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의 나의 모습에 대한 잡담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의 운영자로 유명하신 ArborDay 님께서 블로그의 결산 글에 적어 주신 일화를 보고 든 잡상입니다.


언제나처럼, 글을 클릭하여 읽어보시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이야기하면, ArborDay 님의 학교 후배분이 공포 영화를 좋아하시는 형(=ArborDay 님)에게 어느날, 괜찮은 공포 영화 블로그로 ArborDay 님의 이글루를 추천해 주었다는 일화입니다. ArborDay 님은 블로그에 적은 이야기들을 오프라인에서도 자주 하시는 편인데, 그 블로그의 운영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후배분이 알아채지 못한 것이 다소 의아하였다고 하셨습니다. :)



* 저의 경우,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오프라인의 지인들에게 밝히기를 꺼리고 있고, 실제로 이야기한 적도 (초창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여기에 비밀스런 이야기를 적으려는 의도는 아니고요 (제 블로그를 오래 보신 분께서는, 이 곳에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거의 안 올라온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단지 블로그의 '싸이 방명록화'를 원치 않아서였죠.

처음 이글루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실 언제나 남의 눈을 의식해야 하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염증을 느껴서였고, 제 블로그의 운영을 싸이와 다른 방향으로 꾸리고 싶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런 이글루스가 싸이월드를 인수한 SK컴즈에 의해 인수되었다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긴 합니다만 --a


* 위의 이유로 인해, 전 블로그에 제 본명을 적은 적이 한 번도 없고, 그래서인지 구글에서 제 본명으로 검색해 보면 제 이글루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이글루 어느 페이지에서라도 클릭 한 번으로 제 본명이 명시된 글로 갈 수 있다는 점은, 역시나 참 아이러니하군요 --a

지나가는 얘기로, 제 본명으로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해 보면, 방금 언급한 제 본명이 나온 페이지가 나옵니다. (당연하게도) 제 블로그는 나오지 않고요.


* 위의 ArborDay 님의 일화를 보며, 과연 제 블로그의 글을 우연히 본 저의 오프라인 지인이 이 글을 제가 쓴 글로 연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글에서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 말은, 제 블로그에서 보이고 있는 저의 모습과, 오프라인에서의 저의 모습 간에 분명 어느 정도 간격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진정한 저의 모습이 반영된 것은 어느 쪽일까요? 얼핏 생각하면 당연히 오프라인의 인간 ooo으로서의 모습 쪽일 것 같지만, 저는 이 곳에 anakin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릴 때에 굉장히 진지하게 제 열정을 쏟아 글을 쓰고 있으며, 분명 여기 올린 글들에는 저의 일상의 한 단면이 분명히 진하게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평소에 pc 게임을 즐겨 하며 수집하고 있고, 또 극장에서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것,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는 것, 책 읽기를 즐기는 것 등은 분명 저의 모습이거든요.

어렵내요. 요즘 들어 자꾸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점점 알 수 없게 되어 가는 것 같아, 이런 요상한 잡 생각만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다른 이야기를 조금 덧붙이면, 요즘은 오프라인의 지인들을 대하고 있는 저 자신이 너무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할 때에도, 겉으로는 그럴싸한 태도로 남들에게 거슬리지 않을 예의를 유지하는 모습.

언제부터 저 자신이 이리 타인처럼 느껴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이 '나'다운 건지, 그 자체를 잘 모르겠네요. 그냥 일단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상대적으로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인 이 블로그 내에서의 제 이름인 anakin으로서의 제 인격이 마냥 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녀석으로 그래도 이 곳에 3년 반 가까이 살아왔으니 말이죠. 적지 않은 시간이죠?


* 더불어, 제 주변의 누가 "제가 아는 블로그 중에 '벨푼트의 호숫가 산장'이라는 곳이 있는데 꽤 괜찮은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제게 할 확률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뭐, 일단은 본인이 관심이 있어야 관련 블로그를 찾아 볼텐데, 저와 유사한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이 주변에 별로 없더라고요. 아니, 사실 온라인에도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a (참고 글: 이 블로그가 마이너임을 절실히 느낄 때)


하하, 쓸데없는 잡담이 너무 길어졌네요. 숙제나 어서 끝내러 가야겠습니다.
by anakin | 2008/01/16 14:17 | 일상 속 잡담 | 트랙백 | 덧글(4)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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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이리스 at 2008/01/16 16:05
저도 지인들에게 블로그를 알리지 않는 편입니다. 그보다는 지인들이 블로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IT와 동떨어졌으니 알아도 안 들어오더군요;;
오프라인의 지인중에서는 블로그가 있는 사람이 한명 있네요;;
Commented by anakin at 2008/01/17 01:27
아이리스 님 // 말씀 듣고 생각해보니, 평소에 이야기 하면서 사실 블로그 얘기를 꺼내게 되지가 않기도 하더라고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1/18 17:23
정말 신기한게 똑같은 말을 한 것 같은데도 블로그를 통해 나를 만나면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나봅니다.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직접적으로 블로그를 알려주는 일은 저도 하지 않는답니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나저나 이 곳에서의 저와 현실에서의 저는 조금 다르긴 한 것 같아요. 현실에서 저는 훨씬 말이 많고, 훨씬 농담을 잘한답니다. 하하하.
Commented by anakin at 2008/01/19 03:56
ArborDay 님 // 저는 블로그에서의 ArborDay 님도 재치와 농담 면에서는 그다지 부족하지 않다고 느꼈는데요 ^^ 말씀을 듣고 생각 보니, 같은 내용이라도 글과 말이라는 형식의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면이 생기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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