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man Begins (2005)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Nolan)
출연: 크리스챤 베일 (Christian Bale), 마이클 케인 (Michael Caine), 리암 니슨 (Liam Neeson), 게리 올드먼 (Gary Oldman), 모건 프리먼 (Morgan Freeman)
상영시간: 141분그의 시작은 이러하였다! 요즘 영화계에 유행인가 봅니다 --a 얼마 전에는 다스 베이더의 탄생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개봉하더니만, 이제는 배트맨의 탄생을 그린 영화가 나왔군요. :)
불행하게도, 저는 지금까지 배트맨 영화 중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음미하며 감상한 것이 한 편도 없습니다. 단지 여기저기서 주워 듣고, 지나가다 보고.. 했던 조각조각의 단편적인 지식만이 남아 있을 뿐이네요. 물론 원작 만화도 본 적이 전혀 없죠.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이 저에게 있어 "머릿속의 상상속에서 그려오던 역사를 현실화" 해 준 작품이었지만, 이 영화는 제게 있어 역사적인 면 자체가 전혀 무의미한 영화였습니다. 그렇기에, 배트맨 시리즈의 팬 분들이 느끼실 법한 향수는 거의 느끼지 못하였으며, 그런 면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릴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우선 알려드립니다. 사실, 배트맨 주변의 여러 인물들 중에서 1989년도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Batman, 1989)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는지조차도 잘 모르는 상태입니다. --a 뭐, 집사 알프레드는 아마도... 나오는 인물이겠죠? --;;;
하지만, 제가 이런 '배트맨 초짜'임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로 저를 즐겁게 해 준 요소가 많은 영화였습니다.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고담 시(Gotham City)의 전경은 인상적입니다. 어두컴컴하고 너저분한 뒷골목의 모습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IMDb에 놀란 감독이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에서 이미지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이 말을 읽고 생각해보니 많이 분위기가 유사한 느낌도 드네요. 뭐, 블레이드 러너 쪽이 훨씬 미래의 분위기이긴 하지만요. 예전에 스파이더맨 2 (Spider-Man 2, 2004)를 보면서 '뉴욕 시처럼 고층건물이 없는 데서는 스파이더맨이 활약 못하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 고담 시처럼 고층 건물이 많고 어두운 뒷골목이 많은 곳이 아니면 배트맨의 '하늘로 날아 사라지기' 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
모건 프리먼이 비중이 조금은 작은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조금 있었지만, 집사 알프레드 역의 마이클 케인이 그 아쉬움을 모두 커버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뭐, 재치있게 맞받아치는 대사들도 좋고, 또 주인에 대한 절대적이며 헌신적인 충성, 그리고 필요할 때에 해 주는 날카로운 충고들... 멋졌습니다. 베일은, 스파이더맨의 피터가 그랬던 것처럼, 브루스 역에서는 좀 어벙하게 나오나, 배트맨 모습에서의 목소리 연기는 마음에 들더군요 ^^;; 우리의 '콰이곤' 리암 니슨은 배트맨의 무술 스승 듀커드의 멋진 역으로 잠시 나옵니다. 초반에 브루스에게 검술을 가르치는 부분에서, '니슨은 저거 찍을 때에 편했겠군, 예전에 다스 몰과도 싸웠던 몸인데'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더군요 허허;;;
근데, 콰이곤의 제자라면, 브루스는 오ㅂ.... 죄송합니다 그만하도록 하죠 -_-;;;;
듀커드와 브루스의 신념에 대한 의견 충돌, 그리고 브루스의 정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생각들을 보며, 문득 이런 것들이 실제 뒷 얘기들과 통일성을 유지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헌데 배트맨의 세계에 대한 저의 짧은 지식으로는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군요. 혹시 아시는 분께서는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말장난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영화에서의 대사들을 유심히 들으시며 (또는 자막을 유심히 보시며) 영화를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재미있는 대사들 때문에 곳곳에서 웃을수 밖에 없었거든요. :D
여기를 클릭하여 나오는 내용은 영화에 대한 강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Read at your own risk! :) ->배트맨 전용 차 배트모빌(Batmobile)의 프로토타입(?)의 등장 또한 멋지죠. 제가 기억하는 배트모빌은 쌔끈한 유선형 차체에 박쥐 날개 장식, 그리고 길쭉한 형태였는데, 여기서의 프로토타입은 추격하는 경찰들이 '탱크'라고 표현할 만큼 육중한 모습을 자랑합니다. 실제로 경찰차들을 깔아뭉개며(!) 다니기도 합니다.
그리고, 앞의 리암 니슨 얘기는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넣은 이야기입니다. 그의 진정한 역할은, 처음에 악당 우두머리처럼 나왔던 똘마니들 - 대략 팔코네(Falcone)와 크레인(Crane) - 이 대강 처리되는 영화 후반부터 시작합니다. 아아, 콰이곤, 어쩌다가 당신도 다크 사이드로 돌아섰단 말입니까 ㅠ.ㅜ 반성하세욧! --a 그의 이름은 이제 다스 알 굴(Darth Al Ghul)이 되는 건가요 -_-
그래도 마지막 기차의 폭발 장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지긋이 눈을 감는 장면은 멋졌습니다. 그는 혹시 머릿속으로 이런 반성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지요.
"What have I done!" (by 아나킨, EP3 중)
헌데, 죄인 한 명을 처단할 수 없다던 브루스 웨인, 그런 마음가짐으로 어찌 그림자 동맹 (League of Shadows)의 졸개들은 몽땅 태워 죽일수 있는거냐! -_-
인썸니아 (Insomnia, 2002), 메멘토 (Memento, 2000)의 영화들을 찍었던 놀란 감독, 치밀한 심리 묘사가 일품이었던 전작 영화들과는 조금은 분위기가 다른 작품이지만, 원작이 무려 '만화'라는 점에서 살짝 모른척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2시간이 넘는 짧지 않은 러닝 타임이 훌쩍 지나가 버린 것은 확실히 제가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는 의미겠죠. :)
영화의 마지막은 Batman Begins라는 자막이 화면에 뜨며, 이제 배트맨의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영화의 장엄한 마무리에 추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 배트맨 앤 로빈 (Batman & Robin, 1997)의 ost "The End Is the Beginning Is the End"가 문득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2005/06/27 - 한국에서의 개봉 제목이 '비긴스'가 아닌 '비긴즈'여서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