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m Fandango와 어드벤쳐에 대한 넋두리
그림 판당고 Grim Fandango
제작 : 1998년 10월
제작사 : 루카스아츠(LucasArts Entertainment Company)
제작자 : 팀 셰퍼(Tim Schafer)


2006/03/23 추가: 좀 더 최근 내용으로 업데이트한 리뷰를 PA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998년도에 출시된 루카스 사 최초의 3D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3D로 어드벤쳐를 만든다는 것, 2D 어드벤쳐 기술이 극에 달했던 당시로서는 모험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어드벤쳐 게임 시장의 쇠퇴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던 때 새로운 전환을 위한 시도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는? 역시 98년도에 출시되었던 하프-라이프(Half-Life), 스타크래프트(Starcraft) 등의 강력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Gamespot의 Game of the Year에 선정되는 명예를 얻기도 했죠. 그러나, 상업적으로는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맙니다.


돌이켜 생각해 봐도, 이 정도로 완성도 높은 게임이 잘 안 팔렸다는 것으로 이미 어드벤쳐 시장이 무척 어려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루카스 사와 함께 '어드벤쳐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던 시에라 온라인(Sierra On-Line)사가 그 해에 출시한 작품이 시리즈의 이단아로 불리며 킹스 퀘스트 팬들의 외면을 받았던 킹스 퀘스트 8편(King's Quest: Mask of Eternity)이라는 점을 보면 이를 더욱 확신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신가요? Grim이라는 단어는 '엄한, 용서 없는, 무서운, 험악한'의 의미를 지닌 형용사이며, 기다란 낫을 들고 검은 망토를 입은 모습으로 죽은 영혼들을 수확(reap)하는 서양의 저승 사자를 의미하는 Grim Reaper에도 사용됩니다. Fandango는 스페인의 흥겨운 춤곡, 또는 그 곡에 맞추어 추는 춤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서로 정말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 멋지지 않습니까? :)


게임 디자이너인 팀 셰퍼셰이퍼는 텐터클 최후의 날(Day of the Tentacle)을 공동 제작하고, 풀 스로틀(Full Throttle)을 제작한 저력의 디자이너입니다. 그리고 전설의 제작자인 론 길버트(Ron Gilbert)와 함께 원숭이섬 시리즈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죠. 가장 최근에 그의 손을 거친 게임은 Psychonauts라는 작품인데, 이 게임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릅니다 --a 올해 미국에서 출시되었고, 아직은 판매량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이야기만 들려오네요 :(



그림 판당고는 출시된 지 7년이나 지난, 정말 오래 된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오늘날 플레이해도 그다지 손색이 없을 '명작'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림 판당고는 여러 가지 면에서 호평을 받은 게임이었지만, 그 중에 가장 칭찬받은 점 중 하나는 '목소리 연기'였습니다. 게임에서 나오는 정말 다양한 인물들에 각각 강렬한 개성을 심어 주는 다양한 목소리 연기는 정말 게임의 뛰어난 면 중 하나였죠. 또, 중간중간 들어간 스페인어 단어들 또한 게임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멋진 터치였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해 보신 분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늘 차분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주인공 매니(Manuel Calavera), 운전에 광분하는 매니의 가장 가까운 동료 글로티스(Glottis), 매니의 비열한 라이벌 도미노(Domino Hurley) 등, 정말 개성 넘치는 주연들과, 매니의 클럽에서 일하는 루페(Lupe), 하이 롤러 라운지(High Roller Lounge)의 불만 많은 웨이터, 바다 밑을 끊임없이 걸으며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제피토(Chepito) 등의 조연들까지, 정말 재미있고 인상적인 캐릭터들이 가득합니다.

이들은 다양한 해골의 외모, 또 게임에 충분히 들어 있는 재미있는 대사들을 통해 자신의 성격을 확연히 하고, 또 이것이 게임의 다른 요소들과 잘 맞물려 정말 매력적인 세계와 스토리를 만들어 냅니다. 마지막 엔딩 컷신이 지나가고 크레딧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누구나 아쉬움을 느끼게 되죠.

이러한 게임의 '깊이'는 여느 게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요소가 아닙니다. 이는 스토리와 대사, 캐릭터들이 게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어드벤쳐 장르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또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 번 이 게임 장르에 빠진 사람이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가장 종합 예술 작품에 가까운 게임 장르가 바로 어드벤쳐가 아닐까요.


이 게임의 단점이라면, 많은 이들이 언급하였듯이 조금은 불편한 인터페이스입니다. 마우스는 전혀 사용할 수 없고, 오직 키보드 조작을 통해서 게임을 진행하여야 하죠. 이는 매니의 '핫스폿 쳐다보기' 신공으로 인해 중요 아이템을 찾는 데는 큰 불편함은 없지만, 이동함에 있어서 상당한 불편을 초래합니다. 열심히 뛰어다니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던 적이 꽤 자주 발생했던 것 같군요. 그리고 퍼즐들의 난이도는 조금은 높은 편입니다. 특히 Year 2의 루바카바(Rubacava)에서의 퍼즐들 중, 롤라(Lola)가 남긴 **를 찾는 퍼즐은 다시 플레이해봐도 해결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이번에도 워크스루를 통해 넘어가버렸네요.

