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 (2005): 어린 시절 꿈의 영상화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감독: Tim Burton
출연: Johnny Depp, Freddie Highmore, David Kelly, Philip Wiegratz, Annasophia Robb, Julia Winter, Jordan Fry, Deep Roy, Christopher Lee, Helena Bonham Carter
상영시간: 115분



주의: 이하 내용은 영화 내용에 대한 경미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어릴 적, 영국식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저에게 있어 로알드 달(Roald Dahl)이라는 이름은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그의 수많은 명작들은 저에게 있어 정말 깊은 영향을 남겼고, 그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은 역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었죠. 제 어린 시절의 그 책, 정말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읽으며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초콜릿들을 상상하며 즐거워 했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의 큰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일부를, 거대한 화면에서 즐거운 음악과 환상적인 색채로 재구성한 영화를 보게 되었으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성된, 영화의 타이틀 화면에서부터 이미 저는 사로잡혀 버렸습니다. 쓰러져 가는 찰리네 집, 줄줄이 서 있는 잿빛의 집들, 그리고 거대한 공장의 외모. 이와 대조되는 초콜릿 방(The Chocolate Room)에서의 넘쳐나는 알록달록한 화면, 개발실(The Inventing Room)에서의 다양한 기계 장치들, 너트 룸(The Nut Room)에서 귀여운 다람쥐들, 그리고 TV룸에서의 새햐ㅤㅇㅏㅎ고 눈부신 환상적인 공간 등, 제 상상력을 제압하는 화면들에 완전히 빠져서 순식간에 영화가 끝나 버린 것 같이 느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시계를 보니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더군요. 하지만 웡카(Willy Wonka)의 가족사에 대한 것들을 추가하다 보니 원작에 있던 일부 디테일을 어쩔 수 없이 생략하게 된 것 같군요.


초콜릿에 대한 환상적인 상상력은 원작이 더 멋지다고 하면, 이 영화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역시, 책에서는 읽는 이의 상상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시각적인 풍성함과, 정말 너무도 멋진 분위기의 음악이 되겠죠. 웡카가 스스로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구상하였다고 한 초콜릿 방의 모습은, - 기존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스틸 샷을 이미 충분히 본 상태였는데도 - 저를 완전히 사로잡았습니다.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었던 바 대로) 오거스터스(Augustus Gloop)가 관을 타고 올라간 후, 움파-룸파(Oompa-Loompas)들의 노래 장면에서 또 한 번 감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움파-룸파 역의 딥 로이(Deep Roy)는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같은 연기를 수백번씩 반복하였고, 이를 컴퓨터를 이용해 하나의 장면으로 합성하였다고 하네요. 정말 위대합니다! 그들의 노랫소리는 영화의 음악을 작곡한 대니 엘프먼(Danny Elfman)의 목소리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단지 가사로만 존재했던 노래들을, 이렇게 현실화 시켜 놓다니, 마치 웡카의 초콜릿에 관한 이야기들 마냥 마술처럼 느껴지더군요. 네 개의 노래 모두 정말 너무 즐겁게 들었습니다.


중간에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A Space Odyssey)'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무지 재미있어 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저만 즐거워했던 것 같습니다 --a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함께 공중으로 떠오르는 초콜릿 장면, 잊을 수 없는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


배우들/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보면요..

웡카 역의 조니 뎁. 웡카가 턱수염이 없고 너무 키가 크고 젊어 보인다는 게 조금은 불만이었지만, 영화의 웡카와 원작의 웡카는 조금 다른 인물임을 감안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변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책에서는 나쁜 아이들이 말썽을 부릴 때마다 매우매우 안타까워 하고 그 결과에 대해 농담은 하지만 미안해 하는 기색이 역력한데, 영화에서는 뒤에서 혼지 피식피식 웃으면서 은근히 즐거워하는 것 같아 좀 당황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정신적 불안정성은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이의 비애'로 해석하면 좋을 듯 싶습니다. :)

찰리(Charlie Bucket) 역의 프레디 하이모어. 제가 찰리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는 보다 불쌍해 보이는, 깡마른 아이의 모습이었는데, 명랑 영화의 주인공이니 그렇게까지 처참한 모습일 수가 없었던 것 같네요. 프레디 하이모어는 조니 뎁과 '네버랜드를 찾아서(Finding Neverland)'에 출연했었는데, 뎁이 하이모어를 팀 버튼 감독에게 적극 추천하여 함께 영화에 나오게 되었다는 뒷 이야기가 있군요.

