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전편을 해 보신 분이며, 전편의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감동을 받으신 분이라면, 필히 해 봐야 할 작품으로 강하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전편을 능가하는 아름다움과 벅찬 감정을 전해주는 멋진 작품입니다.
저는 사실 이 게임을 하면서, 많은 난관을 겪었습니다. 우선, 게임이 cd가 두 장이 빠진 상태로 도착하여, 굉장히 많은 스크래치가 발생하였지만, 제가 구입한 모 사이트에서는 교환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첫 만남부터 기분이 좋지가 않았습니다. 두번째로, 3d 가속 기능이 있는 그래픽 카드면 돌릴 수 있다고 하여 별 생각없이 샀는데, 지원 그래픽 카드 목록에 제 pc에 장착된 카드(ATI Radeon 8500)는 없더군요. 그것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여튼 게임 중에 수시로 컴퓨터가 재부팅되었습니다;;
더불어, 이 게임이 XBox용으로도 제작되어서인지, pc판도 콘솔 게임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였습니다. 카메라가 주인공을 뒤에서 바라보는 근접 3인칭 모드라고 할까요? 주인공의 이동은 키보드 wasd로, 시선 변화는 마우스로 조종하는 방식인데요, 이것이 정말 불편했습니다. 제가 이런 방식에 적응을 잘 못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 상의 여러 장소는, 단지 4방향만 지정하며 이동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세계였습니다. 제가 조종하는 조이(Zoe)와 에이프릴(April), 키안(Kian)은 수도 없이 벽에 부딪치고, 코너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버둥거렸으며,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어가 빙빙 돌고, 핫스폿을 찾기 위해 비슷한 장소에서 무던히 옮겨다녀야 했습니다. 아아, 게이머를 잘못 만나 주인공들이 이런 삽질을 하고 있어야 하다니, 참 가슴이 아프더군요. ㅠ.ㅜ 내게도 아날로그 스틱을 달란 말이오~!
(저처럼 키보드+마우스로 하시는 분들은 꼭 옵션에 들어가셔서 Mouse 방향 상하/좌우 Invert를 켜고 하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하면 그나마 움직임이 수월하더군요.)
그러나, 이러한 수많은 어려움도, 이 게임이 전해주는 감동을 억제할 수는 없네요.
이전작 롱기스트 저니를 다시 떠올려봐도, 사실 그래픽이나 게임 시스템, 대사 등은 흠을 잡자면 이것저것 다 따질 수 있었지만, 그래도 게임을 빛나게 해 주었던 것은 아름다운 스토리였습니다.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많은 것을 잃어가며 결국 세계를 구하는 주인공과 함께 웃고 울며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났을 때의 가슴 속에서 느껴지는 그 따스한 감동때문에 이 작품이 명작이 된 것이겠죠.
속편인 드림폴에서도, 톤퀴스트(Ragnar Tornquist)의 스토리텔링은 빛납니다. 시작부는 조금 천천히 진행되지만, 뒷쪽으로 가면 상당히 빠른 페이스로 스토리가 전개되어, 막판에는 손을 놓을 수 없도록 만들죠. 게이머는 때로는 외부의 난관을, 때로는 마음 속의 어려움을 극복해 가며 함께 울고 웃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따라 가며, 마지막에 밝혀지는 여러 비밀들을 알고 나면, 가슴 한 켠의 시큰한 감정을 물리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게임의 분위기를 너무도 잘 띄워 주는 아름다운 음악은, 게임의 백미입니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감미롭게 흐르는 드림폴의 음악은, 게임의 분위기를 정말 잘 살려 줍니다. 전편에 비해 확실히 발전한 그래픽 엔진은, 스타크(Stark)와 아카디아(Arcadia)의 서로 다른 분위기를 이제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해 줍니다. 3d로 제작된 인물들의 동작은 가끔 부자연스러운 면도 있지만, 그래도 대화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등장 인물들을 더욱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여기에 더욱 플러스 요인으로 적용하는 것은 뛰어난 음성 연기입니다. 다소 영국식 억양으로 이야기하는 조이, 전편의 웃음과 여유를 잃은, 차가운 이미지로 변신한 에이프릴, 늘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의 키안, 그리고...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다른 인물들에 대한 언급은 생략합니다 :)
마지막으로, 단점을 언급은 하고 넘어가야겠죠? 위에서 이야기했던 조종 문제를 제외하고, 게임에서 거슬렸던 것 하나는 바로 전투!입니다. 일부 경우, 전투를 피하고 지나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불편한 조종법으로 인해서 원하지 않게 전투를 시작하게 된 경우나, 시작 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지는 주인공, 그리고 다시 로드를 여러번 반복해야 할 때의 자괴감이란, 참 거슬리더군요. 굳이 전투가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도 있었고요. 단, 키안의 전투는 그의 엄청난 공격 거리와 파워로 인해 정말 대충해도 이기더군요;;;
작년에 출시되었던 화씨(Fahrenheit, 북미판 Indigo Prophecy)의 액션 파트는 오히려 무의미한(?) 키보드 난타였는데도 상당한 몰입감을 주었는데, 드림폴의 전투 부분은 게임의 미려한 스토리 흐름에 오히려 훼방을 놓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여하튼, 예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드림폴은 미완의 줄거리이며, 모든 비밀은 이후에 공개될 것이라 하니, 좀 더 기다려 보아야겠습니다만, 자체로도 상당히 아름다운 줄거리이며, 특히나 전편을 해 보신 분이라면 필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올블로그 태그 : 게임 , 어드벤쳐 , 드림폴
덧글
컨트롤의 문제는, 제가 PC에 PS용 패드를 끼워서 하는데도 불구하고 익숙해 지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Newport가 3D로 구현되어 있는걸 보고 참 감동을 받았더랬죠 :D
냥이 님 // 예 전투는 좀 ㅠ.ㅜ 스러웠어요. 게임 패드였다면 느낌이 좀 더 나았을까요? 궁금하네요.
Bopy 님 // 아아, 저도 그 장면에서 감격했죠. 사실 게임의 큰 감동 중 하나가, 과거에 알던 친구들과 장소들을 새로운 그래픽으로 만나는 점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근데 패드로도 조종이 좀 불편한가 보죠? 에구.. ㅠ.ㅜ
살까말까 하다가 어차피 브가도 딸리니 트릴로지합본(..) 나왔을 때 사자..라고 생각중인데 이런건 동시대에 플레이해주는 게 당연한 거란 사실도 있어서 미치게 고민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