말을 빠르게 하는데, 작가분의 영국식 억양과 함께 작용하여 avgn에 비해 다소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분이 '작가' 출신인지라, 그 내용을 이해하며 들으면 정말 넘치는 재치와 현란한 표현들, 고차원적인 까댐에 반하게 될 겁니다. avgn의 반복되는 "This game su*ks!", "This game is fu*king horrible!"이 조금은 지겹게 느껴지신다면 ZP를 꼭 보셔야 합니다. 너무 빨라서 못 알아들으시겠다면, 아래 진행 바를 되돌려 반복 청취를 해서라도 들어 보세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


영상은 간단한 만화+이미지 형식입니다. 하지만, 귀여워 보이는 캐릭터들에 속으시면 안됩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avgn에 등장하는 용어들이 순하게 느껴질 정도의(!) 고차원 비속어와 욕설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avgn에 나오는 욕설은 웃기려고 하는 욕설이라는 느낌이 드는 반면, ZP에 나오는 욕설은 작가 분이 진정으로 게임의 이런 면이 싫어서 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 강도 면에서 훨씬 강력하게 느껴지죠.


또,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는 영상에 간간이 들어가 있는 유머 또한 이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자면 닌텐도 이야기를 하면서 나레이션은 분명 '젤다, 메트로이드, 마리오'인데 화면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소닉이라든지, 말로는 '종교적 극단주의자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너무 빨리 지나가 읽기 힘든) 화면의 글은 극단주의자는 다 죽으라는 (실제 자막 내용보다 순화된 표현입니다) 내용의 자막이 뜨는 등의 방식이죠. 그렇기 때문에 ZP를 보실 때에는, 비록 나레이션이 알아듣기 어렵더라도 화면에서도 눈을 떼지 마시기 바랍니다. ^^ 아래에 있는 일시 정지 버튼을 적극 활용하며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지나가는 얘기로, 보잉보잉에서 한 작가분과의 짧은 인터뷰에 보면 화면에 그림이 나오는 이유는 본인이 비디오 카메라가 없어서 녹화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디오보다 이 그림들이 더 재미있는 것 같네요 ^^


그럼 이런 리뷰를 만드는 분은 누구일까요? 벤 크로쇼(Ben Croshaw), 얏지(Yahtzee)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분입니다. ZP보다 얏지라는 이름을 먼저 들어보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어드벤쳐 게임 팬이라면 말이죠.

그의 홈페이지는 fullyramblomatic.com입니다. 이 곳에 가면 그가 쓴 리뷰와 에세이, 소설들, 제작한 게임들, 웹툰 등등을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또 그가 최근에 만든 것에 대한 정보도 꾸준히 올라오고요.

이 곳의 글을 읽다 보면 ZP에 나오는 그 험한 말들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네, 그의 홈페이지에 쓰는 글의 분위기가 바로 ZP의 욕설과 유사합니다. 오만하고 배려심 없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건드리는 것을 용납치 않을 듯한 험한 말들을 여과없이 뱉어내는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홈페이지의 꼭대기에 적혀 있는 "If Bruce Campbell were a website, he'd be this one"이라고 적혀 있는 글이 조금은 이해가 갈 듯도 싶습니다. --a (브루스 캠벨은 얏지가 굉장히 좋아하는 B급 호러 영화 이블 데드의 주인공인 애쉬 역을 맡았던 배우입니다)


게임 리뷰어로 뜨기 이전에, 그는 공개 어드벤쳐 게임 제작자로 상당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저도 사실 게임을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되었고요. 그의 대표작이라면 CHZO 4부작, 또는 트릴비(Trilby) 4부작으로 알려져 있는 호러 어드벤쳐 게임 시리즈를 들어야 하겠군요. 5 Days a Stranger (제 감상문), 7 Days a Skeptic (제 감상문), Trilby's Notes, 6 Days a Sacrifice 순입니다. 공포/호러 게임 시리즈로 얏지의 뛰어난 글 솜씨와 연출 능력을 십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고해상도 그래픽이나 비싼 작곡가가 만든 음악 스코어는 찾아볼 수 없지만, 훌륭한 분위기, 매력적인 캐릭터들, 적절한 대사, 멋진 스토리를 만나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주인공 급('급'이라고 얘기한 이유는, 모든 게임에 등장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인 신사 도둑 트릴비의 매력은 거부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런 제 설명으로도 이 게임이 훌륭하다는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면, AGS Awards 2003에 5 Days a Stranger가 올라온 횟수를 직접 보시기 바랍니다. :)

또, 얏지도 이런 트릴비의 인기를 알고 있는지,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프리퀄 격의 플랫폼 잠입 액션 게임인 The Art of Theft를 이후에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이 게임의 놀라운 점은, 어드벤쳐 게임 제작 툴인 AGS를 이용하였다는 점입니다. 그의 이전 작품으로 (플래시백, 또다른 세계와 다소 유사한 분위기의) 플랫포머 게임인 1213 (영어로는 twelve-thirteen이라 읽습니다. 한국어로는 십이십삼?)의 엔진을 개정하여 만든 것이라 하더군요.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정말 한 시대를 주름 잡는 뛰어난 도둑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경비를 농락하고 물건들을 빼 오는 데서 느끼는 짜릿함이 정말 예술입니다. 트릴비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다는 점도 역시 매력이고요.

