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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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2의 전작에 대해

웹서핑 중 발견한 고릴라 님의 듄2(Dune 2)라는 글로 보낼 트랙백 글입니다. 사실 덧글로 이야기 할 수도 있는 내용이긴 한데, 로그인 글쓰기가 막혀 있기도 하고, 한 번 쯤은 글로 정리하고 싶기도 해서 굳이 써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을 휩쓸어 버린 게임, 스타크래프트(Starcraft, 이하 스타). 이 게임의 장르는 실시간 전략, Real-Time Strategy (이하 RTS)로 분류된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익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RTS 게임은 스타가 최초는 아니었죠.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 낸 워크래프트(Warcraft) 시리즈도 있었고, 그의 라이벌 시리즈였던 커맨드 & 컨쿼 (Command & Conquer)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이 C&C 시리즈의 제작사는 그 이외에도 많은 명작을 만들어 낸 유명한 미국의 웨스트우드 스튜디오(Westwood Studios)사였죠.


그리고, RTS 게임들의 전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전설의 RTS, 듄 2(Dune 2: The Building of a Dynasty, 1992)가 있었습니다. 듄 2가 최초의 실시간 전략 게임은 아니지만, 오늘날 RTS라는 이름으로 제작되는 모든 게임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자원 수집, 유닛 생성, 기술 개발, 컨트롤 방식 등의 개념을 모두 정립하여, 명실공히 오늘날의 RTS를 확립한 게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실로 놀라운 게임이라 아니할 수가 없죠.

듄 2의 타이틀 화면



그런데, 이 게임을 해 보신 분들 중, 이런 의문을 가져보신 분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듄 2라면, 1편이 있었다는 의미인데, 1편은 어디 가고 2편이 이토록 칭송받고 있는 걸까? 1편은 구경도 못 해 보았을 정도로 못 만든 게임인가? 아니면 1편은 2편과 다른 분위기의 게임인가?" 이상하지 않나요, 듄 2편은 있는데 듄 1편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말씀드리면... 듄 2의 제작사인 웨스트우드는 듄 1편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


그럼, 듄 1편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듄(Dune)이라는 작품은 웨스트우드와는 전혀 상관없는 프랑스의 개발사 크리오(Cryo, 제 프랑스어 지식의 전무함으로 인해 발음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발표 년도는 듄 2와 동일한 1992년.

듄을 실행하였을 때에 나오는 개발사 화면


듄의 타이틀 화면



듄은 크리오 사의 첫 작품으로, 어드벤쳐 게임의 베이스 위에 전략 게임의 요소가 합쳐진 다소 하이브리드 형태의 게임입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무척 신선한 시도였으며, 이 게임의 히트로 인해 크리오 사는 세상에 그 이름이 알려지게 되죠. 탄탄한 줄거리를 따라가며 듄 행성의 원주민인 프레맨(Fremen)을 설득하여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그들에게 임무를 부여하여 스파이스를 채취하고 병사들을 훈련하여 숙적 하코넨(Harkonnen) 가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입니다.

듄 2와 뭔가 비슷하다고 느끼시나요? 같은 세계관을 갖고 있으며 전략 게임이라는 공통 요소가 있으니 이렇게 느끼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하지만, 듄에서의 스파이스는 병사를 훈련하는 데 필요한 자원의 개념이 아니라, 황제에게 정기적으로 바쳐야 하는 상납금 쪽에 더 가깝습니다. 스파이스를 충분히 채취하지 못해 이 상납을 바치는 데 실패하게 되면 바로 게임 오버입니다. 좀 무섭죠 :(

"나한테 대들면 이렇게 된다구."



차이점을 또 하나만 짚어 내면, 플레이어가 군대 전체를 조종하게 되는 듄 2와는 달리 듄에서는 폴 아트레이디스(Paul Atreides)를 조종하게 됩니다. 그를 통해 원주민들을 설득하고 여러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므로, 마치 1인칭 어드벤쳐 게임을 하는 듯한 요소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크리오 사가 이후 많은 어드벤쳐 게임을 제작하였다는 것과도 연관이 없지는 않을 듯 싶네요. :)

듄의 주인공 폴의 모습. 근데 너 지금 어디 보고 있니?



타 회사에서 제작한 게임과의 혼동을 위해 웨스트우드 사는 자사의 게임에 2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일까요? 정확한 것은 모르겠네요. 여하간, 듄은 크리오의 작품이며, 웨스트우드는 듄 1편이라는 이름의 게임을 제작한 적이 없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2007/01/18 추가: Zwei 님의 제보에 의해, 웨스트우드가 굳이 다른 회사에서 제작한 게임을 의식하여 자사의 게임 제목을 바꾼 이유가 명확해졌습니다.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듄 게임, 이 게임 제작의 라이센스를 소유한 것이 바로 당시 거대 게임 유통사였던 버진(Virgin)사였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버진 사의 라이센스를 통해 듄 게임을 개발하고, 버진 사의 유통망에 의존하던) 서로 다른 개발사였던 크리오와 웨스트우드가 게임의 제목을 신경쓰게 된 것이었죠.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신 Zwei 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돌이켜 생각해 보면, 90년대 초중반에 게임 타이틀에 Virgin 마크가 들어갔던 게임이 상당히 많았던 것 같네요. 한때는 유럽의 Electronic Arts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하니 말이죠;;;

게임 듄의 타이틀에서 나오는 Virgin 마크. 90년대에 pc 게임에 관심 있으셨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보시지 않았을까요?