위에서 이 게임의 장점으로 개성있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반면 대사가 적은 인물들은 메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 개성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특히 메치(Mercedes Colomar)와 헥토르(Hector LeMans)의 게임 속 비중이 적은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네요.

그리고 마지막 단점으로는, 한글화가 안 되었습니다. 영어 능력이 부족하다면 이 게임에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공산이 큽니다. :(

그리고 정말 마지막 단점, 지금은 한국에서 정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_-
by anakin | 2005/07/26 20:39 | PC 게임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5)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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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상한 나라의 발광머리앤 at 2008/11/07 14:04

제목 : [기획서] 그림 판당고 Grim Fandango의 ..
GameDev.net 기사를 읽다가 게임 기획서를 공개한다는 내용이 있어서 확인해보니어드벤쳐 게임 '그림 판당고 Grim Fandango'의 퍼즐 부분 기획서를 공개한댄다. 대박은 나지 못했지만 꽤 잘 만들어진 어드벤쳐 게임이란 평을 듣고 있는 게임인데다상용화까지 거친 게임의 기획서 공유는 흔치 않은 일이라 냅다 들어가서 다운 받아봤다. 시스템 기획서는 아니고 유저가 해결해야 하는 퍼즐들의 흐름도와 간략히 정리한 맵 구조와간간히 캐릭터 설정......more

Linked at 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 지정.. at 2008/02/09 07:01

... 특한 비뚤비뚤한 그림체가 인상적이었던 텐터클 최후의 날(Day of the Tentacle)이나 그 특유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지닌 그래픽을 자랑하는 그림 판당고(Grim Fandango, 이 작품은 음악도 수준급입니다)도 떠오릅니다. 파스텔로 그린 듯한 예쁜 배경에 거친 픽셀의 인물들이 걸어다니던 윌리 비미쉬(The Adventures of Willy Bea ... more

Commented by 아돌 at 2005/07/26 23:00
어드벤쳐 황금기의 종말을 알리는 작품.. 이랄까요. 흠. -_-a
Commented by anakin at 2005/07/26 23:42
아돌 님 // 예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아쉬운 명작이에요. 다시 그 황금기가 돌아오는 일은 이제 없을까요? 그래도 어드벤쳐를 제작해 주고 있는 극히 일부 회사들이 참 고맙네요.
Commented by 와니 at 2005/07/27 15:30
PC게임중에선 어드벤처게임들을 가장 좋아했는데 요즘은 정말 안나오는거 같더군요.. 시에라 온라인은 망했나요? 가장 좋아하던 회사인데..
Commented by anakin at 2005/07/27 23:24
와니 님 // 예 말씀대로 요즘은 정말 안 나오죠 ㅠ.ㅜ 시에라 온라인사는 망하진 않았지만, 이제는 자체 개발보다는 유통 쪽에 더 주력하고 있고, 판매하는 게임도 전통 그래픽 어드벤쳐와는 거리가 멀죠. :'(
Commented by 심만 at 2005/10/20 18:40
아나킨님 안녕하세요.
그림 판당고를 수년째 찾아보고 있는데...도저히 찾을 수가 없네요. 흑흑
정품 갖고 계신 듯 한데요, 카피본이라도 좀 파실 수 있으신지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__)
Commented by anakin at 2005/10/21 10:06
심만 님 // 그 심경은 이해가 갑니다만, 아직 정품 매물이 돌아다니고 구입 가능한 상황에서 명백한 불법인 카피본 판매는 죄송하지만 곤란합니다. ebay.com에 가 보시면 Worldwide shipping 이 가능한 물건이 종종 올라오던데요, 이를 사용해 보시면 어떨까 조심스레 권해드립니다.
해보고 싶은 명작 게임조차 마음대로 해 볼 수 없는 현재의 어드벤쳐 게임의 상황이 참 안타깝네요.
Commented by 심만 at 2005/10/21 22:44
네 감사합니다.
이제 해외로라도 진출해봐야겠어요 ㅠ.ㅠ
Commented by anakin at 2005/10/22 23:42
심만 님 // 예, 꼭 구하실 수 있길 빌겠습니다.
Commented by 심만 at 2005/11/10 02:30
아나킨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__) 제일 싼 곳까지 찾아주셨네요 ^^
지금 막 주문했습니다. 두근두근하네요!!
Commented by anakin at 2005/11/10 11:59
심만 님 // 별 말씀을요. ;) 즐거운 죽음의 세계 탐험이 되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앞산 at 2005/12/03 17:22
이제야 구해서 해보고 있는데요.
저도 롤라가 남긴 **를 도무지 못 찾겠습니다. **를 구해야 변호사를 협박할 수 있겠지요?-_-;
아직 워크스루는 안보고 혼자 고민하고 있는데, 힌트를 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Commented by anakin at 2005/12/03 19:50
앞산 님 // 음, 우선 롤라가 하이 롤러 라운지에서 도망친 후, 다시 만나셨나요? 조금은 외진 곳에 숨어 있죠. 그러면 롤라에게서 뭔가를 받을 수 있을 거에요. 그럼 그것을 이용해 다른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을 잘 보시면.. 일단은 여기까지요. 한번에 너무 많이 알려 드리면 안되겠죠? ;)
Commented by 앞산 at 2005/12/04 14:37
감사합니다! 덕분에 year2를 끝냈습니다^^
Commented by anakin at 2005/12/04 22:30
앞산 님 //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저 힌트만 보고도 해결하셨다면 상당한 어드벤쳐 내공의 소유자시군요! :D
Commented by 앞산 at 2005/12/06 19:00
롤라가 외진 곳에 숨어 있다는 말씀이 영감을 줬어요:) 아이템을 교환해야 한다는 힌트도 컸지요.
내공이랄 것까지야^^; 본래 잘 못하는데 이상하게도 그림판당고는 year2 빼고는 잘 풀리는군요. 저 스스로도 기이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구석구석 빠짐없이 집적거리다 보면 감을 잡지 못해도 절로 풀리는 퍼즐이 많았기 때문일 겁니다.

