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드전기의 악당들
2006년 개봉된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게드전기에 대한 글입니다.

위 링크된 저의 감상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게드전기는 원작(이라기보다 '참고작' 정도가 더 어울릴 듯 싶지만)의 여러 "멋있어 보이는" 요소들을 쏙쏙 빼내와서 요리조리 적당히 조합해 놓다가, 뒷 마무리가 너무 거대해져 그냥 버려둔 게 아닐까 하는 것이 저의 추측입니다만... 여기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사람들이 생각보다 의외의 부분들에까지 원작에서 가져온 무언가를 연관시켰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게드전기에 등장하는 두 명의 악당인 산토끼와 거미의 이름에 대해 잡설을 조금 늘어놓고자 합니다. :)


* 산토끼 (Hare)
국내 극장 개봉판만 보신 분이라면 "산토끼가 누구야?"라고 물으시는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자막에는 단 한번도 그의 이름이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본 공식 홈페이지의 인물 소개란을 보면 "우사기 / hare"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산토끼는, 전형적인 악당 똘마니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거미의 수하 중 1인자입니다. 자신보다 강한 자(거미나, 아렌이 자기 부하들을 몽땅 때려눕힐 때)에게는 굽신거리고 약한 자(길거리의 아주머니들이나, 잠을 자고 있는 아렌)에게는 온갖 악행은 다 부리는, 너무나도 전형적이어서 하품이 다 나오던 바로 그 놈입니다.

산토끼는 영어로는 헤어(hare)입니다. 일반적으로 rabbit보다는 좀 덩치가 큰 야생 토끼를 일컫는 말인데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원작에 헤어(Hare)라는 인물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헤어는, 한때 배 위에서 날씨를 부리는 마법사였으나, 당시 발생하고 있는 마법의 상실 때문에 직업과 오른손을 잃고 호트 마을(Hort town)에서 신종 마약(?) 헤지아(Hazia)에 빠져 사는 인물로 나옵니다. 게드는 마법이 사라지는 현상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그를 찾아가게 되고, 그는 게드와 아렌에게 '어둠의 땅에 있는 제왕'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게 되죠. 이를 통해 게드는 그가 찾아야 할 인물에 대해 힌트를 얻게 됩니다.

뭐랄까, 원작에서는 상당히 비참하고 불쌍한 캐릭터인데, 영화에서도 다소 다른 의미로 불쌍한 인물로 나오니 참 안되었습니다. 허허..


* 거미
위 내용을 보면, 아마 원작에 '거미'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 또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예, 나옵니다."가 되겠습니다.

거미는 원작의 악당(거미와 이름도 다르고, 성별도 다릅니다 @_@)을 대체하는, 무시무시한 최종 보스의 역할이죠.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면서, 그 섬득함은 더욱 강해진 것 같습니다. 특히, 원작에서는 그냥 말로만 나오는 외모의 변화를, 굉장히 공포스러운 연출로 그려내면서, 심지어는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영화를 보다가 울며 나간 아이들도 부지기수라는 소문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여부는 보장 못합니다만).

원작에서 거미라는 이름을 지닌 인물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죠.

원작의 거미는, 양치기들과 마법사의 섬으로 알려진 곤트(Gont) 섬의 농부 플린트(Flint, 부싯돌이라는 의미죠)의 과부입니다. 그녀는 먼 이국에서 이곳으로 왔기 때문에 대체로 '피부 색깔이 있는' 곤트의 토박이들과는 달리, 흰 피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녀가 이 오크 농장(Oak farm)에 처음 왔을 때는, 여러 사람들이 그녀의 외모에 대해 수근거렸지만, 그녀는 여느 농장 아낙과 다를바 없이 남편의 농장 일을 돕고, 아들 딸 한명씩의 자식들을 잘 키우며 지냈고, 마을 사람들의 수근거림은 줄어들었죠.

그녀는 외국 이름이 있었지만, 플린트는 그녀를 고하(Goha)라고 불렀습니다. 고하는 곤트 섬에 사는 흰색의 거미로, 거미줄을 매우 잘 쳤죠. 그녀도 역시 양털로부터 줄을 뽑는 작업을 매우 잘 했기 때문에, 이 별명은 그녀에게 매우 잘 어울렸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플린트의 과부 고하'로 받아들였습니다.

참고로, 그녀의 외국 이름은, 테나(Tenar)입니다. 네, 게드전기에서, 게드의 옛 친구이자 테루(Therru)의 보호자로 나오는 여인인, 그 테나와 동일 인물 맞습니다. ^^

그런데, 그런 평화롭고 선한 인물의 이름을 왜 그런 악당의 이름으로 썼냐고요? 저도 사실 그게 무진장 궁금합니다. -_- 너무 궁금해서 밤에 잠을 못잘 지경...까지는 아니지만, 여튼 많이 궁금합니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시다면, 저도 꼭 좀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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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kin | 2006/10/29 08:31 | 환상 문학 | 트랙백 | 덧글(4)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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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 at 2006/11/03 17:30
.. 원작의 거미는 3부, 머나먼 바닷가에서 나오는 '죽은자를 부르는 자'이자, 틈새를 열어서 '자아를 먹히고 불멸이 된 자'입니다. 뭐 이때에는 이름이 없게 되지만..
아르하는 그 거미가 아니죠. 이 때의 '거미'란, 단지 자신의 특징으로 새롭게 얻게된 이름일 뿐입니다. 이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르귄여사의 작품에서, 이것은 과거의 테나와 다른 인물(주변으로 부터 확인받는 의미에서)임을 의미합니다.

.. 내가 왜 이걸쓰고 있지;;
Commented by anakin at 2006/11/03 18:19
... 님 // 게드전기의 거미가 테나와 아무 상관 없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 본문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신 것 같네요.
제가 궁금한 건, 원작에서의 콥(Cob)이라는 이름이 왜 엉뚱하게 '거미(日크모)'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느냐는 것이죠. 제 짧은 지식으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콥이라는 이름은 '거미'와는 별 상관이 없는것 같은데 말이죠.
Commented by ... at 2006/11/08 00:22
이런 검색중에 또 와버렸네..;;

그건, 르귄여사의 'cob'이 사전의미와 더불어 '거미'라는 중의적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cobweb .. 이면 예가 될까요. ... 르귄여사의 의도에 따라 황금가지판 머나먼 바닷가에서는 '거미'로 번역되어 나옵니다. 사실 이런 중의표현은 타언어로 옮기는건 무리겠군요.

덧붙여 거미가 가지는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발생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겠지요. 악당에 대한 멋진 고정적 관념의 표현덕에, Taoist인 르귄여사가 화낼만도 하네요. 뭐 그밖에도 비폭력 성향인(수차례 인터뷰에서 밝혔던) 그녀의 작품에 그 난리를 해놨으니..
Commented by anakin at 2006/11/08 16:41
... 님 // 추가 도움말씀 감사드립니다. 국내 번역본을 전혀 읽어보지 않아서, 황금가지판에도 '거미'로 나왔다는 것은 처음 알았네요. 덕분에 이제 왜 거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산토끼도 그렇고, 거미도 그렇고... 영화 게드전기가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은 참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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