조 할아버지 역의 데이빗 켈리. 원작에서의 이미지와 어쩜 그리 똑같나요! 찰리가 황금 티켓을 가지고 집에 왔을 때 추는 춤까지도 제 상상속 그대로였습니다. :)

찰리의 부모는, 원작에서보다는 조금 비중이 늘어난 것 같네요. 헌데, 저는 찰리의 어머니 역의 헬레나 본햄 카터가 자꾸 눈에 들어와서 집중이 조금 안되었습니다. 자꾸 파이트 클럽(Fight Club)의 말라 싱어(Marla Singer)가 눈앞에 어른거리더군요. (헉, 그럼 찰리의 아버지는 *** **인 건가요 orz)

껌 씹는 소녀 바이올렛(Violet Beauregarde) 역의 안나소피아 롭과 제맘대로 소녀 버루카(Veruca Salt) 역의 줄리아 윈터. 바이올렛은 원작과 조금 다른 인물이 되었는데, 그 역에 상당히 어울리는 날카로운 얼굴이었던 것 같습니다. 버루카는 약간은 너무 숙녀 분위기인 것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나름대로 잘 어울린 것 같네요. :)

마이크 티비(Mike Teavee) 역의 조던 프라이. 원작의 다섯 아이들 중 가장 많이 변신한 아이죠. 원작이 출판된 1964년에는 TV만 보는 아이들이 큰 문제였나 보네요.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은 모든 아이들이 TV를 엄청 많이 보고 있으니까 그나마 새로운 현상인 게임으로 그 비난의 화살을 돌렸군요. (게임이 늘 제일 만만하죠? -_-) 뭐 그것까지는 괜찮은데... 대체 왜! 마이크의 장난감 총은 몽땅 없앤 건가요~ ㅡ.ㅜ 장난감 총 대신 컴퓨터 게임의 총으로 바꿔버린 건가 봅니다. --a

두쿠 백작, 에피소드 3에서 '짤린' 후 생계 유지를 위해 의원 개업을 할 수 밖에 없던 것이었군요. 정말 슬픕니다 :'( 언제나 근엄하고 멋진 모습의 크리스토퍼 리, 여기서도 멋지게 나오네요 ^^


뭐, 몇 가지 불만 사항이 있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새로이 얻은 즐거움이 훨씬 컸던 영화입니다. 어린 시절, 원작 동화를 읽으시며 멋진 초콜릿에 대한 즐거운 환상에 빠져 보신 기억이 있는 분들께 꼭 한 번 관람을 권해드립니다.


한 가지만 더, 저는 토요일날 보러 갔었는데, 가족 단위로 이 영화를 보러 오신 분들이 많더군요. 화면에서 웃기는 장면에 나올 때에 아이들이 즐겁게 웃는 소리도 동심으로 돌아가 영화에 몰입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 제 뒷자리에서 의자를 발로 툭툭 건드렸던 아이는 영화 몰입을 오히려 방해했지만 말이죠;;
by anakin | 2005/09/30 13:53 | 영화관련 멋대로 떠들기 | 트랙백(3) | 핑백(2) | 덧글(4)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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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at 2005/09/30 16:05

제목 : 찰리와 초콜릿 공장 - 여전히 기괴하면서도 유쾌한 ..
대가족과 함께 쓰러져가는 집에서 가난하게 사는 찰리(프레디 하이모어 분)는 홀로 경영하는 윌리 웡카(조니 뎁 분)의 거대한 초콜릿 공장을 견학하는 티켓에 마지막으로 당첨됩니다. 어딘지 모르게 비뚤어진 네 명의 아이들과 부모, 그리고 자신의 할아버지와 함께 찰리는 공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기본적으로 아버지에 대해 의식했던 전작 ‘빅 피쉬’와 비슷한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찰리는 자신의 가족......more