덕분에 오늘 엔딩까지 봤습니다. 여운이 길게 남는 것이, 얼마 동안은 꽃을 볼 때마다 서글플 것 같군요...
Commented by anakin at 2005/12/06 19:53
앞산 님 // 여튼 대단하시네요^^ 그림 판당고의 엔딩,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었죠. 이 정도의 스타일과 완성도를 갖춘 게임, 흔치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꽃을 보실 때마다 Year1에서의 살바도르의 당당한 모습을 기억하시고 기운 내시길 바랍니다 :)
Commented by 루페 at 2005/12/27 22:48
요즘 다시 해보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야....다시 해봐도 정말 명작이네요. 특히 그 막시미노의 오피스에서 흘러나오는 그 음악-_-; 정말 캡입니다.
제가 잊어먹고 있던 특이한 캐릭터들이 생각이 났는데; 바로 플로리스트(얼굴인상이 압박인)와 카지노 지배인, 그리고 처칠라 찰리;
였습니다.이중에서도 제가 플로리스트를 잊은 이유를 모르겠네요 ㅋ 너무나도 인상이 압박인 캐릭터인데;
Commented by 루페 at 2005/12/27 22:48
아;그리고 플로리스트가 등장했을때의 그 인도풍의 노래도 정말 압권이라는;
Commented by anakin at 2005/12/28 12:38
루페 님 // 플로리스트가 게임 상에서 등장하는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대사도 별로 없고요^^:; 하지만 그가 일하고 있는 지하실은 '죽음 속의 죽음'을 상징하는, 중요한 설정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 저도 찰리의 생김새와 말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
Commented by mrkwang at 2006/01/29 12:40
결국은 '엄한 춤'이군요.

PA 리뷰(...)
Commented by anakin at 2006/01/31 11:22
mrkwang 님 // 헉(...) 이거 엔딩 보았던게 6달 전이라 기억이 좀 가물가물한데요 --a
Commented by LucasArts at 2006/03/05 00:30
엔딩볼때의 그 흐뭇함은 잊을수가 없네요. 특히 글로티스의 자식들을 볼때요...:)
Commented by anakin at 2006/03/05 23:28
LucasArts 님 // 엇, 저는 그놈들을 자식들이라기 보다 '하위 정령'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여튼 엔딩을 볼 때의 그 훈훈한 감동과, '벌써 끝이라니'하는 아쉬운 감정, 정말이지 아무 게임에서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죠. 흑 ㅠ.ㅜ
Commented by asdf at 2006/08/10 01:00
등장인물이 일단 마음에 안 들었고 멕시코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특히 마음에 안 들어서 지금껏
플레이를 안했었는데 더 이상 즐길 어드벤쳐 게임이 없기에 -_- 플레이하려는 중입니다.
그림 판당고... 참으로 오랜 시간이 지났네요. 음.
Commented by anakin at 2006/08/10 01:24
asdf 님 // 매니와 글로티스는, 아마도 직접 접해보면 매력적일 것으로 생각되네요. ^^ 여튼, 즐거운 죽음의 세계 탐험이 되시길 바랍니다. 실행시에는, pa에 제가 올린 글의 마지막 부분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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