참, 1213도 짧지만 멋진 게임입니다. 특유의 미스터리/호러 분위기와 끝까지 플레이어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흡인력의 스토리는 '역시 얏지!'라는 찬사를 절로 나오게 하죠. 어드벤쳐 팬들에게는 보스전이 조금 거슬릴 수도 있습니다만 ;)

아아, 그리고 노파심에 한 마디 덧붙이면, 게임 중에는 욕설이 안 나옵니다 ^^a


쓰다 보니 제 처음 의도보다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여하간 결론은, ZP를 추천해 드린다는 것이었습니다 --a 편의를 위해 링크를 다시 알려 드립니다. ^^

Zero Punctuation을 전부 볼 수 있는 The Escapist 페이지
ZP가 The Escapist의 한 코너가 되기 전, 얏지가 YouTube에 올린 비디오(+얏지가 쓴 텍스트 리뷰들)를 볼 수 있는 페이지
by anakin | 2008/03/19 07:15 | 일상 속 잡담 | 트랙백(1) | 핑백(2) | 덧글(7)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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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소개: 게임 관련 유명 웹사이트
아직 그렇게 나이를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해가 지날수록 게임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게임과 관련된 각종 글들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더 많아지네요. 오늘은 영어권 게임 관련 사이트들을 한번 정리해봅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견해이오니, 제가 늘어놓는 엉뚱한 소리들에 대한 태클은 언제나 대환영입니다. ^^ IGN Gamespot과 쌍벽을 이루는 게임 전문 종합 사이트. Gamespot이 제프 게르츠만 해고 사건(링크) 이후 말......more

Linked at 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 얏지.. at 2009/07/29 09:16

... LOMATIC NO LONGER ACCEPTS DONATIONS 공개 게임 개발자로, 또 제로 펑츄에이션(Zero Punctuation, The Escapist의 목록, 제가 예전에 작성한 관련 글)의 작가로 매우 잘 알려져 있는 벤 크로쇼(Ben Croshaw), 일명 얏지(Yahtzee)가 그의 어드벤쳐 게임의 특별판을 무료로 공개했네요. 기존에는, 특별 ... more

Linked at 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 얏지.. at 2009/09/03 13:13

... 다 아실 벤 '얏지' 크로쇼(Ben 'Yahtzee' Croshaw)의 주간 게임 리뷰(를 가장한 까대기) 시리즈인 제로 펑추에이션 (Zero Punctuation) (예전 제가 작성한 관련 글입니다). 이번주에 리뷰된 게임은 다름 아닌 원숭이섬 이야기 (Tales of Monkey Island)더군요. 푸헉;;; 얏지 자신이 상당히 높은 품질의 프리웨어 어 ... more

Commented by 페이비안 at 2008/03/19 08:34
트랙백 타고 놀러왔습니다. 상당히 자세한 소개네요. 무럭무럭 피어나는 팬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ㅋㅋㅋ 정말 잘 읽고 제 글도 트랙백 걸고 갑니다. ^-^
Commented by 둠헤머 at 2008/03/19 12:57
게임에 대한 적나라한 비평을 매우 좋아해서 반가운마음에 링크를 타고 가봤지만 안그래도 안되는 영어인데다가 엄청난 말빠르기에 좌절했습니다...ㅜ.ㅜ
역시 뭐든지 볼려면 영어공부를 미친듯이 하는수밖에 없겠군요 즐겨찾기해놓고 언젠가는 알아듣고말테다 라는 생각으로 공부해야겠습니다...ㅎㅎ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anakin at 2008/03/20 02:09
페이비안 님 // 잘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 솔직히 이 분 팬입니다. 게임도 그렇고, 리뷰도 그렇고, 이 사람 작품들, 전부 대단한 것 같아요.
둠해머 님 // 절대 듣기 쉬운 영어가 아닌 건 확실하죠;;; 그래도 그게 ZP의 특징 중 하나니까요. 여하간, 이해가 된다면 정말 재미있긴 합니다.
Commented by Ritsuko at 2008/04/25 00:23
루리웹 정보게시판에서 젤다 리뷰를 보고 반해서 매주 수요일에 꼭 봅니다만 정말 매주 재미있게 만드네요... 이번주 리뷰도 상당히 마음에 들더군요
Commented by anakin at 2008/04/25 16:38
Ritsuko 님 // 예, 저도 이번주 리뷰 혼자 키득거리며 봤었죠 ^^ 재미있더군요. 세상에는 참 능력 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Commented by yoonie2 at 2009/03/04 14:48
YAHTZEE!!!
이분의 까는 소리는 거의 The Escapist 연재 초기에부터 들어왔다능! ㅋㅋㅋ
Commented by anakin at 2009/03/05 05:50
yoonie2 님 // 와아, 저보다 오래전부터 들어오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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