Tracked from dohyun's.. at 2005/10/02 16:00

제목 : 찰리와 초콜릿공장.
말이 필요없다. 로알드 달의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될 작품. 가슴 두근거리며 1년간 기다렸던 영화를 보면서 내내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찰리가 언제 황금티켓을 갖게 될지 누가 언제 탈락하고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슴졸이고 흥분하며 영화에 몰입했던건 내가 극성스러워서일까? 다섯 아이들이 공장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전반부의 탄탄함이 후반부에는 조금 처지는 듯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비쥬얼의 화려함과 소설 속 이야기의 재현이 충분히 막아줄 수 있었다. 찰리네 식구들의......more

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5/10/07 22:50

제목 : 찰리와 초콜릿 공장
찰리 버켓은 가난하지만 단란한 가족과 함께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마음씨 착한 소년.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과자업계의 전설적인 인물이자 수수께끼에 싸인 사업가인 윌리 웡카가 초콜릿 속에 숨겨 둔 황금 티켓을 찾아내어, 웡카의 초콜릿 공장 안을 견학할 수 있는 자격을 따낸 것이다. 웡카는 한때 온갖 기상천외한 상품으로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었으나 경쟁사들의 비겁한 계략에 지친 나머지 직원들을 모두 해고하고 공장......more

Linked at 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 어거.. at 2008/01/02 07:25

... 주었던 장면들입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였어요.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보면, 프레디 하이모어, 찰리와 초콜릿 공장 (2005) (제가 작성한 감상문, 원작과의 인물 비교글을 참조하세요)에서 '주인공이면서 의외로 기억에 남지 않는' 역할에서 꽤나 큰 발전이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록 지휘 장면은 어설프기 짝이 없 ... more

Linked at 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 스위.. at 2008/01/07 08:01

... 레나 본햄 카터, 이 세 이름으로 인해 처음부터 저는 이 영화를 반드시 봐야겠다는 간단한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세 사람의 협작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2005) (제 감상문, 원작과의 인물 비교글)에서도 이미 선보인 바 있으며, 저는 보지 못했지만, 2005년도 애니메이션 작품인 유령 신부 (Corpse Bride) 또한 세 사람이 모두 참여 ... more

Commented by 사과주스 at 2005/09/30 22:22
최근에 정말 즐겁게 본 영화중 하나에요. 팀 버튼과 조니뎁의 조화를 볼때 이쪽의 윌리웡카가 오히려 더 설득력 있더라구요. 사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만;; 웡카의 초컬렛 공장 정말 환상적이었죠. 아마 디비디나 OST나오면 지를것 같에요; 움파룸파 덕분에 OST는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anakin at 2005/09/30 23:26
사과주스 님 // 사실, 원작을 안 보신 분들이 받으신 느낌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저에게 있어 웡카라는 이름은 실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고, 원작의 줄거리를 거의 외우고 있을 정도로 봤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분들과 느낀 점이 좀 다를 것 같아서요.
하지만, 제 생각에도 움파-룸파는 정말 최고였던거 같습니다. 딥 로이 만세! ^^)=b
Commented by 사과주스 at 2005/10/02 22:33
제 개인적으로 보자면 역시 팀버튼과 조니뎁!이란 느낌이었달까요. 원작의 웡카는 이런 괴괴한(?)인물은 아니라고 들었어요. 다만 팀 버튼의 세계에서 재창조된 웡카란 인물이 조니뎁으로 생명력을 얻어 그 세계에 최고로 잘 어울리는 웡카, 라는 생각이에요. 저로서는 이쪽이 굉장히 임팩트가 강했기때문에 원작이랑 내용이 틀리다라고 했을때 약간 충격이었죠. 이이상 어떻게 웡카가 나올수 있어!라고 말이죠. 조만간 원본도 한번 읽어볼 생각이에요. 참, 영화를 내용으로 한 소설도 나왔답니다.
Commented by anakin at 2005/10/03 00:49
사과주스 님 // 추가 덧글까지 챙겨 달아주셨군요. 감사합니다 :) 원작의 웡카와 영화의 웡카는 확실히 느낌에 다른데, 이에 일조하는 주요 요인들이 영화에 첨가된 웡카의 과거사와 처음 공장으로 아이들이 들어설 때의 인형 쇼라 느꼈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해석이 확실히 첨가된 것으로 생각해야 할 듯 싶어요.
영화를 내용으로 한 소설이 있다는 것은, 원작 동화와는 다른 소설이란 말씀인가요? 동화 -> 영화 -> 소설의 과정을 거친 후 어떤 면들이 바뀌었는지, 무척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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