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비츠를 위하여 (2006)
호로비츠를 위하여 (2006)
감독: 권형진
주연: 엄정화, 신의재, 박용우
상영시간: 108분



이하 글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천재 소년, 성장, 사랑, 그리고 음악. 영화를 보기 전에는, 상당히 평범하고 전형적인 스토리가 예상되는 영화였고, 생각대로 영화의 줄거리는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줄거리가 예측 가능하다고 해서 지루한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죠. 이런 영화라면, 어떻게 스토리를 잘 연출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꽤나 좋은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세 주연 배우인 엄정화, 신의재, 박용우의 수준급 연기와, 적당한 페이스의 줄거리 전개, 그리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의 조화로,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드라마를 잘 그려 내었습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에서는 박용우의 코믹 터치가 적절하였고, 어릴 적 피아노 학원을 다니셨던 분들이라면 모두 아실 듯 싶은 여러 곡들의 등장은 아마도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요인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피아노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어서요;;;). 적당히 감동적이고, 적당히 슬프고, 적당히 웃겨주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조화가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웠고요.


무엇보다, 음악이 아름다운 영화는 다른 것들을 크게 삽질하지 않는 이상 꽤나 괜찮은 인상을 남기더군요. 예전에 봤던 유지태 주연의 제목도 가물가물한 모 영화(찾아보니 동감(2000)이었습니다 --a)도, 다른 부분들은 정말 별 느낌 없었지만 그 아름다운 첼로 선율의 배경 음악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여러 면에서, 2002년 영화 투게더(IMDb, 무비스트)와의 유사점이 많습니다. 음악 신동에 대한 이야기인 것, 그 신동을 엄청난 연주자로 키워내고 싶어하는 욕심과, 그러한 과정에서의 아이와의 갈등이 있는 점, 그리고 주인공 역의 배우가 실제로도 대단한 연주 실력을 갖추었다는 점까지도 비슷하네요.

주인공 경민 역을 연기한 신의재는 실제 전국 피아노 콩쿨 우승을 하기도 한, 피아노 영재라고 합니다. 투게더의 주인공이었던 샤오천 역의 탕윤 역시도 바이올린 천재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바이올린 실력을 갖추었죠.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현악기 쪽에 더 관심이 많은지라, 탕윤의 멋진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 나온 투게더 쪽에 더 기억에 남긴 하지만, 두 영화 모두, 드라마와 음악을 잘 조화시킨 멋진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자, 이쯤해서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는 의문 하나, 왜 수많은 피아니스트 중 하필 호로비츠일까요? 글쎄요, 영화 제작자들의 의중을 제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영화와 호로비츠를 연결할 수 있는 하나의 포인트는 영화에서 중요한 곡으로 나오는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호로비츠는 이 곡을 좋아하여 많은 연주를 하였고, 또 다수의 음반을 남기기도 했으며, 앵콜 곡으로 무대에서 자주 선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와의 연결 고리는 여기까지. 호로비츠는 영화의 주인공인 천재 소년 경민처럼 어린 시절부터 절대 음감으로 작곡과 연주를 자유자재로 했던 것도 아니고, 그의 녹음 목록에는 영화 마지막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그의 이름을 이용한 썰렁한 농담을 제외하면 사실 꼭 그가 나와야 했을 이유는 그다지 없는 것 같습니다. --a


흥미로운 사실 하나, 영화의 원제는 '나의 피아노'였다고 하네요. 실제 영화의 공식 사이트의 주소도 www.mypiano2006.co.kr입니다. 하지만, 제목이 너무 단조롭다는 지적에 따라 현재의 제목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단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들어간 피아니스트 이름이라면, 그게 누구든 사실 별 상관이 없지 않을까요?

게다가, 처음 공개했던 새로운 제목도, '호로츠를 위하여'가 아니라 '호로츠를 위하여'였다고 합니다. ㅠ.ㅜ 만약, 그가 영화에서 중요한 인물이었더라면, 설마 그의 이름을 어떻게 읽는지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뭐, 단순 오타였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겠지만요.


제작자들의 제작 후기에서 인용합니다. 흐음, 아름다운 꿈이라... 트로이메라이가 독일어로 꿈이라고 하던데, 이에 대한 은근한 누설인가요? :)

제목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호로비츠"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4-1989)는 러시아 출신의 천재적인 피아니스트 입니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살다가 생의 마지막 문턱에 꿈에 그리던 고향 모스크바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주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극중에서 김지수(엄정화 분)는 "호로비츠" 처럼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하는 동시에 "호로비츠"를 닮은 제자를 만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호로비츠"는 주인공 김지수의 '아름다운 꿈'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호로비츠 관련된 저의 추가 이야기들입니다.
호로비츠,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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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kin | 2006/06/14 16:52 | 영화관련 멋대로 떠들기 | 트랙백(1) | 덧글(5)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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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 at 2007/07/14 14:32

제목 : 감동의 테마였으나 스토리는 조금 부족한 &lt;호로..
호로비츠를 위하여 포토 감독 권형진 개봉일 2006,한국 별점 2007년 7월 13일 본 나의 2,644편째 영화.엄정화 예전부터 생각했었지만 연기 잘 한다. 자연스럽게...근데 엄정화는 이런 역보다는 억척스러운 역이 잘 어울리는 듯.이미지랑 조금은 언밸런스한 역이지만 연기력으로 잘 소화한 듯 하다.영화의 감초역할을 한 박용우.그의 호탕스러운 웃음은 어색하긴 하지만 그에게는 트레이드 마크인 듯.영화 속에서는 항상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삶은 즐......more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8/24 00:22
잘 읽었습니다. 사실 전 호로비츠가 누군지도 잘 몰랐어요. 그래서 호로비츠고, 그래서 트로이메라이가 흘러나왔던 것이로군요. ^^
Commented by anakin at 2006/08/26 00:29
ArborDay 님 // 잘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 호로비츠의 트로이메라이는 나름 유명하지만, 또 이쪽에 관심이 없다면 전혀 모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니까요.
Commented by seyang64 at 2006/11/14 23:36
혹시 호로비츠의 손을 보셨습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피아노치는 손을 ?
Commented by anakin at 2006/11/16 07:53
seyang64 님 //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못 보았습니다. 제가 한참 어릴 때에 세상을 떠나셨으니...
Commented at 2009/06/0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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