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생활속 한글 이름의 영문 표기
소리 님의 언어 사대주의라는 제목의 글을 보니 생각이 떠올라 글로 남깁니다.

저는 어릴 적에 아버지가 회사의 홍콩 지점으로 발령을 받아 그 곳에서 약 4년간을 살다 왔죠.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 한국에 돌아왔을 때에 여러가지 문화적으로 다른 것이 많았지만, 저를 무척 놀라게 했던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이 자기 물건에다 이름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냥 이름을 쓰는 사실 자체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영어로 써 놓은 것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영어와 우리나라 말은 발음 상의 교집합이 적습니다. 우리나라 자음으로 j, z를 구분할 수 없고 l, r을 구분할 수 없으며, 영어로 우리나라의 겹자음이나 ㅡ, ㅢ, 등의 모음은 표현이 참 힘들죠. 우리나라 기업들인 삼성과 현대가 '샘숭', '휸다이'로 변해서 세계에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다들 한글로 된 이름을 영어로 표기해 놓은 것이었을까요.. 뭐.. 어린이니까 영어가 멋져 보여서 그랬다..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시면 그런 식으로 표기되어 있는 온갖 간판, 이름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가수들이 내는 음반 제목들만 해도 자신의 '한글' 이름을 영어로 당당히 써 놓은 것들이 어디 한둘이덥니까. (가수/그룹 이름이 영어로 된 쪽은 열외로 하더라도)


저는 제 한글 이름은 영어로 절대 쓰지 않으려 합니다. 어떻게 써도 '원래의' 발음과 유사하게 쓸 수가 없거든요. (예, 제 이름에 "ㅡ" 모음이 들어갑니다 -_-) 그래서 몇년 전 여권에 한글 이름을 영어로 써야 했을 때에 참 괴로워했습니다.. --;;;


영어로 쓴 한글 이름들.. 이는 정확한 '발음' 정보의 전달 수단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고유 명사에 대한 정보 전달은 가능하겠죠. 외국인들에게 '샘숭'이라고 하면 그들이 삼성이라는 기업을 떠올리긴 하니까요. 그리고 Hyundai라고 써져 있는 단어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현대'를 떠올리겠죠. 외국인들이 어떻게 발음하든 간에 말이죠.


하지만, 왜 우리나라 사람들끼리도 (정확하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우리말을 버려두고) '샘숭', '휸다이'라는 암호를 써서 의사 소통을 해야 할까요...
by anakin | 2004/09/21 10:37 | 일상 속 잡담 | 트랙백 | 덧글(10)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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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t 2004/09/21 10:54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거리에 나가도 우리 글보다는 꼬부랑글씨가 더 많아요.
Commented by anakin at 2004/09/21 11:20
곰 님 // 세계화 시대에 외국어를 배제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지킬수 있는 것은 지켜야 하겠죠. 참 아쉬운 부분들이 많아요..
Commented by 양민 at 2004/09/21 11:32
'쌍용' 이라는 회사는 '쌍룡'이 맞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쌍룡으로 싹 다 바꿨는데 결정적으로 외국 기업에서,
쌍용과 다른 회사인지 알고 혼동해서 결국 다시 쌍용으로 바꿨답니다
회사 이름 같은 건 표기법에 맞지 않더라도 쉽게 바꿀 순 없는 겁니다
Commented by anakin at 2004/09/21 17:42
양민 님 //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을 조금 오해하신것 같네요. 저는 "우리말 이름을 영어로 쓸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쓰는 것은 우스운 행동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려 했었고 회사 이름은 단지 '우스운 예시'로 들었던 것입니다만.. 양민님 말씀대로 회사 이름이란 섣불리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Commented by korjaeho at 2004/09/23 00:28
그리고, 한글은 영문표기법이 확실히 서있지 않은것도 있네요. 일어같은 경우, 로마자표기를 보면 확실히 일어로 써나갈 수 있지만, 한글은 그렇지 않잖아요?(물론, 일어 발음이 엄청 간단한 것도 있긴 하지만-_-) 한글도 로마자표기법이 있긴 하지만, 쓰는 사람 따라 제각각이고...(뭔가 논점이 어긋난듯한.ㅎㅎ;)
e:이오공감에서 흘러왔습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4/09/23 01:02
한글은 한반도에서만 쓰이지만, 영문 알파벳은 거의 전 지구상에서 쓰인다는 게 슬픈 현실이죠.
Commented by seefall at 2004/09/23 03:12
외국의 어떤 사이트에서 한국의 언어=한국어 & 영어 / 북한의 언어=한국어 이렇게 기재해 놓았다더군요... 물론 우리는 시정 요구를 한걸로 알고 있지만 과연 시정 요구를 할수 있는 입장인지 참 부끄럽습니다........ 이미 우리의 언어는 한국어+영어 입니다.
Commented by verisimo at 2004/09/23 08:50
이오공감에서 보고 들어왔습니다 :) 미국-_-에서 사는데, 한국어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는지라, 좀 어렵지요. 제대로 발음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억양도 천차만별이에요. 게다가, 보다보면 한국사람이 사람마다 로마자 표기를 다르게 해놓는 바람에 미국사람들이 더 헷갈려 버리는 경우도 있지요. 아, 삼성과 현대의 경우에는 이젠 쌤썽과 헌대이정도까지로는 읽어준답니다 :)
Commented by anakin at 2004/09/23 11:40
korjaeho 님 // 표준 로마자 표기법이 잘 사용되지 않고 있을 뿐더러 가끔 '바뀌고' 있죠-_- 언젠가 'ㄱ' 발음을 k에서 g로 바꾸는 바람에 도로 간판들을 왕창 뜯어고치던게 생각나네요.
rumic71 님 // 그렇습니다 ㅠ.ㅜ 한글이 전 지구상에 쓰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seefall 님 // 그런 일이 있었단 말입니까? 정말 당황스럽네요. 한국어+영어라... 으음.
verisimo 님 // 앗, '멀리' 사시는군요^^ 말씀 듣고 나니 'Park'찬호 선수와 'Pak'세리 선수가 문득 떠오릅니다. 그리고 삼성과 현대는.. 그정도면 가히 장족의 발전이라 할 만하군요 :)
Commented by 김헌치 at 2006/08/07 13:18
어너ㅏㅏ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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