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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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 (2004) in 2005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감독: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
극본: 찰리 카우프만(Charlie Kaufman)
주연: 짐 캐리(Jim Carrey), 케이트 윈슬릿(Kate Winslet), 커스틴 던스트(Kirsten Dunst), 일라이저 우드(Elijah Wood)
러닝 타임: 108분



*** 이하 내용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할 수 있습니다...만 이미 극장에서 내려갔고 보실 분들은 다들 보셨으리라 생각되어 일단 안심이군요. 그래도 혹시 "나 이거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못봤고 dvd 나오면 사 볼꺼야! 스포일러 즐!"이라고 하실 소수의 분들을 위해 일단은 경고를 적어 놓습니다. --a ***


-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 영화, 2004년도에 이미 본 적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이 영화가 드디어 국내 개봉을 한다는 소식에, 반드시 극장에서 보리라는 결심을 굳혔고, 11월 중의 무진장 바쁜 가운데서도 임무를 완수;;하였죠. --a 단, 그 이후로 워낙 정신없어서 감상은 이제서야 글로 남기네요.

- 다시 봐도 정말 멋진 작품입니다. 기억을 지워주는 정신과 클리닉이라는 독특한 소재, 뛰어난 화면 연출과 음악, 지워지는 기억 속의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이야기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또 다른 이야기, 그 둘 간의 탄탄한 구성. 그리고 유명 배우들의 열정적이고 무게감 있는 연기. 정말이지, 어느 한 구석도 흠잡을 곳을 찾지 못할 정도로 제 마음에 완벽하게 드는 영화입니다.

- 전체적으로 많이 등장하는 희뿌연 화면의 질감. 마치 꿈 속을, 과거의 기억 속을 헤매이는 듯한 느낌이죠. 아, 물론,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요. 하지만, 오히려 조엘과 클레멘타인과의 행복했던 장면들은 선명한 화면과 화려한 색채감을 선보입니다. 클레멘타인의 주황색 머리와 후드티 (덕분에 조엘이 Tangerine이라는 애칭을 사용하죠) 장면이 한 예일 듯 싶습니다.

- 영화 말미의 한밤중의 텅빈 집에서의 대화, 너무도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이제 둘의 기억의 거의 처음으로 왔다는 것을 인지하고, 둘만의 추억은 이제 모두 사라지기 직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 다른 의미에서의 둘의 마지막 시간...

조엘, "그 때 떠나지 않았더라면. (I wish I had stayed.)"이라 이야기하며 아쉬워합니다. 그러자 클레멘타인은 "이번에는 머물러 있으면 어때? 그 때에 안 떠난 척 하는 거야." 모든 기억이 지워져 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내는 대에 성공한 두 사람. "I love you." "Meet me at in Montauk..." 제가 알기로는 영화에서 조엘의 대사 중 "I love you."라는 대사가 딱 한 번 나오는데(혹시 다른 부분에서 나오는 걸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그게 바로 여기죠. :)

다음 장면, 기억의 삭제를 완료한 의사의 모습이 나오죠. 그는 임무를 잘 완수하였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조엘은 클레멘타인의 마지막 말을, 무의식 속에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애절함이 만들어 낸 새로운 작은 추억의 실 한 올. 이를 통해 그는 다시 클레멘타인을 만나러 몬톡으로 '충동적으로' 떠나죠.

작은 희망. 마치, 엔데의 네버엔딩 스토리에서 바스티안이 들고 있는 기억의 작은 한 조각 같은 느낌입니다.

nKino의 관련 스노우캣 만화


- 그런데, 은근한 Barnes & Noble 광고가 눈에 띄더군요. --a (B&N은 미국의 서점 체인입니다)

- 이 영화, 영등포 프리머스에서 봤는데, 극장 면적이 무지 작은데도 그것을 여러개로 나누어 '타이니' 멀티플렉스로 만들었더군요. 멀티플렉스 아니면 장사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조로 가볍게 혼자 영화 한 편 보고 오실 분들은 괜찮을 듯 싶습니다.


- 끝으로, 이거 국내 개봉판 한글 번역 하신분 대체 누구십니까? 제가 웬만하면 영화에 대해 불평 안 하는데, 이 영화의 자막 번역에 대해서는 불평을 토로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위대한 영화의 질을 깎아내리는 형편없는 번역, 최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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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비니루 2005/12/19 17:58 # 답글

    '귤탱이'가 지탄받더군요. 근데 왜 전 그 단어를 본 기억이 없는지.
    저는 성탄 전야에 여자친구와 다시 보려고 합니다 후훗.
    그러고보니 말코비치 제외한 카우프만 작품들은 쭉 함께 봤네요.
  • anakin 2005/12/19 21:51 # 답글

    비니루 님 // 좋은 생각^^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은, '귤탱이'같은 어색한 단어도 좀 그렇지만 대사의 의미 자체를 이상하게 재창조해버리는 그 황당함에 있음 --;;; 원 대사의 의미 전달은 커녕 내용을 아얘 바꿔버리다니.. ㅠ.ㅜ
  • splim 2005/12/21 13:52 # 답글

    오랜만입니다 :) 영화의 도입부도 좋았어요. 저도 모르게 배우이름 나올 때쯤 속으로 와우 하며 엄지손 들었죠.
    덕분에 스노우캣 만화도 잘 봤습니다. 계속 영화관련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지 몰랐거든요, 뒤늦게 덥썩덥썩 +_+a
  • anakin 2005/12/21 17:12 # 답글

    splim 님 // 예 오랜만이네요^^ 영화 한참 지나서야 등장하는 타이틀, 저도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맞다, 이거 영화 제목이 안 나왔었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노우캣 님의 만화를 언젠가부터 nKino에서 연재해주더라고요. 저도 이 분 만화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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