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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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혹시 여러분은, 예전에 몇번 듣다가 내팽개쳐두었던 음반을 문득 다시 들어보았는데, 미칠듯한 매력으로 도저히 머릿속에서 그 멜로디가 떠나지 않고 끝없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경험을 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차이코프스키.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예전 제가 작성한 글에서도 밝혔듯이 저의 어린 시절을 밝혔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입니다. 그의 음악 중 (정작 작곡가 본인은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는) '호두까기 인형' 발레 모음곡 역시 온갖 cf와 핸드폰 벨소리를 장악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죠. 또 기품과 매력이 넘치는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또한 제가 좋아하는 그의 곡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의 교향곡은 접근하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예, 많은 팬들과 열성 분자를 거느리고 있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들이건만, 저는 어쩐 이유에서인지 쉽게 듣지를 못했죠. 뭐, 그도 그럴 것이, 그의 교향곡은 몇 번만 들어서 매력을 알기에는 조금 난이도가 있는 곡들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그의 교향곡 중 한 곡에 그만 중독되어 버렸습니다...


곡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제가 이 음반을 사게 된 경로를 잠시 이야기 해 보도록 하죠.

이 이야기는,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저는 클래식의 '클' 자도 모르면서 단순히 악보만 볼 수 있었던, 거의 클래식에 대해 문맹 수준이었습니다. --a 당시의 저는 바이올린 선생님께서 저를 위해 힘을 써 주신 덕택에 제 실력으로는 감히 들어갈 꿈도 꿀 수 없던 모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요, 연주회를 위해 연습하던 곡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이 곡을 음반으로 사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음반 가게로 향했죠.

당시에는 클래식 곡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였기 때문에, 그 때 연습하던 곡이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모음곡 '백조의 호수'의 일부였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런 곡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 같아요. --a 여튼 차이코프스키의 음반 쪽을 보다가 문득 눈에 번쩍 들어오는 음반이 하나 있었습니다. 오옷! 이것은! 금빛으로 빛나는 케이스에, 근엄한 표정의 할아버지;;;; 그리고 다른 노란색 딱지와는 다른 번쩍이는 금빛의 라벨. 게다가 뒤에 적혀 있는 것도 웬지 연습 때 곡과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되지만요 --a) 그래서 그 CD를 사 왔는데... 집에서 들어보니 전혀 다른 곡이었던 것이죠. 그 근엄한 표정의 할아버지는 카라얀이었고, 금으로 번쩍이는 것은 그 음반이 카라얀 골드 -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녹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여튼, 저는 그 음반을 팽개쳐 놓고 잘 듣지 않았습니다. 우선 기대했던 곡이 아니었다는 실망감도 있었고, 또 몇 번 들어봐도 곡이 길고 지루하게만 느껴졌거든요. 그 이후로 무척 오랜 기간 동안 제 수중에 있었지만, 간간히 들어봐도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죠.


그렇게 버려져 있던 음반이었는데...

어느날 음반들을 쭉 훑어보다가 문득 이 CD가 눈에 띄었습니다. 과거 음반을 살 때 일도 생각나고, 별 생각 없이 틀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헉! 곡이 정말 너무너무 멋있는 것이었습니다! 우웃~!!!
이렇게 멋지고 강렬한 곡을 어떻게 그 동안 먼지만 쌓아둔 채 듣지 않았던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좋더군요. --a 가장 처음에 했던 말처럼, 멜로디가 머리 깊은 곳에 딱 박혀서 수시로 생각나고, 혼자 있으면 무의식중에 그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다니게 되고... 여튼 도저히 그 매력에서 헤어날 수가 없습니다.


제가 그 때 아무것도 모르고 구입한^^;; 음반의 정보입니다.

Symphony No. 5 in E Minor, Op. 64
Pyotr Ilich Tchaikovsky (1840~1893)
Herbert von Karajan, Wiener Philharmoniker
Deutsche Grammophon, Polygram

1. Andante - Allegro con anima
2. Andante cantablie, con alcuna licenza - Moderato con anima - Andante mosso - Allegro non troppo - Tempo I
3. Valse. Allegro moderato
4. Finale. Andante Maestoso - Allegro vivace - Molto vivace - Moderato assai e molto maestoso - Presto

1악장 Andante에서 들을 수 있는 깊고 그윽한 클라리넷의 솔로는 곡 전체의 곳곳에서 등장하여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됩니다. 물론 그 조성은 조금씩 변하지만요. 조용히 시작하는 1악장은 현악기의 멜로디가 등장하며 그 분위기가 고조되다가 다양한 멜로디 주제들을 보여주며 다시 조용히 마무리를 짓습니다.

이어서 2악장은 호른의 솔로로 시작됩니다. 그 뒤에서 클라리넷과 현악기들이 잔잔한 반주를 넣죠. 그리고 그 뒤를 받는 오보의 영롱한 소리... 그 뒤에서 호른의 솔로를 이제 현악기가 연주하면서 조금씩 분위기는 고조됩니다. 서정적인 멜로디가 계속 흐르다가 금관의 힘찬 주제부가 중간중간 등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오케스트라 전체의 아름다운 합주 후 다시 조용히 끝납니다.

3악장 왈츠는 네 악장 중 가장 짧은 악장으로, 경쾌하고 빠른 멜로디와 서정적인 주제를 여러 악기가 솔로로 연주하는 부분이 교차로 등장합니다. 마지막 끝나기 직전 힘찬 마무리로 악장이 종결됩니다.

이어지는 4악장의 시작에서 현악기가 연주하는 주제는 1악장 Andante의 주제가 장조로 바뀐 멜로디입니다. 1악장에서 클라리넷이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애수와 우울함으로 가득하다면, 4악장은 이제 그런 감정을 모두 떨쳐 버리고 커다란 승리 후 돌아오는 개선 장군 같은 느낌입니다. 특히 금관악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차이코프스키 5번 한 번 연주하고 나면 금관악기 주자들은 코피흘리며 쓰러진다는 농담까지도 있을 정도로 전 악장에 걸쳐 정말 맹활약을 합니다. 4악장에서의 그 화려함과 웅장함은 환상적입니다.


이런 멋진 곡을, 그 오랜 기간동안 음반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역시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은 정말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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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최시온 2008/09/13 10:46 # 삭제 답글

    듣구싶네요!.잘보구가여~~
  • anakin 2008/09/14 10:35 #

    워낙 유명한 곡이라 접하기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감상문 잘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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