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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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곤 왕과 네 호빗들

(소설)"Praise them with great praise!"와 (영화)"My friends! You bow to no one."의 두 대사.
언제 접해봐도 가슴 벅찬,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The Lord of the Rings - Return of the King)의 결말부에서 나옵니다.


영화와 소설의 중요한 차이를 하나 들라면, 시간 제약의 유무를 들 수 있겠죠. 영화에서는 사실 아라곤의 대관식에 이것저것 다 압축해 넣어버린 형식이 되어버렸죠. 뭐, 그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이미 두 시간 넘는 시간 동안 앉아서 영화를 봐 온 관객들이 이제 슬슬 좀이 쑤실 때가 되었을 때거든요. 이제 전투도 이겼고, 반지도 없앴고, 골룸은 터미네이터;; 됐고, 사우론의 눈깔은 뿅 하고 사라졌고... 이제 다들 어느 정도는 영화가 끝나기를 은근히 바랄수 밖에 없겠죠. 반면 소설은 그런 시간적 제약이 없기 때문에 더 여유있게 '뒷 이야기'를 적어 나갈 수 있었겠고요. 실제 소설에서는 프로도와 샘이 반지를 제거한 이후 6개의 챕터가 더 존재합니다. '왕의 귀환' 소설이 19챕터로 이루어 진 것을 생각할 때에, 결코 짧은 길이가 아니죠.


여튼 소설에서는 아라곤의 대관식 이전, 프로도와 샘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 이실리엔의 숲속 캠프에서 프로도와 샘의 업적을 치하하는 축제가 열립니다. 아라곤이 호빗들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도 사실 이 곳에서 있는 일입니다. 아 물론, 소설에서는 오직 프로도와 샘에게만 무릎을 꿇습니다. 메리와 피핀은 아라곤의 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심부름을 하고 있죠 --a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위대한 칭찬으로 그들을 찬양하라! (Praise them with great praise!)"를 외치는 와중에, 음유 시인 한 명이 관중 앞에 나서서 '아홉 손가락의 프로도와 파멸의 반지(Frodo of the Nine Fingers and the Ring of Doom)'에 대해 노래를 하기를 청하며, 이에 샘은 "오 이런 위대한 영예와 영광이! 저의 모든 소원이 이뤄지는군요! (O great glory and splendor! And all my wishes have come true!)"라 외치며 눈물을 흘립니다. 정말 멋진 장면이죠. 아라곤의 대관식은 이후에 다시 서술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비록 시간에 쫓겨, 아라곤의 노래 자랑;; 이후 그냥 다른 인물들 얼굴 도장만 찍으며 진행하고, 대신 화려한 곤도르의 비쥬얼(!)로 관객을 압도하지만, 네 호빗들을 대하는 아라곤의 대사는 아주 멋졌습니다. 소설과는 다른, 나름의 멋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온갖 모험을 함께 한 절친한 사이지만, 이제 '왕'이 된 스트라이더 아라곤과 마주친 네 호빗,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며 쭈빗쭈빗 절을 합니다. 그러한 그들을 본 아라곤 놀라며 말하길, "나의 친구들! (My friends!)".
이에 절을 멈추고 아라곤을 바라보는 네 호빗.
이이서 아라곤은 말합니다. "자네들은 누구에게도 절하지 않네. (You bow to no one.)"
그리고 네 호빗에게 절을 하는 아라곤. 이어서 대관식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그들에게 절을 합니다.
이에 뻘쭘해져 버린 네 호빗들을 비추는 카메라, 줌 아웃을 하며 곤도르 전체를 비추며 fade out.

신분의 변화로 인해 자연스레 생길 수 있는 동료간의 서먹함을, 단숨에 물리치며 위대한 일을 해 낸 동료들에게 영광을 돌릴 줄 아는 아라곤 왕의 지혜로운 면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장면들이 영화 도처에 있기에, 이 영화가 반지의 골수 팬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저는 '날라리' 팬이니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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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사과주스 2005/07/18 20:44 # 답글

    저장면 꽤 좋아해요. 위대한 영웅을 위한 서사시가 아니라 정말 내옆에서 숨쉬고 사는 이웃의 조그마한 용기에 대한 보답같아서 말이죠.
  • anakin 2005/07/18 21:41 # 답글

    사과주스 님 // 예, 소설에서의 축하 장면도 멋지지만 영화의 저 장면 또한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네 호빗들의 얼굴 표정과, 아라곤의 정말 진지하고 엄숙한 연기가 일품이죠.
  • 칸두라스 2008/03/28 17:11 # 삭제 답글

    저 역시도 저 장면 너무 좋아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 곳에는 자주 온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미처 인사를 못 드렸네요. ^^;;
    왕이 되었으면서도 옛 친구들의 용기와 그들의 공로를 높이 여기며 그들에게 왕이 아닌 단지 구원을 받은 자로서 호빗들에게 절을 하는 아라곤의 이러한 행동이 담겨있는 이 장면이야말로 최고의 명장면이 아닐까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예전 자신의 절친한 친구였던 자를 높은 지위에 오르자마자 바로 대놓고 무시하고 자기에게 충성을 하라는 듯이 말하는 자들을 종종 볼 수가 있는데 정말 저런 아라곤같은 사람이 세상에 있어야 합니다.
    반지의 제왕의 세계가 현재 우리들이 사는 곳보다 훨씬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보이네요.
  • anakin 2008/03/29 11:47 # 답글

    칸두라스 님 // 저도 반갑습니다. 편하게 와서 글 보시고 가셔도 됩니다 ^^a
    정말 멋진 장면이지요. 그리고 사실 이 모든 것이 톨킨의 상상속의 세계인 이상, 기왕이면 현재 세계보다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요. 저는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렇게 나쁜 곳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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