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2005)
왕의 남자
감독: 이준익
주연: 감우성, 정진영, 이준기, 강성연, 장항선, 유해진
상영시간: 119분


사실 이 영화, 저도 봤습니다. --a 비록 이곳이 온갖 마이너한 분야(어드벤쳐 게임, 워크래프트3, 서양 판타지 소설, 클래식 음악 등)로만 열심히 파고드는 블로그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 분야에서는 개봉작들을 챙겨보는 편이었으니까요. 한 가지 문제라면, 지난 달에 봤던 영화인데, (2월이 다 끝나가는) 이제서야 감상문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하 내용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이 영화를 보실 분은 주의하시며 읽으세요. 근데 아직도 이 영화를 안 보신 분이 있을까요? :)


화제의 영화 '왕의 남자'. 역시 킹콩을 보았을 때처럼, 영화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감상했던 영화입니다. 영화가 슬픈 이야기라는 것조차 모르고 봤으니까요. --a 게다가, 고등학교 시절 국사 과목을 무지 싫어했던 관계로(이름 외우는게 어찌나 힘들던지요;;), 연산군에 대한 정보도 모두 영화 보고 돌아온 후에나 알게 된 정보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역사적인 고증 같은 골치아픈 것들은 저 멀리에 고이 접어두고, 각 캐릭터의 인물과 이야기에만 집중하여 보았...아니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a



이상하게,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이 정리가 안 되더군요. 영화 보고 와서 여러번 이 영화의 감상문을 올리려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영화를 본 지 너무 오래 되어서 그냥 단상들만 적어보려 합니다.


- 영화의 마지막 장면, 반란군이 몰려오는 순간 하늘로 뛰어오르는 장생과 공길의 모습, 그리고 이어지는 '저승 가는 길(?)' 장면은 정말 멋진 마무리였습니다. 만약 '엔딩이 인상적인 영화' 순위를 선정한다면 정말 밀어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 영화 전반부는 조금은 가벼운 코미디, 뒤로 갈수록 인물간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어 가며 무거운 분위기가 되죠. 전반부의 유쾌한 분위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요인으로 광대들의 연극을 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신나게 놀아보세!"라는 한 마디에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 뭔가가 있는 것일까요? 민족의 피 속에 흐르는 그 무엇을 자극하는 저 말... 그것을 잘 활용한 것도, 영화 감독의 능력이겠죠?

- 개인적으로 가장 유심히 보았던 분은 육갑 역의 유해진이었습니다. 단순히 '웃긴 분위기 만들려고 나온 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눈부신 연기였습니다. 이 분 필모그라피를 보니 정말 많은 '뜬 영화'에서 등장하셨더군요. 주연은 아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 진정 훌륭한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 근데 공길 역의 이준기가 정말 그렇게 예쁜가요? 저는 전혀 모르겠더군요... --a 오히려 요즘들어 TV에 자주 나오던데, 영화 속에서보다 TV에서의 모습이 훨씬 마음에 듭니다.

- 녹수 역의 강성연, 요즈음처럼 수많은 미녀들이 스크린에 난무하는 시대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엄청나게 미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역할에 어울리는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 카리스마 넘치는 장생 역의 감우성, 멋졌습니다. 끝없는 자신감과 자기 뜻대로 밀고 나가는 배짱, 불같은 성미 등 여러 면에서 공길과 반대되는 인물이죠. 감우성이 이전에 영화에서 보여줬던 것과 무척이나 다른 느낌이어서 놀랐습니다.

- 유해진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연산군 역의 정진영. 굉장히 복잡다단한 인물의 다양한 모습을 매우 설득력 있게 연기해 낸 그의 능력에 감탄하며 봤습니다.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긴장된 순간, 갑자기 터뜨린 그의 웃음 소리, 최고였습니다. 과장을 섞자면, 아마데우스에서 톰 헐스가 보여줬던 광기어린 웃음이 비견할 수 있을 정도라 할까요.

- 과연 흥행 대박을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투사부일체'도 엄청난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이 두 영화 간에는 유사한 점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투사부일체, 원래부터 보고 싶지 않은 영화였지만, 예고편을 보고 나니 정말 절대 보고 싶지 않게 되더군요. 타인의 영화 취향에 뭐라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만.
by anakin | 2006/02/27 14:34 | 영화관련 멋대로 떠들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5)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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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 해운.. at 2009/09/19 07:29

... 이네요. P. P. S. 공식 카페의 공지 사항에 의하면, 2009년 9월 6일 기준으로, 해운대는 1108만으로 역대 한국영화 관객수 4위입니다. 톱 10 영화 중 제가 본 건 왕의 남자, 해운대, 디워, 친구, 웰컴투동막골까지 반타작이네요. P. P. P. S. 저기요, 근데 국내 영화 공식 홈페이지들, 꼭 플래시로 그렇게 무겁게 만들어야 하나요? 해외에 ... more

Commented by anakin at 2006/02/27 14:38
이걸 드디어 올리고 나니, 오래 묵은 숙제를 하나 끝낸 듯한 기분이군요 -_-
Commented by 아돌 at 2006/02/27 17:46
장생의 감우성, 연산군의 정진영. 모두 탄복할만한 연기를 보여준 것이 사실이죠. 사실 이준기 덕분에 영화가 뜬 것도 있지만 그 밑바탕을 만들어준 다른 배우들이 너무 등한시 되는 것 같아 좀 거시기합니다. -0-. 아.. 그리고.. 숙제 하나 끝낸 기분.. 참 좋으시겠어요. ;; 저도 빨리 끝낼 숙제가 있는데 지난 여름부터 미루고 있는지라.. ;;;
Commented by anakin at 2006/02/27 19:27
아돌 님 // 저도 이준기보다 다른 배우들이 더 눈에 들어왔었죠. 뭐, 관객 각자의 취향이 있는 것이니 그 점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antana at 2006/02/28 21:15
원작인 연극 '이'를 너무너무 좋아했는지라 행여나 영화를 보고 실망할까 걱정했는데 잘 만들었더군요. 저는 감독의 전작인 '황산벌'도 참 재밌게 봤거든요. 투사부일체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저는 왕의 남자 보다 투사부일체의 흥행몰이가 더 놀랍습니다. 그런데 대중이나 언론은 투사부일체에 대해 말하는걸 꺼려해요. 아무리 악평을 받은 영화라도 600만이 봤다면 그 중 재밌게 본 사람도 상당할텐데.... 아마도 투사부일체 재밌다고 하면 왕따당할까봐 그런가봐요.
Commented by anakin at 2006/03/01 10:21
santana 님 // 아아, 원작부터 보셨군요. 저는 원작은 전혀 모르지만 영화는 잘 만든 것 같아요. :)
투사부일체 보면 저는 예전 '조폭 마누라'가 생각나요;; 제 취향에서는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영화인데, 엄청 많은 사람들이 본 것을 보면 그래도 재미있게 본 사람들이 많아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니면 배급사의 농간이 잘 먹혀 들어간 것일까요? (모 극장 체인의 홀리데이 조기 종영 때문에 말이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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