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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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2005)

감독: 민규동
출연: 엄정화, 황정민, 임창정, 김수로, 주현, 천호진, 윤진서, 정경호, 오미희, 서영희, 이병준, 김유정, 김태현
상영시간: 129분


주의: 이하 내용은 스포일러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작성하였으니,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께서는 가급적 읽지 않으실 것을 권합니다.


극장에 가서 시간이 적절하게 맞기에, 사전 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태로 가서 본 영화입니다.

예전에 개봉하였던,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를 연상시키는 구성에, 등장하는 다양하고 개성있는 배우들의 향연.

러브 액츄얼리와 비슷하게, 그 주제는 사랑입니다. 매사에 자신이 넘치는 정신과 의사와 연애의 연자도 모르는 노총각 형사, 낡은 극장 주인과 배우가 꿈인 커피숍 아주머니, 가난하여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신혼 부부, 짝사랑에 빠진 젊은 수녀와 댄스 그룹에서 쫓겨난 아이돌 스타, 왕년의 농구 스타와 그를 아빠라고 믿고 있는 병실의 꼬마, 부인과 이혼하고 아들도 자신에게서 마음을 돌린 기획사 사장과 우연히 구인 광고를 보고 그 집에 들어온 남자 가정부, 여기저기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꼬마 남자아이.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 알게 모르게 계속 스쳐 지나가기도 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등장하는 사람이 다양한 만큼, 나오는 이야기도 다양합니다. 때로는 가슴이 시큰하게 슬프기도 하고, 옆구리가 아플 정도로 웃기기도 하고, 마음이 훈훈하게 흐뭇하기도 하고,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리기도 하고... 아마도 다양한 취향을 갖고 있는 관객 모두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구석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는 영화라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무조건 즐겁고 흥겨운 영화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이여, 다시!'

영화의 끝에 인용되는 니체의 이 의미심장한 말이, 영화의 정신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군요. 영화는 슬프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을 보여 주며, 그들을 통해 역으로 사랑의 위대한 힘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말하려 합니다. 영화의 종반부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비슷한 시기에 종결이 되고, 가장 중심이 되고 가장 코믹했던 커플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며 조금 무거워졌던 분위기를 해소하며 기분 좋게 끝납니다.


수많은 배우들이 등장하여 조금 정신이 없긴 하지만, 눈에 띄었던 몇 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 (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황정민은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라고 생각이 듭니다. 다른 영화에서 어떤 역으로 나오는지를 제가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최근 개봉작인 "너는 내 운명"에서는 아마도 사뭇 다른 역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 여튼 훌륭했어요. 기억에 남는 대사는 "내리는 중이었어요." --a 황정민의 상대 역으로 나오는 엄정화는 당차고 자존심 강한 여의사 역을 무척 잘 연기했다고 생각합니다. 황정민과 더불어 너무 돋보여서 다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보일 정도더군요.

임창정은 다른 영화에서 워낙 코믹 캐릭터로 자주 나와서 이번에도 그런가 싶었고, 영화의 시작에서 본드 장면이 있긴 하지만, 의외로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풀어 놓더군요. 서영희와 함께인 장면들에서는 정말 질투가 날 정도로;;; 행복해 보여 부러웠습니다. :)

그리고 또 마음에 들었던 분은 김수로. 딸로 나온 김유정이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의 전개가 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의 연기 하나는 정말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중간에 지하철 역, 임창정 옆에 앉아서 한탄하던 장면에서의 목소리 톤, 얼굴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도 애절했어요.


칭찬은 여기까지. 이제 영화에 대한 불만들을 이야기해 봅니다.

우선, 이 영화에는 왜 이리 지갑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은 거죠? 처음 '분실' 사고, 그 소매치기가 황정민이 있는 부서로 잡혀 들어가고, 그게 하필 엄정화의 핸드백이었을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뒤에 주현의 지갑을 발견한 임창정, 아무런 어려움 없이 주인에게 그 지갑을 잘 돌려주는 것이 조금은 의아합니다.

두 번째로, 김수로의 딸(?)로 나오는 꼬마 아이의 대사가... 정말 너무해요 ㅠ.ㅜ 이제 겨우 10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아이가 어떻게 저런 말들을 할 수가 있는 거죠? 그래도 남자 아이는 그나마 현실적이군요.

세 번째, 시작 부분에서는 꽤나 정리가 잘 되었던 영화가, 뒤로 가면서 뭔가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김수로의 후임(?)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그냥 한 번 임창정을 괴롭힌 후 안 나오는데, 그 장면은 없어도 별 상관 없지 않을까요. 김수로 앞의 농구공은 어디서 구해온 건지, 또, 그 정도로 의미가 있는 여인을 그렇게 잊어버릴 수 있는 건지도 어색했습니다. 또, 서영희가 유괴범 역할을 할 때에 개인적으로 전개상 뭔가 억지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 어색함은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다른 감정들로 충분히 커버가 될 법한 점들이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보며 저는 전체적으로 무척 즐거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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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onaLisa 2005/10/13 21:51 # 답글

    저 오늘 이 영화 봤어요~보고 질질 울었는데...보고 싶었던 영화였지만 별 기대없었는데 넘 재미있었어요~강추!!!
  • Ziro 2005/10/14 08:47 # 삭제 답글

    "내리는 중이었어요" 는 근래에 본 영화를 통틀어 가장 웃기는 장면입니다.
    황정민씨 사투리가 아주 자련스럽던데, 연습한건지 아니면 원래 고향이 그쪽인건지 모르겠네요.
  • anakin 2005/10/14 13:18 # 답글

    MonaLisa 님 // 저도 아무 기대 없이 봤는데 정말 재미있게 봤었죠 :)
    Ziro 님 // 정말 뛰어났죠. 어찌 그리 자연스런 연기가 나오시는지.. 감탄스러웠어요.
  • Paul 2005/10/14 20:18 # 삭제 답글

    자살사건을 조사하던 황정민에게 엄정화가 전화를 걸어서 핸드백을 찾아달라고 합니다. 황정민은 무슨 여편네가 핸드백을 흘리고 다니냐고 투덜대지만 엄정화가 보낸 사진에 어쩔수 없게되죠,
  • santana 2005/10/15 01:00 # 삭제 답글

    지극히 개인적인 저주받은 걸작이라 평하는 '여고괴담2' 의 감독이 바로 민규동 감독이죠. 그러고보면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도 옴니버스 영화 '묻지마 패밀리' 의 '내 나이키'편에서 뛰어난 연출솜씨를 보여줬는데, 역시나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이런 유능한 젊은 감독들이 나올때마다 괜히 제 맘이 설렌답니다....^^
  • anakin 2005/10/15 18:27 # 답글

    Paul 님 // 아,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santana 님 // 올해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감독들의 약진이 눈에 띄는 한 해 같아요. 좋은 현상이죠 ^^ 이런 추세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네요.
  • alice 2005/10/19 11:16 # 삭제 답글

    이번 주말에 볼 뻔 했는데..
    여기저기서 평이 아주 좋네요.. ^^
    꼭 봐야지....
  • anakin 2005/10/19 12:53 # 답글

    alice 님 // 예, 한번쯤 보셔도 좋을 영화라 생각합니다. :)
  • 비니루 2005/11/01 14:38 # 답글

    김밥 마는 서영희 뒷모습은 임창정 말마따나 정말 섹시하게 보였어요.
    저의 불만 하나는 김수로의 버저비터입니다.
  • anakin 2005/11/01 18:51 # 답글

    비니루 님 // 엉, 덩크슛이 그런 각도로 튕겨 올라가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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