덧글

  • 아이리스 2008/01/18 21:06 # 답글

    듄 2에 밀려 흑역사로 묻혀진 게임이군요;; 게임 잡지에 소개된 적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아돌 2008/01/18 21:56 # 삭제 답글

    아아.. 1편이 어드벤쳐라는 것만 알고있었는데 내막이 이랬군요. 흠흠..
    Cryo 라면 딱히 뭐! 하고 기억나는건 없는 대충 그러그러했던 어드벤쳐를 많이 양산해냈던.. 회사로만 기억이 남아요. =_=;;
  • saysix 2008/01/18 22:57 # 삭제 답글

    듄2와 듄, 둘 다 저한테는 음악이 참 인상적이었던 게임입니다.
  • zwei 2008/01/19 00:18 # 삭제 답글

    듄의 라이센스는 당시 대형 유통사인 버진(Virgin games)사가 가졌습니다. 버진 아래에서 (개발사) Cryo가 이미 Dune 이란 이름의 게임 개발을 착수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역시 버진 아래에서 일하던 (개발사) Westwood가 이름을 Dune 2로 고쳤다고 하네요.
    재밌는 것은 Virgin 게임 산업부는 망하고 이후 Cryo와 Westwood가 독자적으로 Frank Herbert's Dune 과 Dune 2000 을 각각 내놓았었죠.
  • anakin 2008/01/19 04:09 # 답글

    아이리스 님 // 뭐, 흑역사까지는 아닌 거 같아요. 크리오 사를 나름대로 유명하게 해 준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국내에서는 아는 분이 좀 드물었던 거 같지만요.
    아돌 님 // 엄청난 대작은 없었지만, 그래도 발표 작품이 꽤나 많았던 회사더라고요. 솔직히 말해, 저도 이 회사 작품에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_=
    saysix 님 // 정말, 두 작품 모두 음악이 참 멋졌어요. 서로 뭔가 분위기도 흡사했던 것 같고 말이죠.
    zwei 님 // 아아, 그런 비밀이... 라이센스가 유통사에 있던 거군요! 알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zwei 2008/01/21 11:57 # 삭제 답글

    세계 유수의 게임사이트를 다녀봐도 이 Dune의 리뷰가 없네요.
    혹시 anakin님께서 최초로 쓰실 수 있지 않을까요? @.@
  • lovemandoo 2008/01/21 12:40 # 삭제 답글

    그래픽 만은 (특히 인물 그래픽) 듄과 듄2 가 풍이 거의 비슷하여 생기는 오해도 클듯 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 -;;
  • LucasArts 2008/01/21 21:44 # 삭제 답글

    게임컴 첫 별책부록에 듄이 소개되었습니다. 꽤 엄하게 보인다라고 생각됐는데 장르는 어드벤처더군요. 이것도 PA에서 소개로 알게됐다는...^^
  • anakin 2008/01/22 03:24 # 답글

    zwei 님 // 게임이 발표된 92년도라면 웹 상의 게임 사이트보다 오프라인의 게임 잡지가 많았을 때니까, 아마 잡지 기사로는 이미 있지 않을까요? ^^;; 시간이 되어 엔딩을 보게 된다면 한 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lovemandoo 님 // 그러게요. 충분히 혼동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
    LucasArts 님 // 오 게임컴... 오랜만에 들어보는 반가운 이름이군요 :)
  • 쑤현파파 2008/01/28 11:21 # 삭제 답글

    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
  • anakin 2008/01/29 07:36 # 답글

    쑤현파파 님 // 듄2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게임이었으니 말이죠 ^^
  • guybrush 2008/04/24 23:05 # 삭제 답글

    듄2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듄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궁금했는데 여기 좋은 글이 있었네요. 잘 보고 갑니다.
  • anakin 2008/04/25 16:36 # 답글

    guybrush 님 // 감사합니다 ^^ 그리고 닉네임이 매우 멋지시군요!
  • 고릴라 2008/04/28 00:11 # 삭제 답글

    와 저도 듄2가 왜 듄2일까 궁금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엮인글을 이제야 확인하고 알게 됐네요.
  • 고릴라 2008/04/28 00:13 # 삭제 답글

    헛 그리고 제 글을 발견하시고 글을 쓰셨다는데 이제야 발견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듄2가 '최초'의 실시간 전략은 아니었군요.
  • anakin 2008/04/28 08:26 # 답글

    고릴라 님 // 네이버 블로그가 최근 트랙백 목록이 없는 관계로 글을 걸고 가도 간혹 못 보시기도 하더라고요. 죄송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
    실시간 전략 게임은 듄2 이전에도 존재했었지요. 그 역사가 80년대 이전까지도 올라가니까요. 하지만 오늘날 RTS 하면 생각나는 게임 형태를 정립한 것은 듄2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 꽃송이아빠 2008/05/20 22:18 # 삭제 답글

    오~ 찾기 어려운 좋은 정보가 여기 있었군요!
    anakin님께 감사^^

    최초의 RTS는 80년대 초에 출시된 Stonker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RTS의 시초는 Dune2라고 생각합니다.
    시초란 것이 단지 최초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시작점을 뜻한다고 보면 말이죠.
  • anakin 2008/05/21 04:52 # 답글

    꽃송이아빠 님 // 최초의 RTS에 대해서는 사실 여러 의견이 있더군요. 말씀하신 Stonker도 그 중 하나이고요.
    하지만 오늘날의 RTS를 확립한 것은 듄2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다지 이견이 없는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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