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한 GK3의 한글화
제인 젠슨(Jane Jansen)의 유명 어드벤쳐 시리즈인 가브리엘 나이트(Gabriel Knight) 시리즈. 그 3편을 요즘 열심히 진행중입니다. 앞의 두 타임 슬롯을 진행하였는데요, 예전에 PA 포럼에 적은 간략 소감에서도 말했듯이 박스 앞에 찍혀있는 "최고의 게임을 위한 최고의 한글화"라는 문구가 부끄러울 정도로 이상한 번역이 계속 게임 몰입을 방해하네요. 그 중 인상적인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면요...


Gabriel: Cool table, check out those lions.
자막: 멋진 탁자로군, 사자들을 첵크해보지.


모두 아시겠지만, "check out 뭐뭐"라고 하는 말은, 말 그대로 뭔가를 확인해본다는 말이 아니라, 멋지다는 감탄의 의미가 담긴 관용구죠. 왜, 힙합에 자주 나오는 체킷아웃(check it out)이 있지 않습니까. 그나마 '확인'이라는 쉬운 말을 놓아두고 '(체크도 아닌) 첵크'라는 단어를 써야만 했을까요?


Gabriel: Don't mind if I do.
자막: 내가 본다고 기분 나뻐하지 말라고.


호텔의 앞마당에 있는 멋진 여인을 살펴보라는 명령을 주면 가브리엘이 하는 말입니다. 이거는 사실 1편에서도 나오는 대사인데 (그 때는 그레이스를 바라보면 하는 말이죠), 돌려돌려 의역을 하자면 "여자를 보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행동이기 때문에 그런 명령을 나에게 내려도 나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정도의 뜻에 가깝죠. (헥헥) 그러니까 이건 혼잣말인데,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전혀 엉뚱한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a

참고로, 1편에서 그레이스와 가브리엘의 대사입니다.
Gabriel: Don't mind if I do.
Grace: Do what?
Gabriel: Oh, nothing.


Gabriel: Lamps. This place could use it.
자막: 램프군. 이곳은 이걸 사용할 수 있었지.


"This place could use it"은 저런 식으로 해석되지 않죠. 장소가 무슨 사람입니까 램프를 사용하게요;;; "이 곳에 잘 어울리는군" 또는 "이 곳에는 램프가 필요하군" 정도의 의미입니다.


Gabriel: I'm not sure what I'd say if she came to the door.
자막: 그녀가 문 쪽으로 왔었는지 물어봤는지를 모르겠어.


'이게 뭔소리야?'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번역입니다. 가브리엘에게 문에 노크하라는 명령을 내리면 하는 말입니다. 원래 뜻은 "그녀가 문을 연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정도의 의미가 되겠죠.


Gabriel: Should I see if I'm in?
자막: 들어간다면, 봐야하나?


'이게 뭔소리야?' 2탄입니다-_-. 가브리엘에게 자신의 호텔방 문에 노크하라는 명령을 내리면 하는 말입니다. 직역하면, "내가 안에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거야?"라는 가브리엘 특유의 비꼬는 질문입니다.


이외에도 뭔가 황당한 번역들이 꽤 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오히려 위에 나온 것들보다 훨씬 어려운 관용구들은 깔끔하게 번역해 놓은 것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여러 사람들이 조금씩 맡아서 번역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글화 된 어드벤쳐 게임, 아니 어드벤쳐 게임 자체가 거의 발매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패키지 시장에서 제가 너무 까탈스런 이용자인 것일까요?
by anakin | 2006/02/23 16:24 | PC 게임 | 트랙백 | 덧글(5)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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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rkwang at 2006/02/23 22:56
당연하겠지만, PA의 모님(요즘 활동 잘 안하시니 모르실지도 모름.)께서 이거 한글화에 참여하셨다고 과거에 들은적이 있습니다.
Commented by iris2000 at 2006/02/24 00:09
깔끔하게 한글화된 던전시즈 2를 하다보니 예전에 즐겼던 한글화 게임들이 떠오르더군요. 전문가의 손길이 닿으면 한결 수준이 높아질텐데.. 결국은 유통사의 수완에 좌우되는가 봅니다.
Commented by anakin at 2006/02/24 10:16
mrkwang 님 // 그런 사실은 몰랐네요. 이 소감문, PA에는 올리면 안되겠네요;;; 여튼 자막에서 신경 끊고 진행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iris2000 님 // 세계적인 명작이지만 한글화 때문에 아직도 박스 패키지가 헐값에 돌아다니는 네버윈터 나이츠와 얼마 전 발매된 콜 오브 듀티 2가 생각나네요. 사실 굉장히 미묘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문가들에게 맡기자니 돈이 많이 들고, 잘 해 놓는다고 큰 매출이 보장되지도 않고... 아마 유통사 측에서는 최대한 싸게 욕 안 먹을 정도로만 해 놓고 싶겠죠.
패키지 시장이 커져야, WoW같은 번역을 이쪽에서도 볼 수 있을텐데 말이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Commented by yuna at 2006/03/03 16:17
자동번역기를 돌린 것 같군요. 하하!
Commented by anakin at 2006/03/03 20:01
yuna 님 // 지금 Day 2를 진행중인데, 이제 저런거 나와도 신기하지가 않습니다. -_- 정말 자동번역기 수준인 것들이 종종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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