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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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드전기 (2006) - 이게 '어스시'라고요?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 / ゲド戦記 - Tales from Earthsea (2006)
감독: 미야자키 고로
주연: 오카다 준이치, 스가와라 분타, 데시마 아오이, 후부키 준, 다나카 유코
상영시간: 115분

(IMDb 페이지, 일본 공식 홈페이지, 한국 공식 홈페이지)

이하 글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워낙 악평들만 난무하던 작품이라, 사실 보러 가면서 다소 두려운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을 고백해야 하겠습니다. --;;;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그 정도로 형편없는 작품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 게드(Ged)전기와는 달리, 이 작품의 주인공은 게드가 아닌, 방황하는 엔라드(Enlad)의 왕자 아렌(Arren)입니다. 아프고 혼란스러운 과거를 지니고 있는 그가, 다시 삶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고, 세상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싸워 이긴다는 것이 대강의 큰 흐름입니다. 그럼 제목은 왜 게드전기냐고요? 어슐러 K. 르 귄(Ursula K. Le Guin)의 원작 어스시 시리즈가 일본에서 나왔을 때에 게드전기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던 것이 원인이라고 하네요.


어두운 과거의 아렌, 지혜롭고 현명한 대현자 게드,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게드의 옛 친구 테나(Tenar), 세상을 향한 적개심으로 가득한 소녀 테루(Therru),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한 마법사 거미. 이 다섯 인물이 주축이 되어 풀어가는 생명과 인간 관계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짜임새 있게 진행됩니다. 다만, 영화 뒷쪽으로 갈수록 뭔가 점점 허술해지는 것이 좀 아쉽습니다.

특히 영화의 '뜬금없는' 전투의 결말과, 서둘러 끝내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좀 더 설득력 있는 연출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무반주의 '테루의 노래'는 아렌과 테루가 서로 마음을 열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중요한 곡이죠. 이 곡에 대해서는 원작가인 르 귄도 호평할 정도였고,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들어볼 수 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르 귄 여사는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다소 불만을 토로하였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음악은 귀에 들어오는 부분이 거의 없더군요. --a


또, 여러 분들이 이 작품이 '스튜디오 지브리'의 명성에 먹칠을 하였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저는 지브리의 전작들을 거의 접하지 못하여 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호트 타운의 '너무 붉은' 분위기가 조금 불만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작화의 분위기는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 저녁 노을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한 가지 불만이라면, 용들의 애니메이션이 다소 어색했던 것인데요, 그들은 헬리콥터도 아닌데 정말 그렇게 날개짓만으로 수직 상승이 가능할런지 의문입니다. --a




제 글을 쭉 읽으신 분께서는, 제가 원작과의 비교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음을 눈치채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어슐러 K. 르 귄의 어스시 시리즈와 분리하여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게드전기'의 줄거리는, 원작과의 유사성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스토리 작가는, 총 6권으로 된 원작의 부분부분에서 괜찮아 보이는 설정이나 요소들을 잘 따와 적절히 혼합해서 완전히 새로운 줄거리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게다가, 그런 요소들을 따오면서 생긴 오류들이나 왜곡 또한 상당히 많습니다.

스포일러성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원작이 르 귄의 어스시라는 말을 붙이기 힘들 정도로 그 변형이 큽니다. 주요 인물 다섯 중, 게드와 테나 이외에는 원작과 심하게 달라졌고, 영화 초반의 분위기는 그래도 어느 정도 유사하나, 거미의 성에서 싸우는 장면들은 르 귄의 어스시와는 너무도 분위기가 다르고, 절대로 르 귄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을 내용 진행입니다.

제가 제일 두려운 것은, 이 작품에 대해 실망한 사람들이 르 귄의 원작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느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



앞으로, 영화에서 사용되었던 요소들과, 이들이 원작 소설의 어느 부분에서 등장하는지에 대한 비교를 시간이 되는 대로 조금씩 작성해 볼 생각입니다. 얼마나 현실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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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 라따뚜이 (Ratatouille, 2007) 2007-08-18 04:29:01 #

    ... (휴, 정말 오랜만의 영화 감상문입니다 ^^;;; 제가 마지막으로 영화를 본 후 올린 감상문은 2006년 8월 23일 작성한 게드전기 관련 감상문이죠. 아니, 생각해보니 오랜만의 영화 감상문이라기 보다 오랜만의 '제대로 된 글' 쪽이 더 정확하겠군요;;;) Ratatouille (2007) 감독: ... more

덧글

  • 세닐리아 2006/08/23 16:41 # 답글

    원래 원작의 영화화- 라는게 어느정도의 변형을 갖기는 마련이지만 이건 좀 너무했다 싶더라구요. 특히나 개연성없는 줄거리... 그리고 말그대로 좋아보이는 설정만 군데군데 갖다 붙이고는 해결하지 않는건 참..;
    트랙백 합니다
  • anakin 2006/08/23 18:34 # 답글

    세닐리아 님 //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기도 하죠 (해리포터 시리즈가 그렇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이 작품은 그 변형이 매우 크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그런 변형으로 인해 나아진 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죠. ㅠ.ㅜ
  • Asuka_불의넋 2006/08/25 08:45 # 삭제 답글

    르 귄과 지브리를 모두 좋아하는 저이긴 합니다만, 각색 쪽으로만 흘러가면서 지브리다운 신선함이 사라져 가는 모습에는 한탄을 금할 수가 없군요. 하우르의 움직이는 성에서부터 상당히 난감한 모습을 보였건만, 캐릭터 작화의 어색함을 제외하더라도 이 작품은 지브리 작품이라기엔 좀 지나치게 당황스러웠습니다..
  • anakin 2006/08/26 00:31 # 답글

    Asuka_불의넋 님 // 저는 '지브리다운' 것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잘은 모르겠지만요, 지브리 스튜디오의 오랜 팬들이 실망할 정도라면, 이 작품이 뭔가 부족한 면이 존재하는 건 확실한 것 같네요.
  • 시바우치 2006/09/03 10:48 # 삭제 답글

    스토킹만 하다가 블로그에 처음 인사드립니다, 아나킨님^^
    (한때의) 지브리 팬으로써 보면 이 작품의 퀄리티는, 특히 최근작인 고양이의 보은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에 비교하면 눈에 두드러지게 떨어지는 편입니다. 복장이나 디자인에서 여러모로 80년대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가 생각나는데 그에 비하면 독창성도 없고 색조나 영상의 아름다움도 솔직히 많이 뒤집니다-_- 또한 원작을 전혀 모르고 영화를 처음 보면 도저히 개연성이 없고, 원작 팬으로써 보면....육두문자 안 나가는 게 힘들고; (특히 르 귄 선생님의 입장을 생각하면 피눈물이...) 관람 후 이렇게나 정신적 외상을 준 영화도 정말 드물 것 같습니다.
  • anakin 2006/09/03 22:26 # 답글

    시바우치 님 // 반갑습니다^^ 지브리 팬으로서의 평가말씀, 잘 보았어요. 감사합니다. 뭐, 여러가지로, 데미지를 받을 만한 요소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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