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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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꿈이 있나요? (2) - 에비에이터 (2005)

The Aviator (2005)
감독: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주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케이트 베킨세일(Kate Beckinsale),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상영시간: 170분


영화에 대한 가벼운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하늘을 날고 싶었어요.'

어릴 적부터 저는 푸른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이 부러웠습니다. 하늘을 나는 것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죠. 비행기를 타는 것은 늘상 어린 저에게 일생일대의 모험이었고, 만화를 봐도 하늘을 나는 캐릭터들을 늘 좋아했고, 장난감을 사도 제트기, 우주선 등을 특히나 좋아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는 좀 시들해졌지만, 그래도 언제나 저의 의식 저변에는 하늘을 나는 것을 동경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을 꾸고 난 다음 날이면 알 수 없는 흥분감에 사로잡히곤 했죠. 이런 배경 때문에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가졌던 것 같습니다. 제가 무의식중에 품고 있던 꿈을 실현시킨 한 사나이에 대한 영화.


"난 제일 위대한 영화를 만들거에요. 그리고 누구보다도 빠른 비행사가 되겠어요.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될 거에요.'


하워드 휴즈에 대한 전기 영화라는 이야기만을 듣고 보게 된 영화였습니다. 긴 러닝 타임이 지루했다는 분들이 많으시던데, 개인적으로 저는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내내 그의 인생에 대해 여러 다양한 요소들을 참으로 잘 배합하여 냈다는 느낌이었죠. 특히, 하늘을 나는 장면들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드넓은 푸른 창공을 아무런 제약 없이 엄청난 속도로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비행 장면들, 너무나도 멋졌습니다. 커다란 규모 만큼이나 볼 거리가 많은 영화로 기억되네요.

특히 디카프리오의 연기와 분장, 아주 뛰어났습니다. 영화 처음, 부모의 유산으로 청년 갑부가 된 영화 감독 휴즈의 패기 넘치는 모습에서부터, 영화 후반의 수염을 기르고 주름살이 생긴 중년의 휴즈의 모습까지.. 휴즈와 함께 시간의 흐름 속을 함께 한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분장을 통해 절묘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요, 디카프리오 또한 점점 편집증적이고 신경질적으로 변해가는 휴즈를 잘 연기해 냄으로써 젊은 휴즈와 나이 든 휴즈가 정말 서로 다른 인물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그의 열정과 병 증세가 나타날 때의 모습 또한 훌륭히 소화해 내었죠.

사실 디카프리오에 대해서는 '타이타닉',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나올 때만 해도 얼굴 멋있어서 먹고 사는 배우인 줄로만 알았죠. 저의 큰 오산이었습니다. '바스켓볼 다이어리'에서의 처절한 중독자의 연기도, '비치'에서 사람들로부터 따돌림 당하고 홀로 고뇌하는 불쌍한 청년의 연기도 모두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란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조연들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영화 초반에 멋도 모르고 끌려와 구름을 찾고, 수학 교수로 둔갑하여 여성의 가슴에 대한 증명을 하고, '헤라클레스'의 비행까지도 함께 하는 기상학 교수가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군요. 예, 웃겼어요 :) 또, 하워드의 사업을 관리하고, 각종 정보까지도 입수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맹활약을 하는 분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디카프리오가 그냥 말만 하면 알아서 척척 해내는 만능 사업가.. 멋지지 않았나요?


영화 중간에 하늘을 나는 장면에서 나오는 바흐의 "Tocatta and Fugue in D minor, BWV 565". 바로크 음악의 정제되고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엄숙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에 아주 적절한 음악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아니라면, 귀에 익은 곡이 나오니 반가워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고요. ^^


The way of the future.
결국 모든 시련을 이겨 내고 이제 해피 엔딩을 향해 가려나 싶었던 순간, 다시 도지는 그의 정신 착란 증세. 그로 인해 갇혀버린 낡은 화장실의 거울에서 휴즈는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때 자신이 꿈꾸었던 것들을 되새겨 보게 되죠. 그가 꿈꾸었던 모든 것들을 이루어 낸 휴즈, 하지만 이러한 성공의 느낌은 좋지 않은 그의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한 암울함과 섞여 묘한 여운을 남긴 채, 영화는 끝납니다.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류의 결말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마무리였고,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 내용과 아무 상관 없는 사족 한 마디: 외국에서 오래 살다 왔던 친구와 영화 '매트릭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메이트릭스'라고 발음하자 그 친구가 "그거 그렇게 읽는 사람 또 있었구나!"라며 반가워 했던 일이 있었죠. 역시 이 영화 제목도 저에게는 '에이비에이터'로 남을 거 같네요 --a 또, 영화 중 휴즈가 만든 거대 비행기의 이름을 굳이 '헤라클레스'로 적어야 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허큘리스'보다 글자 수도 많은데 말입니다. 예전에 그래픽 카드 회사로 익히 알려져 있는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아마도 제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었겠죠?

영화 내용과 아무 상관 없는 사족 한 마디 더: 디카프리오, 이런 멋진 연기로도 아카데미 상을 타지 못하다니... '레이'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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